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영화결산③] 유일한 천만 ‘범죄도시3’…그럼에도 ‘봄’은 온다
- 입력 2023. 12.13. 08:04: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기지개를 켠 한국 영화계. 작년에 이어 올해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시리즈’로 등극했고,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극장가에 활기를 더했다. 그러나 배우 유아인, 이선균의 마약 논란으로 차기작들은 발이 묶였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사 내홍을 겪으며 뼈아픈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다가오는 2024년을 맞이하기 전, 영화계에 일어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종합해봤다.
◆‘범죄도시’, 한국영화 시리즈 첫 3천만 탄생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에 이어 올해 개봉한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됐다. 개봉 32일 만에 누적 1000만 관객을 기록한 ‘범죄도시3’는 한국 시리즈 영화 사상 최초로 총 3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새 역사를 썼다.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17년 개봉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쓴 ‘범죄도시’의 세 번째 이야기로 배우 이준혁과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가 새 빌런으로 등장했다.
‘범죄도시3’는 대한민국 역대 사상 30번째 천만 영화, 한국 영화로써는 역대 21번째이며 2023년 개봉작 중에선 첫 천만 영화가 됐다. 특히 한국 영화 시리즈 중에선 첫 3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또 주연 배우 마동석은 역대 한국 영화배우로서 최다 작품 천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 등극했다. 앞서 마동석은 ‘부산행’(2016)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 ‘범죄도시2’(2022)에 이어 ‘범죄도시3’로 5번째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의 주연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여름, 추석 영화 흥행 참패
천만 축포를 터트린 것도 잠시. 여름에 이어 추석 극장가의 부진으로 영화계가 충격에 빠졌다.
올 여름, ‘밀수’(감독 류승완) ‘더 문’(감독 김용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가 한국영화 빅4로 출격했다. 여름 영화 첫 타자로 개봉한 ‘밀수’는 ‘베테랑’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의 신작. 공개 이후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시원한 수중 액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호평 받으며 최종 514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관객들의 호평 속 누적 384만 명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당초 디스토피아물 작품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성 높은 인간 군상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완성해 ‘재난 영화의 신세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밀수’(약 400만 명)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약 380만 명)는 웃음꽃을 피웠지만 동시 개봉한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셨다. ‘더 문’은 완성도 높은 특수효과와 생생한 우주 구현으로 호평 받았으나 진부한 스토리와 신파 감성으로 누적 51만 명에 그쳤다. 하정우, 주지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비공식작전’은 같은 소재를 다뤘던 ‘모가디슈’ ‘교섭’ 등 피랍을 소재로 다룬 기존 작품들로 인해 기시감이 든다는 평가를 받으며 어렵사리 105만 명을 동원했다.
흥행 부진은 추석 극장가로 이어졌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동시 개봉된 한국 영화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9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달 영화관 관객 수는 666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9월 평균 1476만 명의 45.1%에 불과했다. 영화관 매출액은 653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 3년간 9월 평균 1233억 원의 52.9%였다. 또 연휴 사흘간 전체 매출액은 160억 원으로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추석 연휴 사흘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진위는 9월 매출이 저조한 이유로 추석 대목에 개봉한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을 꼽았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은 추석 연휴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음에도 누적 191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약 24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과 ‘거미집’(감독 김지운) 또한 각각 102만 명, 31만 명을 기록하면서 세 작품 모두 흥행 참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진위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성장으로 극장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겨냥한 한국 영화 3편이 같은 날 동시 개봉해 과열 경쟁을 벌인 탓에 추석 대목에도 불구하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태신‧이순신, 연말연초 웃음 지을 극장가
혹한기를 보내고 있던 극장가에 ‘봄’이 오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700만 관객을 모으면서 천만 고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간 가운데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가 흥행 바통을 이을 전망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지난 11일 700만 관객을 넘어서며 2023년 개봉 한국영화 흥행 TOP2에 올랐다.
특히 영화는 ‘7번방의 선물’(21일차) ‘광해, 왕이 된 남자’(21일차) ‘왕의 남자’(33일차) 등 역대 천만 영화들의 흥행 속도보다 빠르게 700만 관객을 뛰어넘었다. 또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 이후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다도 빠른 흥행 속도다.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개봉한 영화들은 대부분 첫 주에 집중적으로 관객이 몰린 이후 차츰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지만 ‘서울의 봄’은 이례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더 몰리는 ‘개싸라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예매율 역시 40%대를 유지하고 있어 천만 달성에 대한 전망이 고무적이다.
오는 20일에는 이순신 3부작 대미를 장식할 ‘노량: 죽음의 바다’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고,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일찌감치 연말 흥행 작품으로 손꼽혔다. 2014년 개봉해 누적 1761만 명을 기록한 ‘명량’과 팬데믹 속 726만 명의 관객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 이후 이순신 프로젝트의 10년 여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이 흥행에 성공했기에 ‘노량: 죽음의 바다’ 또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여름 텐트폴 시장과 추석 연휴 대목을 노린 극장가는 과열 경쟁 및 줄어든 관객으로 침체를 겪었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극장가가 ‘서울의 봄’으로 모처럼 활기를 띄면서 ‘노량: 죽음의 바다’도 극장가에 활력을 더하고자 한다. ‘서울의 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 흥행세가 내년 극장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범죄도시3’가 기록한 관객 수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범죄도시3'), NEW('밀수'), 롯데엔터테인먼트('콘크리트 유토피아', '노량: 죽음의 바다'), CJ ENM('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바른손이앤에이('거미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서울의 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