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 수지 "두나 만나 치유받아, 30대 더 기대 된다"[인터뷰]
입력 2023. 11.04. 08:00:00

수지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이두나!'가 저에게 남긴 거요?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순간이었어요. 두나의 외로움과 상처를 함께 하면서 저도 치유가 됐거든요. 다 채워진 느낌이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는 수지에게 아픈 손가락이자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작품이 됐다. '이두나!'를 떠나보낼 때 눈물을 왈칵 쏟아낼 만큼 각별한 애정을 느낀 작품이다.

지난달 20일 전편 공개된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두나!' 공개 후 취재진과 만난 수지는 "중간중간에 편집본을 보긴 했는데, 완성본을 보고 나니 촬영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오르더라. 만감이 교차했다. 촬영했을 때의 감정들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면도 보였다. 여러 감정들이 지나고 난 후 다시 집중해서 정주행 하고 싶다"라고 작품을 공개한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수지가 맡은 이두나는 눈에 띄는 외모와 특출난 실력으로 최정상의 위치에 있던 K-아이돌 ‘드림스윗'의 멤버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무대를 이탈하고 돌연 자취를 감춘 채 숨어버린 인물이다.

"두나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감정이 널뛰는 인물이다. 그런 두나의 표현 방법이 마음이 쓰였다.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두나의 감정들이 저는 다 이해가 됐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미쓰에이 출신이기도 한 수지는 '두나'의 상황에 더 감정이입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두나가 '평범한 것'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 '평범'이 마치 자신의 큰 꿈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에게도 '평범'이라는 단어가 큰 의미였다. 대본을 볼 때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공감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두나는 일만 하면서 지내왔다. 자신에게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저도 약간 그런 시기가 있었다. 너무 쉴 틈 없이 일만 하다 보니까 시간이 있어도 시간을 잘 못쓰고 지나간 느낌이 들더라. 저도 그 시기 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깨달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던 두나처럼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근데 두나처럼 그 순간을 인지하지는 못했다. 두나의 그때그때 온전하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 되돌아봤다. 두나만큼 힘들었던 적 있었던 것 같은데 제 스타일대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만의 생각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했다. 최대한 다른 것에 집중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수지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직접 아이디어를 내 '두나'가 겪은 상황들의 디테일을 살리기도 했다고.

"편의점 신을 예로 들면 밖에 나갔을 때 대중분들이 '이두나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면서 말을 거는 경우보다는 갑자기 수군수군 거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부분들을 더 리얼하게 살렸으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이야기했었다. 또 다른 사람이 그냥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캡처했을 뿐인데, 자신을 카메라로 찍는 줄 알고 흠칫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부분도 리얼하게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다."

두나처럼 '연예계 은퇴'에 대한 생각도 있었을까. 수지는 "항상 그런 생각은 한다. 근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매 순간 더 최선을 다하게 된다.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늘 이 작품이 마지막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배우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수지는 '이두나!'를 통해 오랜만에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소화했다.

"극 중 드림스윗 멤버가 5명이다. 합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오랜만에 멤버들과 합을 맞추는 게 새롭고 묘하더라. 미쓰에이와 드림스윗은 콘셉트 자체가 달랐다. 그때의 저와 드림스윗 두나가 겹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스타일링 등을 통해서 차별점을 주려고 노력했다."

드림스윗 멤버로 배우 고아성이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수지는 "(고아성) 언니는 무대에 오르니까 눈빛이 다르더라. 시선을 확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 감탄했다"라고 칭찬했다.

극 중 이두나는 이원준에게 끊임없이 '플러팅'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플러팅' 대사들이 어렵지 않았냐 묻자 "처음에는 민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촬영할 당시에는 이미 두나에 몰입해 있었다. 그냥 원준이가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웃음). 두나가 일방적으로 원준이를 놀린다. '최대한 막 해야겠다', '원준이를 당황시켜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라고 답했다.

연상연하 케미를 보여준 이원준 역의 양세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호흡이 정말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상연하 커플처럼 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장난도 더 많이 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호흡을 맞출 때 (양세종) 오빠가 리액션이 정말 좋았다. 리얼한 감정이 나올 수 있도록 리허설할 때와 다르게 할 때도 있었는데 그걸 정말 잘 받아줬다. 덕분에 더 두나와 원준의 케미가 더 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두나!'는 '사랑의 불시착' '로맨스는 별책부록'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라이프 온 마스' '굿와이프' 등으로 '로맨스 장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장르를 넘어 세련되고 과감한 연출을 보여온 이정효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다.

처음으로 이정효 감독과 호흡을 맞춰 본 수지는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시는 감독님은 처음"이라며 "정말 좋은 질문을 많이 던져주셨다. 좋은 질문은 질문 자체로 이미 답이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질문 덕분에 심도 있게 두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물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들이 정말 재밌었다. 현장에서 얻는 것도 정말 많았다. 감사하게도 제가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 수용해 주셨다. 많이 섬세하시다. (양) 세종 오빠는 감독님에게 '천재'라고 부르기도 하더라(웃음)"라고 이 감독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두나!'를 마친 수지는 이미 차기작으로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 출연을 확정했다. '다 이루어질지니'의 주연을 맡게 된 수지는 2016년 종영한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7년여 만에 김우빈과 재회한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서로의 생사여탈권을 쥔 감정과잉 지니와 감정결여 가영이 행운인지 형벌인지 모를 세 가지 소원을 놓고 벌이는 스트레스 제로, 아는 맛 로맨틱 코미디로 12부작으로 제작된다. 오는 2024년 온에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에는 아픔이 있는 캐릭터들이 저에게 잘 오지 않았다. '안나', '이두나!'를 통해 그런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작품을 고르는 저만의 기준들을 확실히 알게 됐다.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들에 끌리더라. 그 캐릭터의 감정들이 이해가 되고, 또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들에 끌리더라. 요즘 특별하게 끌리는 캐릭터들은 재밌고 웃긴 작품들이다. 코미디도 꼭 해보고 싶다."

10대에 데뷔한 수지는 어느덧 올해 데뷔 13주년을 맞았다. 10대, 20대를 지나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수지는 "(나이 드는 게) 너무 좋다. 아직 젊고 더 먹어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더 성숙해진 내가 더 기대된다"라며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는 언제 들어도 너무 좋다.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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