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질란테’ 유지태의 욕심 “넘사벽 액션 하고파” [인터뷰]
- 입력 2023. 12.05. 16:43:1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로서 중간정도 온 것 같아요. 이때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게 어려울 수 있거든요. 성과를 내는 게 힘들 수 있어요. ‘비질란테’는 새로운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인 시리즈라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비질란테' 유지태 인터뷰
또 하나의 도전을 마쳤다. 20kg을 증량하며 비주얼 변신부터 단호하게 악을 처단하는 모습 등 거침없는 액션 소화까지. 배우 유지태가 디즈니+ 시리즈 ‘비질란테’를 통해 ‘범접불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정의에 대해 자기 철학, 가치관을 잘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폭력을 폭력으로 맞대응하기엔 어찌 보면 쉬워 보일 수 있고, 그럴 때 문제가 발생하니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1차원적인 판단이지만 이 사회는 어쩌면 복잡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수 있어요. 우리 인생을 살아내는 어른의 모습은 사회, 직장, 부패, 불합리, 부조리를 겪었지만 정의를 살아가는 어른이 있기 때문에 조헌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해야겠다 싶었죠. 상업적인 콘텐츠에서 영화적으로 혹은 드라마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현실적이지 않지만 허용되는 이미지를 배제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고, 현실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면 눈요기는 되지만 결속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시리즈물을 보면서 자신을 대입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가 되겠다 싶었어요.”
낮에는 모범 경찰대생이자 밤에는 ‘비질란테’로 활동하는 김지용 역의 남주혁, 광역수사대 팀장 조헌 역의 유지태, ‘비질란테’ 추종자이자 재벌 2세 조강옥 역의 이준혁, ‘비질란테’를 취재하는 방송기자 최미려 역의 김소진까지. 세상이 만들어낸 다크히어로 ‘비질란테’와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를 쫓는 이들의 숨 막히는 캐릭터 빅매치는 매 에피소드마다 묵직한 긴장과 카타르시스를 전했다.
“김규선 작가님이 천재적인 걸 느낀 건 김지용은 일반 사람이잖아요. 공직자가 법의 구멍을 메우겠다고 하면서 나온 혁명 같은 느낌이었죠. 그를 지원하는 게 조강옥(이준혁)이고요. 경찰 선배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건 조헌이었어요. 그런 구도가 너무 기가 막히게 잘 갖춰져 있었죠. 최미려(김소진)도 최미려 나름 역할을 맡고 있고. 많은 클리셰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어요.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조헌은 법에 모순이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옳은 길로 간다고 믿으며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을 가진 인물.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존중 없이 단호하게 악을 처단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극중 조헌의 대사인 ‘내가 지금부터 너에게 반말을 하겠습니다’는 화제를 모은 바.
“고민이 됐어요. ‘반말을 하겠습니다’는 조헌의 키워드 대사거든요. 기대는 곧 걱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할까 싶었어요. 최대한 말처럼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하려고 했어요. 그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거든요. ‘(연기)쪼’를 만들어서 하거나, 힘을 줘서 하면 보기 힘들 수 있으니까. 마지막 대사는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선을 넘는 거니까 시스템을 깨고, 범죄자 취급하겠다는 대사이니 나머지는 힘을 풀어 최대한 가볍게 툭툭 내뱉었죠.”
조헌은 동명의 웹툰 원작에서도 특수부대 출신에 2m가 넘는 키의 ‘비질란테’ 세계관 최강자다. 유지태는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3개월 동안 몸무게 84kg에서 100kg 이상 20kg 정도 증량했다.
“남주혁 씨 때문에 더 증량한 부분도 있어요. 제가 체격이 큰 편에 속하는 배우인데 웹툰 속 김지용은 더 크더라고요. 남주혁 씨는 피지컬도 좋고, 저와 키도 비슷했는데 ‘비질란테’를 한다고 해서 몸까지 키워왔더라고요. (웃음) 비교되기 위해선 어마어마하게 키워야겠다 싶어 빠르게 증량했어요. 결과적으론 만족해요. 톰 하디와 크리스찬 베일이 싸우는 장면을 봤을 때 비슷한 느낌에 피지컬이 더 보이잖아요. 김지용과 조헌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란 기대감이 생기니 흥미로웠어요. 남주혁 씨와 제가 서 있을 때 투샷도 멋있었어요. 외국의 다크히어로들이 봐도 멋있어 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쟁력 있겠는데?’란 생각도 들었고요.”
일각에서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마동석)와 조헌이 맞붙을 때 누가 이길까라는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많이 얘기하시더라고요. 가족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거기 출연하는 거야?’라고 하기에 ‘나보고 맞으라고?’ 했죠. 하하. 일단 동석이 형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에요. 형이죠. 그가 첫 영화할 때 같이 출연했는데 싸우는 신도 있었어요. 그땐 제가 빌런이었죠. 누가 이길 것 같냐 물으신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세계관 최강자다운 비주얼은 물론, 누구도 대적할 자 없을 것 같은 파워풀한 액션 연기를 펼친 유지태. 액션에 만족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늘 아쉽다”고 토로하며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넘사벽’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비질란테’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은 했는데. 배우들이 욕심이 많아요. 진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장면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액션을 소화한다고 해서 다양한 무술을 배웠어요. 킥복싱, 권투, 주짓수 등 제가 접할 수 있는 형태의 무술을 접하려 했죠. 일주일 플랜에 액션 파트가 들어가 있었어요. 연기 내공이 쉽게 쌓이지 않는 것처럼 액션 내공도 쉽게 쌓이지 않아요. 배역을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고, 신의 밀도가 생기려면 (액션 플랜이) 필요했어요. 선수처럼 보이는데 주먹 쥐는 것부터 달라지거든요.”
개인이 스스로를 무장해 안전을 지키는 자경단을 뜻한 ‘비질란테’의 주제는 명확하다. 사적 제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있었지만 ‘비질란테’는 무조건적으로 처벌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지 여부에 따라 심판하며 또 다른 의미의 정의를 만들어 나갔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열린 사회였으면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보수적이고, 편협해요. 제로섬게임이나 흑백논리가 눈에 보이게 존재하죠. 그 안에서 혁명을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이데올로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지금 이 시대의 혁명은 만들어지기 어렵죠. 특히나 한국사회에서는요. 되게 모호해요.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든요. 법, 정의 안에는 항상 딜레마가 있어요. 뭐가 맞다, 틀리다는 걸 정확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정의는 느껴져요. 각 개인이 느끼는 정의는 다 있어요.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서 조금씩 해나가는 모습이 성숙한 사회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비질란테’는 ‘현재 우리 사회의 법과 정의는 과연 올바른 것인가’란 법과 정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선 여전히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돌아보게 하며 시즌2를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기대에 부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다크히어로를 떠올리면 베트맨, 조커인데 이제는 한국에서 대표하는 다크히어로물이 되길 바라죠. 하늘을 나는 히어로가 아닌, 현실에 발을 붙인 히어로가 만들어졌으면. 조금 더 사람들에게 좋은 호응과 반응을 얻어 시즌2나 프리퀄이 계속 나왔으면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