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준 “블랙코미디 같은 ‘서울의 봄’,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인터뷰]
- 입력 2023. 12.04.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쾌속 질주 중이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올해 하반기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100만(개봉 4일째), 200만(개봉 6일째), 300만(개봉 10일째), 400만(개봉 12일째) 관객을 돌파하며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인 것. 그 중심에는 배우 황정민, 정우성과 함께 박해준이 서있다.
'서울의 봄' 박해준 인터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감독님을 만난 후 고민이 해결됐어요. 사실 부분은 가져왔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교류했는지 모르니까. 소설로도 나오고, 드라마니까 인물에 대한 모사, 이런 것들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 영화 완성도나 즐거움, 그런 것들을 생각했을 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을 만난 후 편안해졌죠. 재밌게 촬영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노태건은 전두광(황정민)의 친구이자 반란군의 2인자로, 전두광과 함께 군사 반란을 주도하는 캐릭터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전두광에게 끌려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누구 못지않은 권력욕을 가진 인물.
“그 사람의 말투나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꼼꼼하게 대본을 고쳐가면서 상황들을 봤어요.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대본을 고쳤죠. 그게 되게 어려운 일이에요. 전체적인 틀에서 중간중간 들어가면 저는 편할 수 있지만 감독님이 생각하는 전체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그건 감독님이 계산하시고 더 좋은 거라는 확신이 있으시니 바꾼 거라 생각해요. 신이 살아난 것들도 많았어요.”
노태건은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 박해준은 속내를 예측할 수 없는 의뭉스러움을 보여주면서 적재적소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실제로는 잘 모르지만, 알 수도 없고요. 그 사람이 가진 기본적인 것들만 있으니 잘 모르는데 대본상에서 노태건이라는 인물은 되게 주체적으로 자기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전두광은 행동이 앞서고, 불같다면 뒤에 수습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어떻게 생각하면 유치하게 비유할 수 있지만 독불장군 같은 아빠가 있다면 살림을 맡아 하는 엄마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다가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행동이 앞서면 실수할 일도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항상 의심하고, 체크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전두광을 완벽하게 100% 믿지 않는 느낌도 보였으면 했어요. 뾰족한 일들을 해내기에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를 해두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죠.”
실존 인물을 그려내야 했기에 그에 따르는 부담감도 컸을 터.
“이걸 똑같이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지만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사라졌어요. 정민 선배님과는 ‘이렇게 재밌는 대본이 어디 있어?’ 하면서 (촬영에) 들어갔죠. 그렇게 해야 상상력이 나오고, 재밌는 작품이 나오니까요. 거기 안에 사로잡혀 있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대본에 처한 상황과 한편으로 생각하면 블랙코미디 같더라고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목숨 걸고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표현들이 너무 웃겼어요. 사실 웃은 적도 많아요. 그런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 재밌겠다 싶었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박해준은 전두광의 폭주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면서도 끝내 전두광의 손을 잡는 노태건을 연기하며 밸런스를 맞춰갔다.
“감독님과 처음 미팅을 가지면서 노태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알겠어요’라고 했어요. 예전에 공연을 할 때 조연출 같은 일을 했거든요. 그 연출이 굉장히 독불장군이었어요. 주어진 숙제가 너무 많더라고요. 배우들도 힘들어하고, 힘든 산을 넘어야 하는데 우리의 상황, 갭을 넘기엔 큰 산을 넘어야 했어요. 그러니까 슬리퍼 신고 등산을 해야 하는 일인데 목표 지점은 높은. 한편으로는 이 사람을 포기시켜야 하고, 한편으론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 의심해야 하고, 또 다른 스태프들을 단속 시키는 일들을 했죠. 그 경험을 이 영화에 많이 표현했던 것 같아요.”
제대로 입소문 탔다.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며 연말 극장가에 활력을 더하고 있는 ‘서울의 봄’. 극장가에 흥행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해준에게 ‘서울의 봄’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선배님들과 김성수 감독님을 만난 것. 그게 가장 크게 와 닿아요. 작업하면서 놀랐어요. ‘비트’부터 쭉 해 오신 감독님, 그리고 현장에서 만듦새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냈나 싶었죠. 너무 세련됐잖아요. 사실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요. 관객들이 본 후 분명히 얻고 나가는 게 있을 영화라 생각해요. 재미도 있고, 볼거리도 기가 막히고, 배우들이 꽉 채워져 있으니 이 영화는 어떤 영화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예요. 2시간 20분 정도 되는데 꽉 채워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