- 이충현 감독의 잔혹동화, ‘발레리나’ [인터뷰]
- 입력 2023. 10.23. 17:01:3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보고, 듣고, 느끼는 재미를 다잡았다. 액션부터 음악, 미술까지 삼박자의 밸런스를 맞추며 스타일리시한 감성 액션 복수극을 탄생시킨 이충현 감독이다.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지난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을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이다.
영화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된 디지털 성범죄와 마약을 소재로 삼고 있다. 특히 최프로의 대사 중에서는 승리, 정준영 등이 연루된 단톡방 속 대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당시 이야기를 쓸 때 쯤 여러 사건이 있었어요. 사건 이전에도 오랫동안 문제가 있었죠.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요. ‘콜’을 끝냈을 쯤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고, 관객들에게도 보였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순 없지만 영화적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데뷔작 ‘몸값’ 이후 ‘콜’도 여성 서사를 그렸던 이충현 감독은 이번 ‘발레리나’에서도 다시 한 번 여성 주인공을 전면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등학생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만들 때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주인공이 되는 게 항상 여성이었죠. ‘왜 그럴까’ 생각했을 때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집에 여동생이 두 명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역량도 발했던 것 같아요.”
‘발레리나’의 공간은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여기에 3D아트 이미지, 가상공간 이미지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 이미지를 참고해 독특한 무드로 완성됐다.
“옥주, 민희와의 관계도 있고, 옥주의 복수가 잔혹동화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공간, 이미지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죠. 최프로의 집도 외딴곳에 공간을 만들어 놓고, 미술 작품이나 여러 인테리어를 잘 꾸며놓은 것이에요.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가진 건 ‘허영심’이거든요. 그걸 물건에서 끝내야하는데 사람한테까지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이내믹한 액션, 화려한 미장센을 자랑하지만 서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개 후에는 호불호가 극명히 나뉘기도.
“극장 영화와 조금 다르게 생각했어요. OTT는 초반 3~5분만 지루해도 채널을 돌리니까 그 부분을 의식해서 만들었죠. 저희 영화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서사가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인물이 통쾌하게 때려 부술지 생각했죠.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사전에 많은 부분에 대해 조언을 들으면서 조심스럽게 다루었던 거죠.”
2015년 단편영화 ‘몸값’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이충현 감독은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단숨에 주목 받은 바. ‘콜’을 통해 역량을 입증,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는 이 감독은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날까.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연하게 생각한 건 멋있는 여배우들이 나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아요. 준비하고 있는 건 있지만 시리즈물일 것 같아요. 소설 원작을 하지 않을까 싶죠. 요즘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리즈도 나오고 있잖아요. 오히려 시리즈물이 소재적인 면에서 독특한 걸 다루고, 많은 작품에서 증명되는 것 같고요. 더 면밀하게 캐릭터 플레이를 할 수 있어 흥미로울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