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무대 SHOUT]
입력 2024. 01.12. 08:00:00

연극 와이프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이제는 더 싸울 필요가 없고 안전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내 주변의 누군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와이프'는 그런 그들의 고통을 들여다보라고 말하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이 연극의 본질입니다. "(연극 '와이프' 연습실 공개 행사, 신유청 연출 발언 中)

지난달 26일 개막한 연극 '와이프'는 영국 극작가 ‘사무엘 아담슨(Samuel Adamson)’의 2019년 작품으로, 헨리크 입센의 연극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하여 1959년부터 2042년까지 4개의 시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여성과 퀴어로서의 삶을 집중력 있게 표현한다.

4개의 시대에는 긴밀히 연결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1959년 수잔나와 데이지, 1988년 에릭과 28세의 아이바, 2019년 카스와 58세의 아이바, 2042년의 수잔나와 데이지 커플까지. 이들을 통해 시대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과 개인의 '평등'과 '자유'에 대해 흡인력있게 전달한다.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여성', '퀴어', '진짜 나'다.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1959년부터 2046년까지 새롭게 등장하는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조명한다.

묵직한 메시지만큼 극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겁다. 극 초반,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빠르게 내뱉는 대사 안에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어렵다. 관람하기 전 적어도 '최초의 페미니즘 연극'으로 불리는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과 관련한 내용을 미리 알고 간다면 초반부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각 시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러차례 반복적으로 말하는 직관적인 표현들을 통해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전달된다.



'와이프'로 첫 연극에 도전한 최수영의 연기는 대체로 무난하다. 많은 양의 대사와 빠른 호흡으로 상대 배우와 티키타카를 이어가야 하는 장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딕션으로 대사를 전달한다. 하지만 무대 연기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한 탓인지 관객들을 온전히 끌어당기기는 흡입력은 다소 부족하다. 대사 실수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소진, 정웅인 등 베테랑 배우들은 안정적인 발성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극의 무게감을 잡으며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 특히 김소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섬세하고 밀도 있게 캐릭터를 완성해내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든다.



지난 5일 관람한 이 공연의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일부 관객의 비매너 행동과 공연장 관리 소홀 문제다. 이날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수영 팬으로 추정되는 관람객이 카메라 셔터 소리를 내며 불법 촬영을 해 논란이 됐다. 조용한 공연장 안에서 여러 차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으나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공연이 끝난 직후 일부 관객들은 이와 관련해 항의를 하기도 했다. 관람객 A씨(34)는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제대로 극에 몰입할 수 없었다. 공연 관람 중 촬영을 하지 말라는 사전 안내는 있었지만 공연장 측의 적극적인 사전 대응은 전혀 없었다. 공연 이후에는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흡하게 대처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이후 해당 내용이 또 다른 관람객들의 후기를 통해 예매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사 글림컴퍼니 측은 "최근 공연 중 불법촬영으로 인해 공연 저작권 침해, 연기 방해, 다른 관객 분들의 관람이 방해받는 일이 발생했다"며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객석 내 하우스 인력 추가 배치, 객석 모니터링 위치 변경, 외국어 안내 멘트 진행 등의 이전보다 강화된 하우스 운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와이프'는 오는 2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글림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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