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끝 아닌 더 뛰어난 작품 나오길” [인터뷰]
입력 2023. 12.28. 07:00:00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김윤석이 ‘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에 이어 임진왜란 마지막 해, 최후의 전투를 앞둔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노량 해협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현명한 장수의 모습은 물론, 깊은 고뇌를 지닌 인간 이순신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낸 그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2014년 ‘명량’과 2022년 ‘한산: 용의 출현’을 잇는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역사적인 한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캐릭터를 해석한 경우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가 최초다.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통해 한산해전에선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 용맹한 장수), 노량해전에서 ‘현장’(賢將: 현명한 장수)의 이순신을 그린다. 특히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한국 역사를 바꾼 지혜로운 선택과 영웅 이면의 번민과 고뇌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감독님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은 다 계획이 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명량’의 이순신, ‘한산’의 이순신, ‘노량’의 이순신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다 계획하고 게시더라고요. ‘노량’에서 이순신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면 그것만으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생각해요.”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에 대해 무한 신뢰로 촬영에 임했다. 처음부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월드에 나를 온전히 맡기겠다’라고 선언하기도.

“촬영 전, 감독님과 제가 하루 종일 시나리오를 놓고 대화했어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둘이 앉아 한 페이지씩 넘기며 이 장면의 의미는 무엇이며 전체에 대해 브리핑 했죠. ‘한산’에서는 압도적인 승리, ‘명량’에서는 기적적인 승리, ‘노량’에서는 전쟁의 의미, 과연 전쟁이 일어나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한 번 일어나면 어디까지 일어나야하는지 하루 종일 이야기했죠. 다른 건 몰라도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에 대해 김한민 감독만큼 아는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줄줄 나와요. 10년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20년쯤 준비했겠다 싶었죠. 세트에서 촬영을 하려면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등이 모든 장면에 대해 어마어마한 회의를 해야 해요. 조금이라도 조명이 비틀어지면 연결이 맞지 않죠. 그 사람들은 말은 안했지만 전쟁터였을 거예요. 그걸 ‘이순신 월드에 믿고 맡기겠다’고 한 거죠.”

김한민 감독을 향해 존경심도 드러낸 그다.

“이순신을 세 편으로 나눠 찍은 건 대단한 사람이에요. 한 편만 찍어도 10년이 늙거든요. 옷, 대포, 권총, 활 등도 웬만하면 못 버티고 나가떨어져요. 감독의 끈기, 얼마나 많이 (주변에서) 흔들겠어요. 집념, 그것이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할 수 있는 기운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김한민 만큼 이순신을 많이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부하고, 학회도 찾아가고, 지역까지 가서 지형도 보고. 그 정도 성실성이라면 역시나 부지런해야 하고, 성실해야 하고, 끈기가 있어야 해요. 얄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느꼈죠.”

이순신 장군은 관음포로 도주하는 마지막 왜군을 추격하던 중 총환을 맞고 쓰러지면서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어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해당 장면을 연기하는데 부담도 컸을 터.

“감독님과 ‘진실 되게 표현하자’고 했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적어도 내가 놓치지 말아야지 싶었죠. 지금 사방에서 싸우고, 난리통 속 최고조 절정에 올랐잖아요.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고 해요. 구멍이 비면 난리가 나니까 최대한 피해를 안 끼치고 할 말만 하고 죽은 거죠. 위대한 영웅이 죽음으로써 하늘을 나는 새들도 멈추고, 세상이 멈추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이 전쟁은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빨리 너희는 싸워라’는 게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거라 생각했죠.”



‘노량: 죽음의 바다’를 관통하는 건 북소리다.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결단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북소리가 존재감 있게 등장, 울림을 고조시킨다.

“그 당시에 뭔가를 전달하고, 신호를 주는 게 얼마나 중요했겠어요. 깃발, 북 정도 밖에 없는데 깃발을 흔든다고 보이지 않으니 수군들 사이에서 북소리가 울리는 순간, 진격의 신호인 거죠. 그게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을 거예요. ‘돌격하라, 이 전쟁을 끝내선 안 된다, 열도 끝까지 쫓아서 기어이 항복을 받아내라’는 의미였을 거예요.”

이순신 장군을 다룬 작품은 KBS1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부터 ‘명량’ ‘한산: 용의 출현까지’ 다양하다. 김윤석은 ‘장군 이순신’의 모습뿐만 아니라 고독한 ‘인간 이순신’의 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7년 전쟁을 알아가니까 이순신 장군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명량과 노량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3년상을 치러야하는데 다시 싸우러 나가라고 해요. 어머니를 보내고, 명량에서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하지만 왜구들이 아들 면이를 죽이죠. 그 1년이 이순신을 피폐하고, 반시체로 만든 시기였다고 해요. 그런 것들을 알고 난 뒤 영웅과 성웅이 아닌, 700년 전 이 땅에 있었던 군인의 신분으로 살아간 아주 불행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죠.”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이어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끝이 아니라 생각한다”는 김윤석은 “이순신도 앞으로 나보다 더 뛰어난 연기자와 또 다른 감독님이 이어갔으면 한다”라고 소망을 내비쳤다.

“끝이 아니라 생각해요. 세계 2차 대전에 관한 영화만 해도 수백편이잖아요. ‘덩케르크’를 언급한 적 있는데 그 영화만 수 십 편이 돼요. 임진왜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전쟁이었어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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