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윤계상, 소중함으로 이어진 간절함[인터뷰]
입력 2023. 10.26. 07:00:00

윤계상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웃긴 장첸'의 등장이다. 윤계상은 지난 2017년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와 비슷한 긴 머리와 수염을 하고 있지만, '유괴의 날' 속 김명준은 조금 달랐다. 이번 작품으로 또 한번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다.

'유괴의 날'은 어설픈 유괴범 김명준(윤계상)과 11살 천재 소녀 최로희(유나)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담은 코믹 버디 스릴러다.

'유괴의 날' 시청률은 1.8%로 시작했지만, 최근 방영된 11화에서 4.3%를 기록했다.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려낸 것에 대해 윤계상은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행복하다"며 "어른들이 특히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가끔 운동하러 헬스장에 가면 어머님 나이대 분들이나 제 나이 또래 분들이 재미있게 보신다고 말씀해주시더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청률 상승의 요인으로 "이야기의 힘"을 꼽았다. 그는 "물론 매 작품들이 절실한데, 이번에는 정말 감독님의 영향이 많이 들어갔다. 드라마 원작을 사오고, 이후에 개발하고 만드는 것까지 모두 하셨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잘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계상이 연기한 김명준은 어설프고 마음 약한 유괴범이다.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내 서혜은(김신록)과 유괴를 계획해서 실행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살해 용의자로 쫓긴다. 분명히 범죄를 저지른 유괴범이지만, 김명준은 왠지 모르게 허술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사실 '유괴의 날'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서 명준이 가장 큰 역할을 해서 그 모습이 정말 좋았다. 솔직히 '유괴'라는 타이틀이 쉽지는 않았지만, 시청자분들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다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됐다. 그 부분이 지금 잘 통해서 많은 분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보시는 것 같다."



'유괴의 날' 포스터를 보면 윤계상과 함께 최로희 역의 유나가 함께 하고 있다. 상대 배우가 아역이었지만 그는 티키타카 케미와 함께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과거 MBC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에 출연해 재민이를 돌보던 윤계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제가 아이들과 잘 맞나 보다.(웃음) 사실 재민이는 너무 어리다 보니 말이 통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유나는 극 중 로희와도 정말 비슷한 지점이 많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똑똑하다. 매번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됐다. 애드리브도 툭하면 틱 나오는 정도로 다 받아치더라. 정말 놀듯이 촬영했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유나의 연기를 통해 배운 점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나의 순수한 열정을 칭찬했다.

"작품 후반부에 로이의 모든 게 밝혀지면서 감정선이 폭발한다. 연기를 하다 보면 자신만의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확실하게 보일지 선택하게 된다. 유나는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한 열정이 폭발하더라.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싶었다. 다른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연기만 바라보는 찰나가 있었는데, 그게 보여서 진짜 같았다. 정말 생각조차 하지 못한 연기가 나온다."

윤계상은 지난 2021년 결혼했지만, 아직 슬하에 자녀는 없다. 하지만 명준은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괴를 했고, 이후 로희와도 부녀케미를 보여준다. 그의 부성애 연기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늘 연기할 때 열심히 하고,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강아지 세 마리를 10년 넘게 키우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마리가 죽을 고비를 넘겼던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워왔는지도 조금 더 알게 되더라. 그런 것들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부성애를 나타낸 것 같다."



결국 '유괴의 날'은 가족의 소중함을 말한다. 윤계상 역시도 작품을 통해 이 부분을 특히 많이 깨달았다고.

"어렸을 때 내성적이고 부모님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할아버지와 스무 살 때까지 같이 방을 쓸 정도로 돈독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하루아침에 돌아가셨고, 그때 정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슬프고 힘들었다. 그 순간 부모님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고, 앞으로는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먼저 다가갔다. 그래서 지금은 사이가 정말 좋다. 그 경험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게 약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상황이 어떻든 마음을 품으면 그걸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윤계상은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바, 그래서 한편으로는 장첸이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만 윤계상은 이를 인정으로 해석하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 이름이 없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웃긴 장첸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게 감사하다. 장첸 이전에는 지오디 윤계상이었다. 늘 수식어는 따라붙었다. 웃긴 장첸도 되고, 무대 위에 오르면 지오디 윤계상이 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수식어가 많아지는 것도 재미있다."



윤계상이 속한 그룹 지오디는 지난달 추석 연휴 KBS를 통해 25주년 콘서트를 진행했다. 또한 올해 연말 콘서트에도 윤계상은 함께 할 예정이다. 오랜만의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무대에 올라가면 틀릴까 봐 늘 불안하다. 그 긴장감은 여전히 안 없어지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직캠이 없어서 잠깐씩 숨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안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계상은 1999년 지오디로 데뷔했지만, 2004년 그룹에서 탈퇴하고 연기 활동에 전념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4년 god 15주년 프로젝트로 재결합했다. 이제는 가수 활동도, 배우 활동도 모두 절실해진 그다.

"사람이 너무 간절해지면 뭘 가졌는지 잊게 되는 것 같다. 젊었을 때 배우로서 인정 받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래서 멀어지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고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내 존재를 거부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이 생겼다. 이제는 적당히 배분할 수 있는 영역의 정도가 생겼고, 이것도 저것도 모두 절실하다. 열심히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괜찮다는 믿음이 생겼다."

올해로 20년 차 배우가 된 윤계상. 그는 더 이상 배우로서 크게 바라는 성과는 없다며 사랑 받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만을 전했다.

"예전에는 매번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힘들었다. 내 연기도 중요한데, 사람들이 어느정도 호응해야만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공을 해도 그 다음이 있으니 매번 고통스러웠다. 지금도 사실 완벽하게 벗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 받으려고, 인정 받고 싶어서 배우를 한다. 배우로서 계속 작품을 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ENA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