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그리워지는, ‘3일의 휴가’ [씨네리뷰]
입력 2023. 12.05. 07:00:00

'3일의 휴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소박하면서 정겹다. 그러나 스크린 밖으로 넘어오는 감정은 크게 일렁인다. ‘엄마’와 ‘가족’이라는 치트키로 끝끝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다.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고 내려온 복자(김해숙)는 진주(신민아)를 만나러 간다. 복자에게 진주는 미국 명문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딸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하나뿐인 딸이다.

딸과의 만남이 기대에 부풀어 있던 찰나, 복자는 생전 자신이 머물던 시골집으로 돌아와 백잔 장사를 하고 있는 진주를 발견한다. 복자는 진주를 설득해 다시 미국으로 보내고 싶지만 휴가 규칙상 대화는 물론, 접촉도 금지다.

딸의 일상을 지켜보던 복자는 진주가 자신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진주는 복자가 자신의 곁에 머무르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한 채,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요리들을 하나씩 만들어간다.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의 이야기를 다룬 힐링 판타지 영화다. ‘나의 특별한 형제’ 연출을 맡았던 육상효 감독과 ‘7번방의 선물’ ‘82년생 김지영’ ‘신성한, 이혼’ 등 각본을 맡은 유영아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영화는 따뜻한 집밥 냄새를 품고 있다. 스팸김치찌개, 수제 두부, 잔치국수, 무만두 등 엄마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추억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음식에 깃든 향수를 자극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바쁘다’는 핑계로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도 생각난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소홀히 여기거나, 지나쳤던 감정들을 다루는 몇몇 장면들은 ‘나’를 돌아보게끔 한다.

이야기에 몰입을 더하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엄마 역할로 ‘국민 엄마’로 불리는 김해숙은 엄마와 딸의 서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세상의 모든 엄마를 대변하는 듯한 현실 연기는 바라만 봐도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든다.

신민아 역시 진주 그 자체로 분한다.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이는 신민아는 진주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신민아, 김해숙의 특별한 케미도 실제 모녀 같은 모습으로 애틋함을 더한다.

두 사람 외 복자의 휴가를 돕는 가이드 역의 강기영, 진주의 단짝 미진 역의 황보라, 젊은 복자 역의 배해선, 어린 진주 역의 박예린‧김현수 또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영화의 힐링과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3일의 휴가’는 엄마와 딸을 넘어 가족, 사랑하는 사람,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화 한 통 할 수 있었으면”이라고 바란 배우들과 감독의 말처럼 영화관 밖을 나가는 순간,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곁에 소중한 누군가를 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치유와 위로를 건넬 ‘3일의 휴가’는 오는 6일 극장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5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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