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드폴을 오롯이 담은 모음집 'Being-with' [인터뷰]
- 입력 2023. 12.12. 16:43:44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이번 앨범은 '2023년의 루시드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현존하는 다양한 소리를 음악으로 승화했다. 오롯이 그가 보낸 시간을 비롯해 매일의 실험, 작업들을 모은, 가장 루시드폴다운 '모음집'이 탄생했다.
루시드폴은 최근 서울 중구 정동 갤러리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비잉-위드(Being-with)' 발매를 앞두고 셀럽미디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앨범을 내야겠다고 하고 낸 것은 아니다. 4년 전 '너와 나' 앨범이 나올 때 과도기적인 시기를 보냈었다. 그 시기를 지나서 노래를 만드는 루시드폴 자아와 소리를 탐구하는 루시드폴 자아가 갈라진 거 같다"며 "소리를 담다 보니까 거의 매일 음악적인 작업을 하게 되더라. 육식동물이 먹이를 사냥하는 거와 비슷한 거 같다. 기타를 잡고 있는다고 해서 노래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노래가 아닌 사운드 작업은 초식동물이 풀 뜯는 것처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를 가지고 실험을 계속할 수 있고 순간을 낚아 채는 거보다 꾸준하게 탐구하면서 곡을 만드는 거 같다.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이런 음악이 나오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루시드폴이 이제는 소리를 채집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소리 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
루시드폴은 "항상 고민이었던 것은 노래가 음악일까, 아닐까였다. 노래가 음악인데 한편으로 가사가 있기 때문에 저는 음악같지 않게 느껴졌다. 저는 음악이 언어와 가장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순수하게 청감적으로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 소리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가사에서 항상 해방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아닐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소리, 음악일 수도 있지 않나. 청감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공사장의 굉음을 비롯해 사람의 소리, 바닷속 생물, 풀벌레, 미생물이 내는 소리 등을 담아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는 음악 작업에 대해 '실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매일 실험한다. 오전 시간 동안 계속 노래 작업을 하는 편이다. 가끔 어떤 분들은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실험하는 게 재밌고 좋았다. 마침 그렇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기도 했고. 이전에는 물질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면 지금은 소리와 음악을 실험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 같다. 가장 저다운 일을 하고 있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루시드폴은 녹음부터 믹싱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 마스터링을 4번이나 반복할 정도로 이번 앨범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프로듀싱, 작곡, 믹싱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제가 다 하게 되면서"라며 "요리를 하는데 식재료를 사와서 하다가 어느 순간 농사를 지어서 요리를 하는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러다 보면 요리의 경계가 사라질 거 같다. 음악도 한 사람이 맡다 보면 하나의 작업으로 묶여버릴 거 같다. 특히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정말 그랬다. 최소한의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 의 경계는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거 같다"고 만족했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에 대해 "2023년의 루시드폴"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제가 보낸 시간, 제가 매일했던 실험, 작업들을 모아둔 모음집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신간 '모두가 듣는다'는 앨범과도 이어진다. 루시드폴은 "비슷한 시기에 만든 거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것도 있다. 글을 쓰다 보니까 그때 만들고 있던 음악과도 맥이 닿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형제처럼 돼버렸다"고 전했다.
루시드폴은 오는 16일, 17일 양일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Club ARC(클럽 아크) with Antenna'를 진행한다. '루시드폴의 하루'라는 테마 아래 전시와 북토크, 공연, 사인회 등이 펼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안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