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봄’, 깊이가 다른 연기·연출…141분 러닝타임 ‘순삭’ [종합]
- 입력 2023. 11.09. 18:12:0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미친 연기와 연출이다.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고 있던 그날, 그 시간의 공기까지 담아냈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식)이 철저하게 감춰졌던 그날의 생생한 현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서울의 봄'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서울의 봄’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김성식 감독,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이 참석했다.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이 1979년 12월 12일, 고3 때 한남동에서 총소리를 직접 들은 후 꾸준히 품었던 의문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김성수 감독은 “19살, 고3 때 저희 집이 한남동이었다. 육군참모총장이 납치 될 때 총소리를 들었다.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꽁꽁 숨겨져 있었다. 30대 중반이 되어 알게 됐을 때 당혹스러웠고, 놀라웠다. ‘이렇게 쉽게 우리나라 군부가 무너져 내렸나?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라며 “지금까지 44년이 지났는데 마음속에 놀라움과 의구심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국 현대사의 운명적인 전환점이 되었나에 화두를 던졌다. 오래된 숙제를 갈음해서 보여드리고자 했다”면서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되면 각자 살아온 생애, 가치관, 세계관을 결정하고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79년도 12월 12일로 돌아가서 제가 생각하는 그 상황을 재현한 다음, 여기 휩쓸린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판단을 하는지 상상력을 가미해 극화시켰다. ‘이런 상황을 경험해보세요’ 하면서 궁금증이 생기면 진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을까 생각하며 만들었다”라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김성수 감독은 사건의 큰 틀은 사실에 맞게 구축하되 그 안의 인물들의 성격과 구체적인 행적은 영화적으로 창작했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립을 큰 축으로 놓고, 신군부의 핵심인 전두광과 진압군의 핵심인 이태신을 중심으로 그 대결과 공방을 두드러지게 묘사했다.
김성수 감독은 “처음엔 다큐멘터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사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신군부, 전두광 패거리에 끝까지 맞서는 이들, 그들이 끝까지 맞섰기에 내란죄와 반란죄가 입증됐다. 그들이 아무도 맞서지 않았다면 (전두환 패거리는) 승리자로 기억됐을 것”이라며 “그들과 맞섰던 훌륭한 군인, 진짜 군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반란군 승리의 역사가 아닌, 그들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과를 다 알고 있지만 양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역사 기록을 샅샅이 봤지만 각색 작업을 하면서 실제 기록을 뒤로 밀어 넣고, 그중 어떤 것이 역사 기록이고 가상인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재밌는 얘기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 아저씨들이 우리나라를 책임지던 대단한 군인인데 순간순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어떤 사람들은 탐욕의 세력을 따라가기 위해 묵인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봤으면 했다. 짧은 시간 엎치락뒤치락하는 걸 보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역사가 큰 전환점을 맞이했지 않나. 80년대는 저의 20대인데 절망감, 패배감이 수류탄 안에 갇혀 흘러갔다는 아쉬움이 있다. 다큐를 재현하기보다 제가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법정에 서서 판결을 받았음에도 신군부 세력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며 제 멋대로 만들고 싶었다. 이를 배우들이 해석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표현해줬다”라고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