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들’, 외면해선 안 될 약자의 그늘 [씨네리뷰]
- 입력 2023. 11.01.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사건이 일어난 1999년, 재심이 진행된 2016년. 그리고 외면해선 안 될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시 마주하는 2023년.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이 사건의 진실과 사라진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던지고자 한다.
'소년들'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 할머니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9일 만에 동네 소년 3인이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되고,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과 함께 수사는 일사천리로 종결된다.
이듬해 완주경찰서 수사반장으로 부임해 사건을 해결해 가던 황준철(설경구)은 진범을 제보하겠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사건을 다시 파헤치던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재수사에 나선다.
이미 다 끝난 사건을 들쑤시는 황준철이 거슬렸던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유준상)은 재수사를 방해한다.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황준철은 좌천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황준철 앞에 피해자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이 나타나 사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른바 ‘재심사건’으로 유명한, 1999년 전북 완주군에서 발생했던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소재로 재구성한 영화다.
영화는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에 이어 정지영 감독의 ‘실화 3부작’으로도 불린다. 과거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오랜 시간 걸쳐 진행된 사건이기에 정지영 감독은 관객들의 몰입을 돕고자 ‘황준철’이라는 인물을 극에 투입했다. 또 그가 느끼는 의구심과 분노에 공감할 수 있도록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을 점층적으로 배치하는 구성을 택했다. 이를 통해 소년들의 무죄가 입증되기까지 걸린 17년의 시간 속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회 전반적으로 내제되어 있는 약자를 향한 시선, 문제의식을 꼬집지만 다소 투박하고, 올드한 느낌의 연출은 아쉽다.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하는 촌스러운 대사,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연출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초반 균형을 잃은 것인지 강렬하게 타오르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긴장감으로 마무리 돼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진성성 하나로 뭉친 배우들은 진심 어린 연기를 펼친다. 영화 ‘공공의 적’ 이후 오랜만에 형사 역으로 돌아온 설경구는 진범을 잡기 위한 형사의 열의와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좌절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전면으로 나서는 진경 역시 호소력 짙은 연기로 울림을 전한다. 허성태, 염혜란, 서인국도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우정출연한 조진웅도 적은 분량에도 불구,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오늘(1일) 개봉된 ‘소년들’은 15세이상관람가다. 러닝타임은 123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