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수 오진 날' 유연석의 새 얼굴[인터뷰]
- 입력 2023. 12.19. 08:00:00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얼굴을 갈아 끼운 듯한 변신이다. 그동안 선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유연석이 '운수 오진 날'을 통해 소름 끼치는 연기로 반전을 선사했다.
유연석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 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금혁수는 택시 기사 오택에게 아무렇지 않게 살인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장난스러운 듯 천진한 미소를 짓다가도 갑자기 돌변하는 그의 얼굴은 김장감을 자아낸다.
그는 "웹툰에서의 독특한 이미지인 악역 설정으로 재밌었다. 웹툰 캐릭터를 어떻게 실사화할지 호기심과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서사는 없다. 다큐멘터리 등을 많이 봤는데 사이코패스들은 상황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금혁수도 뭔가 자기 범죄 행동에 가책이 없고 상황 자체를 즐기면 섬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연쇄살인마를 그려내기 위해 유연석은 총 세 번의 얼굴을 갈아 끼웠다. 수더분한 택시 승객부터 연쇄살인마 금혁수, 행복한 가정을 이룬 성공한 CEO 이병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스타일 변화나 톤 조절도 신경 썼다.
유연석은 "원래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캐릭터라고 설정했다. 사고를 통해 통각을 잃어버린 후에 슈퍼맨이 된 듯한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하게 된 거 같다. 그래서 과감하게 살인을 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유연석은 "캐릭터를 얼마큼 가져올지가 관건이었다. 파마머리에 포인트를 주고 주근깨 설정도 보여줬다. 또 완전히 신분 세탁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통가발을 쓰기도 했다. 톤 조절은 내 본색을 드러내기는 과정을 택시 안에서 발전해 나갔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없게끔 시작했다가 털어놓는 이야기 등 연기적으로 풀어가려고 했다"고 했다.
극에 몰입해 있다 보니까 그만의 고충도 있었다. 그는 "우선 밤 촬영이 너무 많다 보니까 리듬이 깨지고, 안 좋은 꿈을 꾸기도 했다. 촬영할 때 분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캐릭터랑 나랑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만들어 내야 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아지가 대상으로 있었을 때 심적으로 그랬다"고 밝혔다.
특히 주로 택시 안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으로 섬세한 연기를 만들어내는데, 더 신경 써야만 했다. 유연석은 "다양한 기법으로 했다. 단순히 택시 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3D 화면을 쓰기도 하고, 블루베트, 실제 도로에서도 찍었다"며 "동선 제약에서 오는 단순한 것들을 촬영으로 커버하려고 했다. 시선 같은 것들도 디테일하게 계산하면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 교류가 잘 안되는 사람이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리액션을 과도하게 하지 않고 강렬한 눈빛보다 천진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변신으로 주변에서도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유연석은 "'왜 이렇게 악역이 잘 어울리냐'고 하더라. 저의 선한 이미지와 낙차가 큰 이미지를 연기해서 재밌어하는 거 같다.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이 발견된 희열이 있는 거 같다. 제가 연기하면서도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할 부분은 적극 활용하고 반대되는 악역 이미지를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 이미지가 굳혀진다기보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고 전했다.
'사랑의 이해', '낭만닥터 김사부3', '멍뭉이' 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낸 유연석은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낭만닥터 김사부3'도 올해 제안이 와서 같이 했고 코로나 전에 찍어놨던 영화가 개봉하면서 여러 가지로 겹쳤던 거 같다. 어느샌가 20주년이 됐다. 다양한 활동들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은 한 해였던 거 같다. 열정적으로 살았다"며 "앞으로 배우로서 욕심은 열정이 식지 않고 호기심 가는 것들을 주저하지 않고 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저조차도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긍정적인 결과로 끌어냈을 때 성취감이 굉장히 좋다. 했던 대로 여유 부리지 않고 꾸준히 열정을 가지고 해보려고 한다"면서 "향후 사이코패스랑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기대케 했다.
마지막으로 유연석은 '운수 좋은 날' 관전 포인트에 대해 "진짜 같이 오택이 모는 택시에 함께 탔다고 생각하면 스릴감 있게 보실 수 있을 거 같다. 정말 연기 보시는 맛도 있고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하다 보니까 웹툰을 보고 오시는 것도 다양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 같다"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