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한 바퀴' 용산구 동자동·한강로동, 가마솥 미역국→한지 뜨개 공방
- 입력 2023. 11.18. 19:1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서울 용산구의 동자동, 한강로동을 살펴본다.
'동네 한 바퀴'
18일 오후 KBS1 '동네 한 바퀴'에서는 '함께 간다 그 길 – 서울시 동자동, 한강로동' 편이 방송된다.
외국 대사관 50여 개, 용산구는 명실상부한 외교 1번지다. 대사관이 밀집된 골목을 걷다 구수한 밥 냄새가 나는 가게 앞에 멈춰 선다. 오픈 주방 가운데 눈에 띄는 가마솥은 세 개지만 메뉴는 미역국 정식 하나다. 단정하고도 깔밋한 미역국 한 상을 선보이는 주인장은 20년 경력의 양식 셰프. 20년 동안 쉼 없이 일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그만큼 가정에 소홀해지고 건강도 잃었단다. 미역국을 통해 본인의 행복을 찾았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의 행복도 찾아주고 싶다는 셰프의 정성스러운 미역국을 맛본다.
서울역 맞은편, 빌딩 숲 그늘에 서울 최대 규모의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1평 남짓한 쪽방 1,200여 개, 거주민은 약 900명에 이른다. 좁고 낡은 골목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찬 쪽방촌을 걷다 주민들을 만난 동네지기.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있다고 해 따라간 곳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사업 중 하나인 동행식당이다. 동행식당은 서울시가 쪽방 주민들에게 매일 8000원 상당의 식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정된 식당에서 하루 한 끼라도 건강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시행된 동행식당은 현재 서울 5개 쪽방촌의 민간 식당 43여 곳이 함께 하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는 서울시의 복지사업은 동행식당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무료로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행목욕탕도 있다. 마땅히 씻을 곳이 없는 쪽방 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고,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목욕업 소상공인을 돕는 상생복지모델로 꼽힌단다.
동행식당에서 마음의 허기까지도 채운 이만기는 쪽방촌에 생긴 특별한 가게, 온기창고로 향한다. 온기창고는 쪽방 주민이 필요한 생필품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가져갈 수 있는 창고형 매장으로, 줄서기식 선착순 배분이 아닌 적립된 포인트 한도 내에서 후원 물품을 지원받는 서울시의 수요맞춤형 배분 시스템. 지난 7월에 개소한 온기 창고는 쪽방촌 주민들의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 자존감과 자립의 기초를 세워줄 뿐만 아니라, 선착순 배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줄였다고 한다. 늘 곁에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치던 동자동 쪽방촌 역시 서로가 보듬고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동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조금 더 환해진 동자동 쪽방촌의 동행을 함께 해본다.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 사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용리단길'을 걸어본다. 거리를 걷다 독특한 귀걸이를 한 남자를 만난다. 용리단길에서 부부가 꾸려가고 있는 가게는 'K-오마카세' 횟집. 매일 아침 노량진시장에서 직접 공수해 숙성한 제철 생선회와 특수 부위로 만든 요리가 주메뉴다. 30년 전, 요리사와 손님으로 만난 4살 차이의 연상연하 부부. 20년 전 가게를 차리기 전까지 사기도 여러 번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안빈낙도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베푸는 즐거움을 아는 부부의 행복 철학을 들어본다.
여름엔 팥빙수, 겨울엔 팥죽.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지만 그래서 조금은 고루한 식재료, 팥. 그 오래된 편견을 깬 팥 디저트 가게를 발견한다. 쿠키, 샌드, 라테, 케이크까지 겉보기엔 일반 디저트 같아 보이지만 모두 팥을 재해석한 디저트들. 본인을 파티시에가 아닌 '팥티시에'로 소개하는 주인장은 기본 재료인 최상품 팥을 찾기 위해 전국의 팥을 모아 직접 맛보고 선별할 만큼 팥에 진심이라는데. 달콤한 팥의 세계로 안내하는 팥티시에의 고집과 진심이 담긴 디저트를 음미해 본다.
동네지기 이만기는 가을 정취를 따라 남산 아래 이태원동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평범한 다세대 주택 한 칸을 헐어 만든 자그마한 공방을 마주한다. 17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방에 뜨개 공방을 들여놓은 딸. 질기고 튼튼한 한지 실과 면사를 섞어 가방, 모자, 러그 등의 멋스러운 생활 소품을 만들고 있다. 유년 시절, 어머니는 가내수공업으로 전국 아낙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쳤다는데 얼굴도, 야무진 손끝도 엄마를 빼다 박은 딸은 니트 디자이너로 오래 일했단다. 한 땀 한 땀 엄마와의 추억을 뜨는 한지 뜨개 공방의 딸을 만나본다.
널따란 대로변을 사이에 둔 높다란 건물들, 오늘날의 용산을 대변하는 한강로동의 풍경이다. 그 사이로 작아서 오히려 눈에 더 띄는 라면집을 발견한다. 24년 전, 같은 자리에서 구멍가게를 하던 부부는 라면집을 하겠다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자리를 내줬단다. 그러나 부지기수로 문을 늦게 열어 잔소리를 들은 아들은 '긴 외출'을 떠나고, 그렇게 부부는 아들에게서 얼떨결에 라면집을 물려받게 됐단다. 어쩌다 하게 된 라면집이 어느덧 20년. 라면 한 그릇도 정성으로, 언제 가도 변함없는 맛으로 거리의 허기를 달래주는 부부의 라면을 맛본다.
'동네 한 바퀴'는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에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