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사랑 중” 박혜수가 말하는 ‘너와 나’ [인터뷰]
입력 2023. 10.31. 11:37:04

'너와 나' 박혜수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단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너져도 잘 쌓아올리는 사람 같아요. 제가 흔들리거나, 그럴 때 차곡차곡 쌓는 법을 익힌 것 같죠. 영화 촬영할 때도 그렇고, 촬영 끝나고부터 지금까지도 그 시간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잘 온 것 같아요.”

학폭(학교폭력) 의혹 2년 8개월 만에 활동 기지개를 켰다.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를 통해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딛은 배우 박혜수의 이야기다.

‘너와 나’는 다수의 단편영화를 통해 탁월한 연출력을 입증한 배우 조현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첫 장편작이다. 정식 개봉에 앞서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부국제가 관객들에게 처음 보여드리는 자리였어요. 많이 떨렸죠. 어떻게 보실까 궁금했는데 관객분들의 질문이 저희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바를 고스란히 느껴주신 것 같아 되게 뜻 깊었어요. 오히려 관객분들의 반응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저희 영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됐어요.”

영화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다. 두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 두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그 참사가 우리에게 느끼게 했던 감정들에 대해 위로 받는 영화라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죽음과 비극적인 것들을 담고 있진 않지만요. 위로를 하고자 하는 마음, 시작점이 결국 ‘사랑’이어서 이게 꼭 참사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상처받는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영화에요.”




조현철 감독이 처음으로 장편영화 각본과 연출에 도전한 ‘너와 나’는 그만의 세밀한 연출력과 섬세한 감수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두 10대 소녀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이 그 나이대의 순간들을 포착,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0대 남성이 여고생 이야기를 말투로 쓸 수 있다는 걸 보고 놀랐어요. (감독님은)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대화 장면을 만들고 싶어 하셨죠. 중요한 액션 한 두 개만 살려놓고, 그 안에서만 지키면 대사는 자유롭게 하는 방식으로 리허설을 거듭했어요. 그렇게 좋은 대사를 추리고, 수정해 배우들 입에 편하고, 캐릭터도 드러낼 수 있는 실제적인 대사들로 완성됐죠.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많아 생동감이 더 잘 산 것 같아요.”

박혜수는 극중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세미 역을 맡았다. 수학여행 하루 전, 하은이 죽는 꿈을 꾼 세미는 놀란 마음에 덜컥 눈물을 흘리며 깨어나고, 다리를 다친 단짝 하은에게 무작정 수학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과 달리 두 사람은 다투고 어긋나며 하은을 떠난 세미는 꿈결 같고 마법 같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처음엔 걱정이 있었어요. 세미가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더라고요. 괜찮은 게 맞는지, 관객들에게 미워보이진 않을지 감독님에게 여쭤봤어요. 그래서 변화를 주기도 했어요. 짜증을 덜 내거나, 화를 내는 걸 줄이거나, 웃으면서 말하는 것으로 바꾸거나. 세미가 미워 보일 수 있고,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결국 마지막엔 하은이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이해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쌓여왔던 세미에 대한 답답함도 조금은 해소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걱정은 있었지만 마지막에 극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을 위한 장치로 작용하지 않았나란 생각을 했죠.”



세미는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은 지 궁금하고, 애가 타 자꾸 확인받고 싶어 한다. 반면 하은은 자신의 깊고 복잡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어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려 한다.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세미, 하은 그 자체로 보이는 박혜수, 김시은이다.

“그동안 맡았던 모든 역할 중 가장 저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어요. 처음 리딩 때부터 제가 만들고, 생각한 세미를 보여드리고 나서 피드백이 궁금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칭찬을 해주셔서 처음엔 불안하기도 하고,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어요. 꾸준히, 한결 같이 좋다고 칭찬해주시니까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저에 대한 믿음이 되어서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세미를 만드는데 아이디어를 냈어요. 행동, 말투, 감독님과 촬영 전날까지도 어미 하나까지 말씀드리면서 디테일을 잡아갔어요.”

앞서 박혜수와 조현철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배우 대 배우로 호흡을 맞춘 바. 이번 ‘너와 나’에서 두 사람은 배우 대 감독으로 만나게 됐다. 박혜수는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조현철에 대해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배우로 만났을 땐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어요. 현장에서 말씀이 없으셨거든요. 그래서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진 못했어요. 감독님으로서 작품을 통해 뵙고 나니까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화를 할 때 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가져왔던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서 영화에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지, 감독님의 철학을 많이 알게 됐어요. 감독님은 이 영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간에 넓은 의미의 사랑에 대해 또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걸 느꼈어요. 그런 점에서 선배님으로서, 감독님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꼈죠.”



지난 2021년, 학폭 의혹에 휩싸인 박혜수는 당시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진실공방이 이어졌고, 박혜수는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이미 촬영을 마치고, 첫 방영을 앞두고 있던 드라마 ‘디어엠’은 국내 방영이 무산되기도. 배우 리스크를 안고 가기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조현철 감독과 제작사는 박혜수를 향한 ‘믿음’으로 동행을 결정했다.

“당시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신뢰해주시고, 함께하는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했어요. 당연히 죄송한 마음이 컸고요. 그 결정을 해주신 것에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으로 만드는데 온힘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너와 나’ 개봉 이후 지난 26일 자작곡을 공개한 박혜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기에 제목 또한 ‘너와 나’다. 본격 활동 날갯짓을 시작한 박혜수에게 ‘너와 나’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터.

“‘너와 나’라는 작품이 저에게는 엄청 의미가 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자체가 저에게 너무 감사한 일이죠. 개봉하고, 관객들을 GV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들떠있기도 하고, 감사해요. 영화와 관련된 스케줄이 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너와 나’를 사랑하려 해요. 이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네요. ‘너와 나’를 잘 보내주는 법을 익혀야할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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