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로 쓴 치욕의 역사, ‘서울의 봄’ [씨네리뷰]
- 입력 2023. 11.11. 09: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여러 감정이 휘몰아친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141분의 러닝타임이 긴박하게 흘러간다. 치욕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식)이다.
'서울의 봄'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은 권력 찬탈을 위해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동원해 군사반란을 일으킨다.
전두광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은 12.12 당일, 서울로 전방부대까지 불러들이는 전두광에 맞선다.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태신의 진압군 사이, 목숨을 건 9시간이 흘러간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영화는 40여 년 전 당시 고3이었던 김성수 감독이 한남동에서 직접 들었던 총성에서 시작됐다.
12.12 사태에 대한 자료는 회고록과 평전, 기사 등에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군사반란이 전개된 9시간 동안, 반란군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와 모의가 오갔는지는 남아있지 않다. 김성식 감독은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9시간을 상상력을 더해 영화적으로 긴박감 넘치게 재구성했다.
영화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졌던 쿠데타 현장을 실제로 목격하듯 생생하게 직조한다. 공수가 몇 차례 바뀌는 일진일퇴의 공방은 물론, 수많은 이들의 욕망과 명분이 뒤얽힌 인간 군상을 담아낸다. 대규모 대치신과 총격전은 마치 그날,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실감을 전한다.
배우들의 명연기도 영화의 강력한 무기다. 예고편 공개 후 화제를 모았던 황정민의 분장은 시작에 불과할 뿐. 황정민은 하극상, 권모술수, 탐욕의 민낯을 온전히 담아내 모든 신을 압도한다. 특히 마지막, 화장실 안에서 터트리는 광기 어린 웃음소리는 소름을 유발한다.
반란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도 연기에 진심을 담은 듯 열연을 펼친다. 그 외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정만식, 유성주, 안내상, 최병모, 김성오, 안세호 또한 빈틈없는 연기로 긴박했던 순간을 완성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가슴 한편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더 나아가 분노가 온 몸을 덮칠 것이다. 그리고 ‘79년 12월,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하고 되묻는다.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꾼 그 날, 반드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극장 개봉된다.
‘남산의 부장들’로 10.26 이면을 영화화했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10여 년 전부터 기획했던 작품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 등을 만들었던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러닝타임은 141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