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이 말하는 '인간' 하석진 [인터뷰]
입력 2023. 10.27. 07:00:00

하석진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하석진이 '데블스 플랜'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뇌섹남', '공대오빠' 등의 수식어를 또 한번 증명한 그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플레이어로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 등이 참가했다.

모두가 하석진에게 궁금했던 첫 번째는 바로 우승 상금이었다. 상금을 어디에 사용했냐는 질문에 그는 "쉽게 쓸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보니 킵해두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까지도 '데블스 플랜'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답했다.

이어 "출연하면서도 우승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재미있는 한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던 제작진 분들도 알았을 거다"라고 털어놨다.

정종연 PD와 하석진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었다. 정종연 PD의 대표작 중 하나인 '대탈출'에서 시즌2 마지막 에피소드 '살인감옥' 편과 시즌3 '백 투 더 경성' 편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정종연 PD님과 기존에도 연이 있었다. '대탈출'에 두 번 출연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좋았었다. 정 PD님과 제가 만드는 시너지가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정식으로 불러주신 것도 당연히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엔 어떤 건지도 잘 몰랐는데, '더 지니어스'처럼 게임하면서 놀다가 가면 된다고 말하더라. 평소에 서바이벌 게임을 그렇게 즐겨보던 시청자는 아니어서 유튜브에 올라온 '더 지니어스' 클립 영상들을 챙겨보고 갔다."



하석진의 플레이가 특히 더 빛을 발했던 이유는 궤도의 플레이와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궤도는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오랫동안 살아남게 한다'는 신조로 공리주의 플레이를 앞세웠다. 하지만 하석진은 이에 맞섰고, 심심했던 '데블스 플랜'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궤도는 공리주의를 꿈꿨다기보다는 그런 것에서 성취감을 느낀 것 같다. 게임에서 이겨서 오늘 살았다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을 살려냈다는 것에서 가치를 느낀 것 같다. 저는 궤도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현한 적이 없다. 오히려 거기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방송에서의 재미 요소를 지운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두 생존도, 우승도 하고 싶었겠지만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데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하석진은 가장 인상 깊었던 플레이어로도 궤도를 꼽았다. 플레이 스타일과 별개로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잘한다고 느꼈다고.

"궤도는 매일 잘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생각한 이상향이 혼자만 사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셈에 대한 파악이 빨랐다. 그리고 준빈이도 이런 장르의 매니아라서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굴러 가겠다' 싶은 이해도가 높았다."

하석진을 주축으로 한 김동재, 이시원 연합의 케미도 재미 요소였다. 특히 김동재가 예상보다 빨리 탈락하면서 두 사람의 연대는 더욱 끈끈해졌고, 피스의 비밀까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동재의 탈락은 저희 팀의 일원이라서 안타까운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구도의 무너짐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궤도와 동재가 제일 게임 적응에 빨랐는데, 동재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졌다. 오히려 시원이의 탈락이 더 각성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감정적으로 가장 친한 동료가 떨어져서 그때부터는 분노가 조금 시작됐다. 저에게 의존하면서 같이 해결하려 했던 친구였다. 저의 도화선에 시동을 걸어준 것은 동재가 한 15~20%, 시원이 70% 정도였던 것 같다."



하석진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듯 했으나, 프로그램 말미에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이시원의 탈락 소식을 전해듣고서, 그리고 블라인드 오목 게임에서 승리하고 우는 모습 등이 화제가 됐다.

"사실 시원이가 가고 나서 작별인사를 못해 양치하면서 혼자 엄청 끙끙댔다. 생활동이나 게임동에서 울면 주변의 출연자들이 위로했을텐데, 이땐 혼자였다. 그래서 너무 많이 우니까 스태프들이 감옥으로 올라왔었다. 스태프들이 위로해 주는데도 양치하면서 엄청 울었던 것 같다. 아마 스태프분들이 들어와버려서 방송에 쓰지는 못했을 것 같다."

감정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쳐서였을까. '데블스 플랜' 촬영 중 가장 어렵고 불안했던 때를 묻자 하석진은 이시원이 탈락한 후, 블라인드 오목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을 회상했다.

"블라인드 오목을 앞뒀을 땐 내가 저걸 혼자 해결해야 하고, 다음날 무언가를 해내려면 내가 안 자고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인터뷰를 촬영할 땐 카메라 감독, 작가 등의 스태프들이 있는데 그들의 눈빛에서 '너 꼭 성공해야 돼'하는 느낌이었다. 나에 대한 책임감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혼자서 몇 안 되는 연습장에 줄을 그어가면서 연습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촬영할 때 중요한 신을 앞둔 전날 밤 같아서 잠을 못 이뤘다. 그래서 끝나고 나서 크게 환호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하석진의 우승은 언더독의 반란으로 비치기도 한다. 초반에 크게 활약하지 못했던 반면, 점점 게임에 몰입하고 집중하면서 최종 우승까지 차지하게 된다. 하석진은 "초반 활약이 부족하다 보니 나중엔 약자의 환골탈태 느낌이 있더라. 사실 제가 약자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독고다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덕분에 언더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응원할 수 있는 대상이 됐고, 정말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하석진에게 '데블스 플랜'은 스스로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데블스 플랜'에서는 배우 하석진이 아닌 '인간' 하석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만약에 '오목 못 두시네'가 대본에 쓰여있는 대사였다면 시선 처리가 그렇게 안 됐을 것 같다. 대상을 바라보고 말했을 것 같은데, 방송을 보니 전체적인 공간에 얘기하는 느낌이더라. 진짜 감정일 땐 저렇게 대사를 치고, 저런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제가 오목 둘 때랑 피스를 맞출 때 정말 못생겨보인다.(웃음) 연기자로서 했다면 멋지게 해보려고 했을거다. 상황에 대한 몰입이 만들어낸 모습들이다. 하나의 거대한 관찰 영상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선 '더 지니어스'에서는 기존 출연자들이 새로운 시즌에 다시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하석진은 시즌2 출연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지난 번에 우승했는데, 왜 나오나 생각할 것 같다. 그냥 지금처럼 빛나고 있을 때가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데블스 플랜'은 하석진의 그럴듯한 40대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잘난 척 하기 좋은 스펙이 생겼다.(웃음) '데블스 플랜'은 저를 반추할 수 있는 교보재가 된 것 같다. '이런 부분을 감춰야지', '이런 부분을 좀 들을 줄 알아야겠다', '예전에는 못 했던 것들을 이제는 좀 할 줄 아네'처럼 저라는 인간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가 있는 존재하는 한 언제든 이것을 찾아볼 수 있다.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저의 40살의 기록들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는 게 고맙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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