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 '뉴 노멀' [씨네리뷰]
입력 2023. 11.08. 07:00:00

'뉴 노멀'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세상이 요지경 속이다. 어쩌다 공포가 일상이 된 세상이 온 걸까. 칼부림, 인신매매, 스토커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담아낸 영화 '뉴 노멀'이다.

영화는 뉴스 리포팅으로 시작한다. 흉흉한 소식을 먼저 전하며 일상과 죽음이 맞닿은 6명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최지우가 나선 첫 번째 챕터는 연쇄 살인을 소재로, 혼자 사는 여자의 불안을 나타냈다. 정동원이 나선 두 번째 챕터는 선의를 베풀었다가 악의가 된 인신매매 이야기를 담는다.

이유미, 최민호, 표지훈, 하다인 주연의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데이팅 앱, 칼부림, 청년 고독사를 비롯해 스토킹, 살인 예고 등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끔찍한 사건 속 공포를 기반으로 한다.


'고립', '단절'은 이 영화를 표방한 키워드다. 고독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뉴 노멀'은 상관없어 보이는 각 에피소드들이 시간별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형식을 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기묘한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어느새 소통보다 단절이 익숙해진 지금, 에필로그에서 이어지는 혼밥 장면 역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설명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뉴 노멀'의 주요 포인트는 최지우, 표지훈, 하다인의 새 얼굴을 발견해 냈다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로맨스 이미지가 강한 최지우가 스릴러에 도전하며 변신을 꾀해 섬뜩한 표정, 눈빛 연기는 반전을 전한다. 표지훈 역시 파렴치한 로맨스에 빠진 취업 포기자로 분하며 신선함을 전달했고, 신예 하다인의 거침없는 날 것의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외에도 최민호, 정동원, 황승언, 예린 등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주인공이 다 다르고 서로 다른 사건과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다. 또 뚜렷한 결말보다는 사건이 나열되는 정도다. 아울러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불쑥 들어와 유쾌하지 않은 농담을 건네는 가스검침원 정훈(이문식), 옆집 여자를 스토킹하는 기진(표지훈)의 지나치게 묘사되면서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상을 소재로 한 리얼함과 영화적인 상상력을 자아낸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뉴 노멀'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을 곱씹으며 씁쓸하지만 공감대를 자아내기도. 또한 무거운 이야기에 반해 어둡지 않은 화면의 분위기와 음악을 통해 시청각적인 설계를 더 해 신선함을 전한다. 기존의 스릴러 형식을 답습하지 않은 정범식 감독만의 또 다른 새로운 장르의 서스펜스를 엿볼 수 있다.

8일 개봉. 15세 관람가.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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