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후배 영화인들의 뿌리” 영면에 든 故 김수용 감독
입력 2023. 12.05. 14:15:04

고 김수용 감독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1960년대 한국영화를 이끈 거장 김수용 감독이 영화인들의 추모 속, 영면에 들었다.

5일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영화인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포함, 고인의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원로 배우 신영균은 “김수용 감독과 저는 여러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촬영장에서 저를 만나 동갑내기라고 했다. 제가 김 감독에게 ‘동갑내기가 아니다. 나는 28년생이다. 당신은 29년생이다’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도 만나면 동갑내기라고 하더라”라고 추억했다.

이어 “김수용 감독은 100여편의 작품을 했는데 저는 김 감독 작품의 열편은 했을 것”이라며 “저보다 먼저 가니까 너무 안타까웠다. 좋은 작품 많이 준비해서 내가 가면 김수용 감독의 작품에 또 출연하겠다. 나는 죽어서도 영화배우로서 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장호 감독은 고인과 함께 신상옥, 유현목, 김기영 감독 등을 언급하며 “1920년대생으로, 1950년대에 데뷔해 한국영화사를 빛낸 대표 감독들”이라며 “개인적으로 제가 영화감독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등불과 이정표인 선배들”이라고 말했다.

배우 장미희 또한 “내게 감독님은 늘 커다란 산이셨고, 우러러 보던 어른이셨고, 대스승이었다”라고 고인을 떠올리며 “감독님의 삶을 사셨지만 교육자로 후배 양성에 생을 바치셨고, 영화계를 위해 영상물등급위원장을 맡으셨다. 교육자로서, 영화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저 또한 연기자로서 있으면서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느냐고 할 때 김 감독님께서 멘토가 됐다”라고 밝혔다.



영화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은 “감독님의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투영했다. 삶의 피로와 외로움, 등뼈까지 아려오는 허기도 오롯이 담아내셨다. 당대 관객들이 휘청이며 건너온 그 고달픈 세월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사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은 따뜻하게 위로 받았다. 그 시대 영화가 해야 할 일을 김수용 감독의 영화가 성실히 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영화만큼 좋은 게 없다. 후배 감독의 영화들 역시 김수용 감독과 같은 선배들의 시대정신에 뿌리를 둔다”라며 “감독님 감사했다. 그리고 안녕히 가시라”라고 추모했다.

김수용 감독은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김수용 감독은 1958년 ‘공처가’를 연출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버림받은 천사’ ‘굴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갯마을’ ‘토지’ ‘중광의 허튼소리’ 등 109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정책 홍보 등에 쓰인 문화영화 등을 합산하면 121편에 달한다.

김수용 감독은 111편을 만든 고영남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연출한 다작 감독이다. 특히 신상옥, 유현목 감독과 함께 196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1960년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당시, 대만 등으로 수출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후학 양성에도 힘 써온 김수용 감독은 1991년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1992년 서울예술전문대학 영화학과 특임강사 겸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특임교수로 지냈다. 또 영화감독으로 최초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에 올랐다.

고인의 장지는 서울추모공원(1차)과 모란공원(2차)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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