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화결산②] 애니메이션 웃고, 마블 울고…극과 극 성적표
입력 2023. 12.13. 08:02:00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기지개를 켠 한국 영화계. 작년에 이어 올해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시리즈’로 등극했고,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극장가에 활기를 더했다. 그러나 배우 유아인, 이선균의 마약 논란으로 차기작들은 발이 묶였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사 내홍을 겪으며 뼈아픈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다가오는 2024년을 맞이하기 전, 영화계에 일어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종합해봤다.

◆신드롬급 인기, 애니메이션 열풍

올해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극장가 흥행을 견인했다.

지난 1월 개봉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하 ‘슬램덩크’)는 ‘농놀(농구 놀이) 열풍’을 일으키며 누적 477만 6천여명(12월 11일 기준)을 기록, ‘재패니메이션(Japan+animation) 신드롬’의 포문을 열었다.



1990년대 인기 만화였던 ‘슬램덩크’를 스크린에 옮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개봉 초반에는 청소년기 ‘슬램덩크’의 팬이었던 3040세대의 큰 호응을 받아 입소문을 타기 시작, N차 관람 광풍을 몰고 왔다.

‘슬램덩크’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은 건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이다. 이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입지를 탄탄하게 한 영화 ‘너의 이름은.’의 오프닝 스코어인 13만 8028명을 뛰어넘으며 본인 작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했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557만 3천여명으로 ‘슬램덩크’를 제치고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다. 전작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특유의 영상미로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 영화는 10대 사이에서 SNS를 통해 ‘스즈메 챌린지’, 2030세대 관객 사이에서는 상실을 다독이는 치유의 메시지로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을 이끌었다.

하반기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 흐름을 이어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작품으로 사랑받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영화는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히 나뉘었다. 일부 관객들은 극중 일본 제국주의 폐해를 미화하는 듯한 설정이 이해하기 어렵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내의 죽음 이후 아내의 여동생인 처제와 재혼하는 설정 등이 다소 불쾌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 그럼에도 개봉 13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벼랑 위의 포뇨’(151만)가 기록한 성적을 갈아치우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대 3위 흥행작에 올랐다.

재패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역시 열풍을 이어갔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업(UP)’ ‘니모를 찾아서’ 등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픽사의 ‘엘리멘탈’은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누적 723만 명을 동원했다. 디즈니, 디즈니‧픽스 애니메이션 통틀어 ‘겨울왕국2’와 ‘겨울왕국’에 이어 역대 흥행 TOP3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이 외에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239만)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92만) ‘명탐정코난: 흑철의 어영’(80만)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53만) 등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휘청 거리는 마블민국

3~4년 전만 해도 ‘마블민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 그러나 ‘마블민국’이란 말도 옛말이 된 모양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페이즈3가 막을 내린 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월 페이즈5 포문을 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 이하 ‘앤트맨3’)는 가까스로 누적 155만 명을 넘겼다. 바로 전편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539만 명을 동원한 것에 비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11월 개봉한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개봉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감독 제임스 건, 이하 ‘가오갤3’)가 국내 4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시리즈 중 최고 성적을 달성했지만, ‘더 마블스’의 흥행 참패로 결국 무너지고 만 ‘마블민국’이다.

‘더 마블스’는 배우 박서준이 얀 왕자로 출연을 알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개봉 일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어준데 이어 국내 누적 68만 명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MCU 역대 최악의 실적을 냈다. ‘더 마블스’는 개봉 첫날 북미 지역에서 2150만 달러(한화 약 284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올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앤트맨3’ 개봉 첫 주말 성적도 1억600만 달러(한화 약 1403억 원)였기에 MCU가 지난 15년 동안 내놓은 영화 33편 중 가장 낮은 수익이다.

업계에서는 마블 영화가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로 보고 있다. 극장 스크린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 슈퍼히어물이 넘쳐나면서 관객들의 피로감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이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지나치게 방대해진 세계관’도 지적되고 있다. 인기 캐릭터들이 빠지고, 낯선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세계관이 지나치게 확장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디즈니+까지 가세, 마블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학습할 콘텐츠가 너무 많아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다.

한 관계자는 “최근 개봉한 마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신작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시리즈까지 봐야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작됐던 마블 시리즈가 영화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다”라며 “아직 새 히어로에 정을 붙이지 못했음에도 세계관은 계속 확장하고 있어 몰입이 어려운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까지 연달아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마블. 여기에 ‘더 마블스’까지 흥행 고전을 면치 못하며 마블은 부진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더 퍼스트 슬램덩크'), 쇼박스('스즈메의 문단속'), 유니버스 픽쳐스('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엘리멘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더 마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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