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병동' 연우진 "운명처럼 만난 작품, 따뜻한 위로 받았다"[인터뷰]
- 입력 2023. 11.15. 09: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서 어른들의 성숙한 연애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서로를 치유해주는 사랑이요.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어요.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부합할 수 있는 멜로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연우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박보영)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연우진은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역을 맡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공개 후 취재진과 만난 연우진은 "드라마 제작사나 업계 관졔자 분들이 연락을 정말 많이 주셨다. '우리 작품이 잘 순항하고 있구나' 느꼈다. 작품이 12부작이라서 중간 중간에 끊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한 회 한 회마다 디테일하게 피드백을 주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서 참 좋았고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연우진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출연을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재규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 그는 "이재규 감독님과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또, 대본을 봤을 때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주고, 또 공감을 이끌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독특한 소재이긴 하지만 독특함이 대중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도 이 작품은 의미가 굉장히 큰 작품이다. 전작인 '서른 아홉',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모두 따뜻한 드라마다. 서른 후반이 되면서 인생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바뀌고 변화가 있는 시점이었다. 저에겐 두 작품 모두 정말 따뜻한 작품이다. '잘하고 있어', '잘해왔어'라고 위로를 주는 캐릭터였다. 안할 이유가 없었다"라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우진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어른들의 동화'라고 표현하며 "누구나 감추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각자만의 결핍이 있지 않나. 이 드라마는 그런 부분을 다 채워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특정한 빌런 없이, 따뜻한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님의 그런 시선과 방향이 좋았다"고 했다.
연우진이 연기한 동고윤은 무언가에 꽂히면 그것만 보는 엉뚱함과 독특함이 있는 인물. 특히, 동고윤은 시도 때도 없이 손가락을 꺾어야 직성이 풀리는 증세로 굵어진 손가락 마디 때문에 고민한다. 그런 동고윤을 완성하기 위해 연우진은 의상과 헤어 등 겉모습과 분장의 디테일에도 세심한 신경을 쏟아냈다.
"제가 생각할 때 동고윤은 독특함과 괴짜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드라마의 톤앤 매너를 지키면서도 사람들이 (동고윤이 나오면) 쉬어갈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서 동고윤에게 색깔을 입히려고 했다. 비주얼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어떤 포인트가 분명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헤어스타일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과 제가 생각하는 부분이 맞아떨어졌다. 독특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헤어스타릴을 그렇게 구현했다. 디테일한 행동에도 신경을 썼는데, 일례로 의자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고윤은 치질 환자라서 그런 자세를 하면 안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앉아있는다. 성격 때문에 치질에 안 좋은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포기를 하지 못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동고윤 캐릭터와의 실제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는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성격은 맞는 것 같다(웃음). 완벽주의자 성격이 좀 있다. 집요하게 꽂힌다기 보다는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한다. 부탁하는 것도 잘 못한다. 어떤 강박이 좀 있다. 누군가에게는 집요해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답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는 매회 다른 환자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연우진은 연예인 병이라고도 불리는 '공황장애'와 관련한 에피소드에 마음이 더 와닿았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공황장애 환자인) 송유찬(장동윤)의 에피소드가 저에게 감정이입이 잘 됐다. 마음이 쓰이더라. 공감이 됐다. 그리고 업계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고백하기 쉽지 않으실텐데, 이 작품을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그런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숨 쉴 구멍'이 되기도 했구나 생각했다.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회차는 7화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정이 많이 올라와서 눈물이 많이 흘렀던 기억이 난다"라고 털어놨다.
연우진은 곧 40대를 맞이한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경계선에서 그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만난 것이 '운명'이라고 이야기했다.
"40대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고 겁이 난다. 하지만 제 자신을 믿는다. 크케 후회될 일 없이 잘 살아왔다. 잘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 두려움은 차츰 사라지지 않겠나. 이번 작품은 그 경계에서 운명처럼 만났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있는 시간이 됐다.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그냥 저냥 흘러갔을 것 같다. 좋은 사람, 좋은 연애,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덕분에 마흔을 잘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