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도의 디바' 박은빈,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인터뷰]
- 입력 2023. 12.20.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도전을 하고 싶어서 하진 않아요.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배우로서 지향하고 싶은 바는 '피로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예요. 결과론적으로 저의 노력들을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그런 노력들을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배우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죠. 작품을 고르는 저만의 기준도 있어요. 나름의 기준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것에는 도전하지 않아요. '해볼 만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작품을 선택하고 출사표를 던지죠."
박은빈 주연의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박은빈)의 디바 도전기다. 지난 3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9.0%(전국 유료가구 기준, 닐슨)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무인도의 디바'가 방송 전후로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박은빈의 인생작이자 대히트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이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은빈은 '우영우'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미국 에미상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등 해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고의 전성기 후의 차기작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컸을 터. 박은빈은 "'우영우'처럼 '신드롬'처럼 불리는 기회가 저에게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영우'를 기준으로 앞으로의 작품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는 '우영우' 덕분에 정말 스펙터클한 한 해를 보냈다. 다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부담감을 가지려고 하진 않았다.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작품이 '무인도의 디바'였다. 실제 저라면 어려워할 것 같은 것들을 '서목하'는 잘 타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2023년은 서목하로 채우고 싶었다. 제대로 꽉꽉 채워서 마무리된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박은빈은 극 중 등장하는 노래들을 직접 부르며 가수 지망생 서목하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로 몰입도를 높였다.
간접적으로 '가수'의 삶을 살아온 박은빈은 "정말 고단했다. 가수는 정말 재능 있으신 분들이 발을 들이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저는 연기의 영역에서 접근했다. 정말 어려웠다. 실제 가수 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겠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박은빈은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노래 연습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그는 "1월 중순부터 하루 3시간씩 6개월 동안 연습했다. 총 43번의 레슨을 받았다. '음악'이라는 게 단 기간에 좋아지는 건 아니더라. 참 어려운 과정이었다. 다시 돌아가도 이 이상은 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저뿐만 아니라 음악팀들이 정말 다 영혼을 갈아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노래 이외에도 '무인도의 디바'에서 박은빈의 또 다른 과제는 사투리 연기였다. 사투리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된 박은빈은 "처음에는 헤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동향인 분들에게 많이 여쭤봤다. 다들 '우리끼리도 말투가 다 다르다. 같은 지역 사투리라도 세부적인 것들을 다 다를 수도 있다'면서 관대하게 생각해 주시더라. 다른 언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투리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목하 감정을 잘 담아서 보낸다는 마음으로 입을 뗐고,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박은빈이 연기한 서목하는 윤란주(김효진)의 열혈한 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끈끈한 워맨스 또한 '무인도의 디바'의 관전포인트였다.
"목하가 란주 언니에게 보내는 마음은 '사랑'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할 것 같다. 실제로 저도 팬분들에게 그런 걸 느낀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부터 팬 분들이 생각이 많이 났다. 아시아 투어를 했을 때 많은 팬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의 눈빛만 봐도 마음들이 느껴졌다. 언어가 달라도 다 느껴지더라. 팬분들의 이런 마음들은 정말 숭고한 것 같다. 깊은 사랑이다. 제가 느꼈던 것들을 목하 캐릭터에 넣어서 잘 표현하고 싶었다."
'무인도의 디바'와 함께한 올해는 박은빈에게 어떤 해로 기억될까. 그는 "환기가 된 해다. 새로운 바람을 집어넣을 수 있었던 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알고 봤더니 '도전'이었다. 목하가 무인도에서 자문자답을 통해서 자신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깨달은 것처럼 저 역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은 해였다"라고 말했다.
아역 배우 출신인 박은빈은 올해로 데뷔 28년 차 배우가 됐다. JTBC '청춘시대' 시리즈, SBS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KBS2 '연모' 등을 거치며 성인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고, '우영우'로는 '초대박'을 터트렸다.
"배우로서 공백 없이 작품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27년 동안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해나가면서 성장했다. 그렇게 완성되어가고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간의 삶을 되돌아보면, 목하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수많은 작품을 만나면서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만날 작품들, 캐릭터들을 통해 또 어떤 부분이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채워나가고 싶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