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 “청춘 바친 ‘외계+인’ 2부” [인터뷰]
입력 2024. 01.17. 11:14:51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년 반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150번 넘게 편집본을 돌려봤다. 그렇게 완성된 52개의 편집 버전. 122분의 러닝타임 곳곳에 최동훈 감독의 손길이 곳곳에 들어가 탄생된 영화 ‘외계+인’ 2부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얽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외계+인’ 1부는 제작비 700억, 손익분기점 730만 명인 대작으로 2022년 7월 여름 텐트폴 시장에 출격한 바. 그러나 최종 15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면에서 실패했다. 1년 반 만에 ‘외계+인’ 2부를 내놓게 된 최동훈 감독은 “이게 영화감독의 숙명이구나”라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암살’을 찍고 난 뒤 다음에 뭐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일제강점기 시대의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죠. ‘암살’을 찍은 후에 번아웃이 왔어요. ‘외계+인’은 웬걸? 번아웃이 아닌, 신인감독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자만하지 말고, 영화에 가졌던 애정, 호기심 이런 게 다시 만들어지는 것 같았어요.”

‘외계+인’ 2부에서는 1부에서 남긴 궁금증을 하나둘씩 풀어가며 외계인의 탈옥과 외계물질 하바의 폭발을 막으려는 이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1부와의 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2부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촘촘히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2부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적혀있어요. 1부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타이틀 시퀀스가 시작하죠. 시나리오 때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1부를 보지 않은 분도 있고, 본 지 오래된 분도 있으니 기억을 환기시키는 의미도 있었죠. 2부 스토리 시작은 민개인(이하늬)을 주인공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에요. 민개인의 기억이나 감정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있었죠. 여러 형태의 타이틀 시퀀스를 만들어봤는데 어떤 건 화려하고, 뮤직비디오처럼 빠르게 편집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했더니 너무 설명적이고. 민개인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거나 자기 스스로 얘기할 때 고민하면서 만드는데 10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 덕에 영화 볼 때 몰입하는 게 쉬워졌다고 생각해요.”



1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던 민개인은 2부의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또 고려시대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가 신검 쟁탈전에 새롭게 합류하며 긴장감을 한층 배가시킨다. 여기에 무륵의 부채 속 고양이 우왕(신정근), 좌왕(이시훈)의 비밀이 풀어지면서 이들이 모두 얽혀 있고, 하나의 매듭처럼 얽혀 풀어져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우왕, 좌왕이가 나무꾼을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바뀌어요. 서사적 리듬감이 바뀌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죠. 이야기가 바뀌기 시작한다는 게 저에게 중요했어요. 1부와 다른 지점은 여러 장르를 띠고 있죠. SF, 판타지, 벽란정 장면은 공포영화 같은 속성도 있죠. 코미디도 있고요. 이야기적 흐름 밑에 등장인물들이 운명적으로 엮이고, 이 일에 동참하게 되고, 어드벤처를 겪은 후 그들이 헤어지는 것.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뭔지 이 영화 안에 있었으면 했어요. 이안과 무륵은 한 영화 안에서 3번 헤어져요. 그게 다 본인들이 의도한 게 아니고, 이야기의 흐름에 물살처럼 빨려 들어가길 바랐죠. 인물관계를 더 잘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약간 히어로물이잖아요. 깔끔한 마무리가 있고, 지속되길 바랐죠.”

‘외계+인’ 2부는 1부에 뿌린 떡밥을 모두 회수하면서 ‘이야기꾼 최동훈’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1부와 2부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이야기가 구성된 건 6년 전이에요. 그땐 OTT가 막 올 때였죠. 관람의 형태는 변할 것 같고, 많은 관람 형태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야기를 만들고 나니까 이걸 찍으면 4시간 반이 나올 것 같았어요. 그때는 3시간짜리 영화가 오히려 허들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2부를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많아요. ‘한편으로 했어도 될 텐데, 3시간 참아주고 봤을 텐데’라고. 아니면 시리즈로. 후반작업 때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정신 차리자, 딴 꿈을 꿀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추후에 ‘외계+인’이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는 모르겠고요.”



2부를 선보이기까지 1년 반의 시간 동안 최동훈 감독은 집과 편집실을 오가며 52번의 편집을 거쳐 52개의 버전의 ‘외계+인’ 2부를 완성했다. 1부 개봉 당시, 이미 2부의 작업은 90% 마친 상태였다고.

“보통 3~4개월 편집해요. 녹음실, CG회사에 보낸 후 한 달 뒤 다시 보냈죠. 20일 후에 새로운 편집본이 나왔다면서 보냈어요. 새 편집본을 보낼 때마다 아무도 믿지 않더라고요. 배우들에게도 ‘완성했어’라는 말을 몇 번 한지 모르겠어요. 그땐 완성했다고 느꼈는데 다시 보면 또 바꾸고 싶고, 변화를 줘서 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편집기사랑 음악감독님 얼굴을 미안해서 못 보겠어요. 1년 반을 괴롭혔더니. 마지막 편집을 했을 땐 편집기사가 ‘감독님 이제 오지마’라고 했어요. 하하.”

지난 10일 개봉된 ‘외계+인’ 2부는 CGV 골든에그지수 93%, 롯데시네마 실관람객 평점 9.2점을 기록했다.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영화는 73만 명(!월 17일 기준)을 돌파하며 흥행 곡선을 그리고 있다.

“청춘을 이 영화에 바쳤어요. 그리고 진짜 아저씨가 됐구나. 아주 진하게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도전하고, 도달해보고 싶은 지점도 있었고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완성되는 걸 해보고 싶었죠. 판타지라는 장르가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지만 뉘앙스가 담긴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 영화가 개봉하고, 시간이 지나서 어떤 형태로든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길 바라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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