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시민? NO, 참시민의 사이다 추적극 ‘시민덕희’ [씨네리뷰]
- 입력 2024. 01.18.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실화가 가진 힘이다. 현실감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버무렸다. 소시민 덕희의 추적은 속 시원한 쾌감을 안김과 동시에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의 이야기다.
'시민덕희'
덕희(염혜란)는 운영하던 세탁소 화재로 대출 방안을 찾던 중 주거래 은행 손대리에게 대출상품을 제안 받는다. 8차례에 걸쳐 손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피해자 덕희의 목소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을 얻은 재민은 덕희에게 은밀한 구조 요청을 보내기 시작한다. 경찰의 미적지근한 처리에 덕희는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애림(안은진)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과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2006년 처음 발생된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수 12,816명, 피해액 1,451억 원(2022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날로 치밀해지고 있다. 금융 정보 취약층, 경제 취약층은 물론, 10대부터 노인까지 연령대와 무관하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상 범죄이기도 하다.
이에 연출을 맡은 박영주 감독과 제작진은 실제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이 남몰래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에 주목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절대로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그렇기에 박영주 감독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것 대신, 현실감을 더하는데 집중했다. 단편 및 중편 영화들을 통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계 ‘뉴 제네레이션’으로 주목받은 박 감독은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시민덕희’를 통해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을 발휘한다. 팽팽한 긴장감 속 유연함을 잃지 않는 연출력이 113분의 러닝타임을 힘 있게 끌고 간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평범한 소시민 덕희 역의 라미란은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몰입을 이끈다. ‘라미란이 아니면 누가 덕희 역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염혜란과의 티키타카 케미도 관전 포인트다. 덕희의 동료이자 빼어난 중국어 실력의 소유자 봉림 역을 맡은 염혜란은 장르적 긴장감이 계속될 때쯤 적재적소 유머로 쉬어갈 공간을 만들어준다. 자연스러운 중국어 연기도 인상적이다.
라미란, 염혜란, ‘쌍란 자매’ 외에도 덕희를 돕는 숙자 역의 장윤주, 애림 역의 안은진, 손대리 역의 공명, 박형사 역의 박병은, 총책 역의 이무생 등이 구멍 없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몰입을 이끈다.
다만 보이스피싱을 당한 시민이 경찰 대신 총책을 잡으러간다는, 어쩌면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할지는 미지수다. 모두가 아는 맛, 익숙한 맛의 ‘시민덕희’가 극장가 흥행을 견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13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