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정범식 감독 "장르적인 유희 느껴주길"[인터뷰]
입력 2023. 11.07. 14:30:00

정벅식 감독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호감도와 신선함이 주요한 키워드"

'기담', '곤지암' 등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뉴타입 공포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제는 일상이 공포가 돼버린 현실을 리얼하게 풀어내 장르적인 유희를 전한다.

'뉴 노멀'은 공포가 일상이 돼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린 스릴러다. 공포물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은 정범식 감독이 '곤지암'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정범식 감독이 말하는 '뉴 노멀'은 '호감도'와 '신선함'이다. 그는 "이제는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보니까 어떤 걸 내세워야 할지 고민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객분들의 반응 있다면 하던 대로 하면 안 될 거 같다"며 "서스펜스는 죽음의 정의가 가까이 있는 거라 생각한다. 흉기를 휘두르고, 백화점에서 칼부림 사건이 나고 전국 곳곳에서 살인 예고가 나고 있다. 예전에도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있었나 싶었다. 세상 자체가 서스펜스로 가득 찼다고 생각했다. 이런 세상에 살게 됐다는 시선에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뉴 노멀'은 6명의 인물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다.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여섯 인물이 어떻게 얽히게 되는지, 어떤 사건이 이어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 속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이어진다.

정 감독은 "항상 고민을 많이 한다. 영화감독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극장을 다니면서부터다. 혼자보다는 관객들과 함께 본다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점점 개인화되고, 큰 TV가 있으면서 영화 보기에 대한 즐거움이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든 나쁘든 변화니까 저는 '무슨 영화를 만들어야 될까', '새롭게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과는 어떤 만남을 가져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트렌드를 다 읽었다기 보다는 세상이 복잡하니까 복잡한 것은 싫어하고 무겁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옛날 고전 영화의 서스펜스나 호러를 주는 방식을 차용하되 호흡은 젊은 세대가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야기의 구성에 대해 "이번에는 구성할 때 등장인물들을 관객이 동화되는 관계성이 없이 길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외모, 옷차림, 유니폼을 보고 직업을 유추하는 정도로만 만들어봤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가정환경 등이 없이 등장인물과 연관된 사건만 있다"며 "뉴 노멀의 시대가 알게 모르게 연결돼 가고 있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서 새롭게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전하는 현실 문제 중 하나인 '고립', '단절'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들도 서로의 이야기를 모른 채 진행됐다. 정 감독은 "연기하는 것도 여섯 명의 인물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게 했다. 배우들은 저와 일대일로 만났다. 연결은 제가 시키는 거고 그 연결을 관객분들이 발견하게 되는 구성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와 누가 맺어지고 하는 것이 현실 같지 않고 극화되는 거라 생각했다. 칼부림 등 일련의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 현실이 더 영화같지 않았나. 영화는 현실을 못 따라가는 느낌을 주면 안 될 거 같았다. 임팩트를 주기 위해 극적인 것들을 가공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따라가다 보면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서스펜스를 느끼고, 연결됨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전의 서스펜스와는 차별화를 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뉴 노멀'은 '기담'을 통해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정 감독은 "코로나를 뚫기 위해 만든 영화다. 그러면서 고립이라는 키워드를 장르적으로 가져가게 되고 스크랩한 사건 사고들이 나뉘어 있다기보다 챕터들이 가이드가 됐다"며 "'기담'이 영감이 됐다. '기담'도 날짜별로 이어지는데, '뉴 노멀' 역시 날짜별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또한 미국 시트콤 같기도 하고, 올드 디즈니 형식으로 만들어 서스펜스 영화들의 촬영술을 가미했다. 총망라된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더욱이 '뉴 노멀'은 스릴러, 서스펜스 장르와 다르게 밝은 분위기와 음악이 눈길을 끌었다. 가수 윤상이 음악 감독에 참여해 트렌디하면서도 유니크한 사운드로 색다른 긴장감을 전했다.

정 감독은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해서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오히려 관객분들이 너무 많은 작품을 보다 보니까 패턴화돼 있는 영화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는 거 같아 새로운 시각으로 타계해 나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서도 음악 감독님을 구하지 못했다. 어떤 곡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윤상의 '달리기' 노래를 힘들 때마다 듣는다. 그래서 문득 연락을 드려서 부탁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며 "음악 스펙트럼이 정말 넓었는데 덕분에 고급스러운 음악이 나온 거 같다. 특히 로맨틱한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는 그룹 라이즈(RIIZE) 앤톤이 같이 해줬다고 하더라. 개봉하고 나서 알았다"고 웃었다.

정 감독은 음악이나 연출뿐만 아니라 캐스팅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지만, 구성 자체도 색다르게 했기 때문에 신선한 조합을 원했다. 그래서 연기도 잘하지만, 호감도가 있는 그런 배우들을 원했다"며 "그래서 처음 연기하는 친구들을 하고자 했는데, 그게 정동원, 표지훈, 하다인이었다. 또 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거 같았던 최지우가 해줬다. 예상하지 못한 캐스팅이지만 이미지가 폭발력이 생기는 것에 대한 조합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신선한 조합이 됐다"고 전했다.


정범식 감독은 '기담'으로 데뷔해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으며, 이후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곤지암'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갔다. 'K-호러 마스터'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도전을 해왔다. 그가 말하는 스릴러 장르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시각적, 소리 적인 디자인이 다 들어 있는 것이 호러 영화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시각, 청각을 통제하고 만들어 내는 재미가 있다. 배우분들이 잘하는 영화를 하는 것보다 이런 장르를 더 선호하는 거 같다. 끔찍한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관객을 밀고 당기는 것을 즐긴다. 형식미를 즐기는 감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 노멀'은 개봉 전부터 해외 각종 영화제로부터 부름을 받으며 극찬을 받았다. 정 감독은 "외국에서는 정말 많이 탄성을 자아내고 웃어야 하는 부분에서는 깔깔대고 웃으면서 즐겨주시더라. 한국 관객분들도 느끼는 대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시대적인 메시지가 통용되는 부분이 있으면서 영화의 장르적인 부분을 골고루 담았다고 해줬는데 이게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이다. 장르적인 유희는 극장에서 느껴주시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스릴감과 서스펜스를 유도하지만 블랙 코미디의 유머를 곁들인 예상치 못한 웃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는 "독일의 한 영화제에서 서스펜스와 귀여움, 블랙 유머가 다양하게 담긴 '독특한 비관론'이라고 표현했더라. 제가 생각했던 부분을 잘 집어줬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장르적인 유희를 철저하게 느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감독은 "어떻게 하면 서스펜스적인 임팩트가 있을까 싶었다. 여섯 인물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들겠다 싶은 계산이 있었다. 구성이 새롭다는 칭찬도 좋지만, 배우들의 새 얼굴을 보여줬다고 했을 때 협업이 잘 된 거 같아 뿌듯했다.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가 되는, 장르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있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 좋은 반응을 일으켜 관객분들을 영화관으로 이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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