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영화결산①] 유아인·이선균 마약 파문→부국제 내홍, 영화계 사건사고
- 입력 2023. 12.13.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기지개를 켠 한국 영화계. 작년에 이어 올해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시리즈’로 등극했고,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극장가에 활기를 더했다. 그러나 배우 유아인, 이선균의 마약 논란으로 차기작들은 발이 묶였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사 내홍을 겪으며 뼈아픈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다가오는 2024년을 맞이하기 전, 영화계에 일어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종합해봤다.
◆마약 파문으로 얼룩진 영화계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올해 상반기는 배우 유아인이, 하반기에는 이선균이 마약 투약 논란에 휘말리며 영화계를 혼란에 빠트린 것. 두 사람의 마약 스캔들의 피해는 차기작들이 고스란히 받게 됐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용시술의 수면마취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181회 투약,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불법 처방‧매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알려지자 차기작에 비상이 걸렸다. 유아인이 출연을 확정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의 경우, 주인공을 김성철로 교체했다. 촬영을 마친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 개봉 일정은 무기한 보류를 결정했다.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공개 또한 여전히 미지수다. 넷플릭스 공개가 아닌, 극장으로 간다는 보도가 나오자 넷플릭스와 배급사 측은 “잠정 보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표류 중인 ‘종말의 바보’ 측도 “제작진과 논의 끝에 공개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공개 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안내해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균의 차기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선균은 차기작으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와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을 남겨두고 있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올해 ‘잠’(감독 유재선)과 함께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소개된 작품. 그러나 이선균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창고에 갇히게 됐다. 올해 초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던 ‘행복의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촬영을 앞두고 있던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는 하차했다. 이선균의 자리에는 조진웅이 대신 투입됐다. 애플TV+ ‘Dr. 브레인’ 시즌2는 지난해 제작이 논의됐지만 현재는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유아인은 지난 12일 처음으로 재판대에 섰다. 이선균은 경찰이 추가 소환을 검토 중이다. 두 사람의 마약 논란은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큰 별이 지다
한국 영화계를 이끈 배우 변희봉과 김수용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월 18일 변희봉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변희봉은 췌장암 진단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투병 끝에 사망했다.
변희봉은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해 이후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드라마 ‘제1공화국’ ‘여명의 눈동자’ ‘왕과 비’ ‘허준’ ‘하얀 거탑’ ‘불어라 미풍아’ 등 수십 편의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또 영화 ‘화산고’ ‘선생 김봉두’ ‘시실리 2km’ ‘공공의 적2’ 등에서도 열연을 펼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을 함께하며 영화계에서도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당일, ‘살인의 추억’과 ‘괴물’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 영화 ‘거미집’ 인터뷰에 앞서 송강호는 “조금 전에 소식을 듣고 정신이 없다. 자주 뵙진 못했지만 연락드리고 했었다. 변 선생님은 5년 전에 제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조문도 오셨다. 봉준호 감독님을 통해 투병 중인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들었다”라며 몇 번이나 “너무 안타깝다”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후배 영화인들의 뿌리’였던 김수용 감독도 지난 3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94세.
김수용 감독은 1958년 ‘공처가’를 연출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버림받은 천사’ ‘굴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갯마을’ ‘토지’ ‘중광의 허튼소리’ 등 109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김수용 감독은 111편을 만든 고영남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연출한 다작 감독이다. 신상옥, 유현목 감독과 함께 196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1960년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당시, 대만 등으로 수출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고인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진행됐다. 지난 5일 열린 영결식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김수용 감독을 충무로에서 본 마지막 세대가 저인 것 같다. 전 유현목 감독의 제자”라며 “1988년 유 감독님 분부로 김수용 감독님을 뵙고 온종일 긴 대화를 나누고 정리한 기억이 있다. 그때 감독님은 참 정정하셨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의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투영했다. 삶의 피로와 외로움, 등뼈까지 아려오는 허기도 오롯이 담아냈다. 관객들은 휘청이며 건너온 고달픈 세월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사하며 따뜻하게 위로 받았다. 시대 영화가 해야 할 일을 김수용 감독님은 성실히 완수했다”라고 존경을 표했다.
◆새 국면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인사 내홍으로 유례없는 파행을 겪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 전 잡음에 휩싸였다. 조종국 운영위원장 선임과 동시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 그를 복귀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으나 허 집행위원장이 직원 A씨를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내홍을 겪었다. 이용관 이사장도 사퇴하자 부산국제영화제는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를 중심으로 한 대행 체제를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영화제를 무사히 끝마친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지난 6일 열린 간담회에서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이사‧집행위원장 선출 방식 변경 ▲임원추천위원회 신설 ▲운영위원장 직책 폐지 등 정관 개정안을 발표했다.
우선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추천하고, 집행위원장‧마켓위원장‧이사‧감사는 공모제를 통해 임추위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또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이사, 감사 등 임기는 모두 4년으로 통일한다. 연임은 1회만 가능하다. 논란이 된 집행위원장과 동급이었던 운영위원장은 폐지하기로 했다.
혁신위는 13일 임시총회에서 개선안을 안건으로 올릴 전망이다. 본 안건이 통과되면 영화제 사무국은 임추위 조직 구성을 시작한다. 임추위는 서울‧부산 영화인 각 2명, 시민단체 1명, 부산시 1명, 이사회 1명으로 구성해 총 7명으로 꾸린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뉴시스(김수용 감독), BIFF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