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쿠키' 남지현, 놓칠 수 없었던 욕망[인터뷰]
- 입력 2023. 12.13.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하이쿠키'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제 작품을 따라오시는 분들께서는 이쯤 되면 이런 장르가 벅찰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있었어요. 이 타이밍에는 따뜻하고 좀 풀어진 분위기의 작품을 하고 싶긴 했었는데, '하이쿠키'가 제 앞에 뚝 떨어졌어요. 대본을 보고 '하나만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남지현
남지현은 U+모바일 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극본 강한, 연출 송민엽)에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쿠키의 늪 속으로 뛰어든 소녀 가장 최수영과 그가 하이쿠키의 영업을 위해 위장한 고등학생 이은서로 분해 휘몰아치는 사건 속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극 중에서 가장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남지현은 "(최)수영이를 논리로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들이 정말 많다.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기준이나 인생의 가치관에 따라 고난과 역경이 와도 일관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쪽에 있는 인물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수영이는 자기만의 뚜렷한 기준에 따라 살아온 인물이 아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살아왔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답답하고 미숙하고 어리숙하게 보일 수 있다. '이랬다 저랬다'하는 경우가 많다. 중심이 없는 인물이다. 저는 그런 점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감독님과 감정의 갭에 대해서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 게 맞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이 디렉션해주실 때 '수영이의 현재 감정에 충실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연기에 중점을 둔 점에 대해 설명했다.
남지현은 그간 쌓아온 노련함을 바탕으로 하얀 백지 같은 인물이 마음속 새롭게 자리한 욕망을 쫓아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남지현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은 그는 "좋은 평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제가 그런 연기를 한다고 해도 받아주시는 분들이 받아주셔야 그것이 완성될 수 있지 않나. 아무리 표현을 잘했어도 보시는 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라고 인사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남지현은 "걱정보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재미가 크더라. 예전에는 저의 내면의 모습들을 찾아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나와 비슷한 모습은 더 부각하고, 어떤 부분은 줄였다. '작은 아씨들'부터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실제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이쿠키' 수영이도 마찬가지다. 실존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 인물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하이쿠키'는 마약 공급과 유통을 하는 이들을 다룬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연예계 마약 스캔들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기획 단계일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공개 시기가) 우연의 일치로 겹친 거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약'에 집중한다기보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마약 쿠키'에 대해 깊게 다루고 싶었다면 더 자세히 나오지 않았겠나. 드라마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욕망'이다."
다만, 극 중에서 10대 마약상이 등장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소년에게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도 있어서다.
"(그런 부분 때문에) 감독님, 작가님과 미팅을 할 때 '결말'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 캐릭터마다 이유나 사정이 있었지만 자기의 선택에 따라 책임을 명백하게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적인 처벌을 받든, 죽음이든, 법의 심판대에 오르든 어쨌든 그 선택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에 대해 확인을 했었다. 그래서 저는 수영이가 (마지막에) 죽었다고 생각했다. '해피엔딩'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자기 행동에 책임을 다 했으면 좋겠다'는 말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제작진이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아역배우 출신인 남지현은 올해로 데뷔 20년 차. 연차로 따지면 '하이쿠키' 현장에서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는 '대선배'다.
"현장에서 저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생님'이라고 놀렸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모르겠더라. 그런데 듣다 보니까 나의 커리어를 존중해 주는구나 생각이 들더라. 독특한 별명이라는 생각에 감사하게 느껴졌다. 여태까지 걸어온 제 길을 인정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제는 (또래 배우들에게) '선생님 간다'라고 농담도 한다. 여유가 좀 생겼다(웃음)."
2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는 남지현. 그간의 연기 활동을 되돌아본 그는 열린 마음으로 30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벌써 내년이 되면 서른 살이다. 20대 초반부터 '방향성'이 계속 바뀌었다. '20대에는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흐릿한 목표를 정했다. 첫 번째로는 대중 분들에게 성인이 됐음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 한 순간에 확 바뀌진 않겠지만 차근차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마녀식당', '작은 아씨들', '하이쿠키'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방향성'에 맞는 작품들을 만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좋은 감독님과 배우들을 만났다. 또 감사하게도 대중분들도 잘 받아들여주셨다. 중간중간 뒤돌아보면서 '이만큼 왔네?'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계획했던 대로) 잘 실현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30대의 목표는 세세하게 세우진 않았다. 바이브만 가지고 가려고 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