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전2’ 조진웅, 5년 전 의상을 꺼내 입으며 [인터뷰]
- 입력 2023. 11.30.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엔딩 때 입었던 의상이 옷장 끝에 있더라고요. 그걸 꺼내 입으니 냄새도 나고,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까마득히 생각이 하나도 안 나다가 의상을 보니 그때 생각이 떠올랐어요. 독특한 경험이었죠.”
'독전2' 조진웅 인터뷰
조진웅이 5년 만에 다시 원호의 옷을 꺼내 입었다. 2018년 개봉된 ‘독전’에 이어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독전2’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독전2’는 ‘독전’의 미드퀄(전작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 중간에 일어났던 일을 다룬 후속작) 형식이다.
‘독전2’는 조진웅, 차승원 등 전편의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 가운데 변화도 있다. 1편에서는 이해영 감독이 연출했지만 2편은 백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
“(백감독에게) 디렉션을 받고 그런 건 없었어요. 1편 때도 마찬가지였죠. 이해영 감독님은 ‘한꼬집’이 생각나요. ‘연민을 한꼬집만 더 넣을까?’라고 하셨죠. 그만큼 디테일한 감정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1편을 해서 그런지 신뢰를 보내주셨어요. (백)감독님은 ‘저는 쓸 데 없는 거 안 찍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숏이 쓸 데 없는지 모르겠지만 감각적으로 잘 계산해서 촬영하셨죠. 영화 환경은 특수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팀으로 모여 단시간 내에 작업하고 가는 것이죠. 감독님은 경제적으로 촬영을 잘 이끄셨어요. 스태프들과 소통할 때도 디렉션을 바로 내리고, 그 안에서 바로 컨펌을 해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배웠죠. 효과적이고, 경제적이었어요. 캐릭터도 상당히 많이 열어두시고, 놀 수 있게끔 해주셨어요. 작업할 때 굉장히 즐거웠죠.”
전편에서 서영락 역을 맡았던 류준열의 출연이 불발되면서 ‘독전2’의 락 역은 신인 배우 오승훈으로 교체됐다.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진하림(변요한)의 의붓동생이자 중국에서 온 마약 거물 큰칼 역에 한효주가 분했다. 전편과 다른 결의 2편임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원호의 해방, 고통스러운 여정, 자신의 신념에 대한 허망감으로 와 있는 혼돈스러운 질문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헤어 나올 수 있게끔 깊이 있게 조망해보니 풀어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가야하는 게 원호에겐 맞는 것 같았죠. 그래서 안아줬어요. 그렇게 가길 원했고요. 1편은 열린 결말이 되다 보니 해결이 안 되는 게 있었어요. 아쉽다는 건 아닌데 더 먹먹해짐이 생겼죠. 그 부분에 대해 지점들이 생겨나니까 잘 떠나 보내고 싶었어요. 그게 이 영화를 하는 주된 목적이고, 고생한 원호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았죠.”
조진웅은 전작에서 보여준 원호의 연장선인 점을 생각하며 익숙하게 하되 주된 지점을 향해 돌진하는 캐릭터의 집념을 조금 더 소신 있게 그려냈다.
“‘얼마나 더 푸석해질 수 있을까’ 질문을 했어요. 나는 그 속에 어떤 건조함이 있고, 무엇이 메말라 왔을까. 2편에서는 조금 해결되는 것 같았죠. 아끼는 덕천이가 죽고, 그 과정들에 제가 더 푸석해지고, 메마른 정서를 가지게 됐죠. 시나리오에 조금 더 많은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에 도착해야 했어요. 그래서 원호라는 캐릭터를 잘 보낼 수 있었죠. 원호의 정서 상태, 가늠할 수 없지만 분명 시나리오에는 ‘죽는다’고 나와 있으니 죽음으로 인해 이게 맞다 싶었어요. 극단적인 단어로 ‘해방’이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독전2’는 1편의 엔딩인 노르웨이에서 들린 총성이 어디로 향했는지 보여준다. 여운 가득했던 전편의 열린 결말을 닫힌 결말로 바꾼 점에 대한 혹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조진웅은 메마른 정서까지 갈 수 있던 ‘과정’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주안점은 메마른 정서까지 갈 수 있는 과정을 잘 밟아야겠다 싶었어요. 다른 결은 없었죠. 1편 때는 ENG 카메라를 달아놓고 촬영한 적 있는데 이해영 감독님이 ‘마음대로 해보라’ 하시더라고요. 여러 가지 것들을 했더니 감독님이 많이 건졌다고 하셨어요. 그런 과정들도 생각났죠. 어떻게 연기해야겠단 생각은 없었어요. 외롭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5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생생하게 떠올랐죠. ‘왜 우리는 다 불쌍하고, 외롭지?’ 배우 조진웅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진 여정이었어요. 5년 전과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질문을 또 하고 있는 게 신기했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