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고민 끝에 완성한 '이재곧' 김지훈표 악역[인터뷰]
- 입력 2024. 01.19. 08:00:00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지을 수 없는 표정과 느낌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있어서, 만들어내는 과정이 힘들기도."
김지훈
다시 한번 ‘섹시 빌런’으로 돌아왔다. 잔혹하지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배우 김지훈의 매소드 연기는 ‘섹시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따라붙게 한다. 오랜 고민 끝에 완성한 그의 열연은 박태우를 완벽히 만들어냈다.
최이재가 환생한 12명의 인물을 서인국을 필두로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김원해 등이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지훈은 이들의 죽음과 둘러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멈추지 않는 박태우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김지훈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진짜 강한 캐릭터였다. 여태까지 악역을 몇 번 했었는데 너무 매력적인 악역이라 생각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안에서 이야기의 중심 축을 이루는 캐릭터라 너무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극도의 공포감을 선사하며 살기 가득한 연기로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특히 박태우는 웹툰에 없는 캐릭터로 오롯이 김지훈의 상상력과 연기로 채워가야 했다.
그는 "힘들었다. 캐릭터 서사가 주어지지 않았고,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행동을 하는데 인물이 뭐든 왜 이렇게 생각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겉돌지 않게 해야 했다"며 "즙 짜듯이 대본을 보고 파고 파서 뿌리를 찾아 내려, 입체적인 인물을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은 각본 겸 연출을 맡은 하병훈 감독이었다. 그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찾아갔다. 원래 박태우 관련 디테일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긴박함을 위해 걷어내기도 했다고 들었따. 거의 대본에 향기만 남은 잔재들을 가지고 연기했다"며 "상상력을 만들어내야 했기 문에 이 역할이 무섭고 소름끼치는 악역의 매력을 살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더 무서워했으면 좋겠고, 인상에 남았으면 했다"고 이야기했다.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완성된 박태우의 모습은 만족스러웠을까. 그는 "늘 그랬듯이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있었고 너무 빨리 지나가서 허무하기도 했다"면서도 "그래도 책임감이 컸다. 이재의 엄마 얘기로 넘어가기 전에 시청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구간이 있었다. 롤러코스터의 절정을 맡아서 잘 못하면 창피할 거 같아 더 목숨 걸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은 비행기가 폭발하고, 차에 치이는 등 마지막까지 몸 사리지 않는, 임팩트 강한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처참한 최후를 맞은 것까지 빌런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그는 "신기했다. 마지막에 파란색 쫄쫄이를 입고 있었는데, 너무 감쪽 같아서 '내가 저렇게 했었나' 싶을 정도로 CG가 잘 나온 거 같다. 어떻게, 얼마나 망가져도 상관없었다. 더 처참하고 망가질수록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물들에게 가했던 모든 것을 겪으며 최후를 맞는다. 이건 감독님이 의도한게 맞다.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 재미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추가적인 재미를 살리는. 치밀한 대본 설정과 각색 과정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또 회사원과 이재의 과거와 맞물리게 되는 부분이 가장 소름돋는 포인트였다. 무한 회기물처럼 만든 것"이라며 "'감독님은 다 계산이 있었구나' 싶었다. 완벽하게 계산한 그림이었다. 여러가지 장르의 쾌감을 만족시킨 작품이었다. 감독님한테 무한의 리스펙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감탄했다.
전작 넷플릭스 '발레리나'를 비롯해 '악의 꽃', '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강렬한 악역을 맡게 되면서 이미지가 굳어지게 될까 부담은 없었을까. 이에 김지훈은 "더 강하게 인식이 심어져도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선악 모두 역할이 다른 거 같다. 사실 선역을 했을 때 더 편한 게 있다. 악역은 연습 과정이 조금 더 필요해 힘들긴 하다. 굳이 악역을 맡으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매력적인 역할, 그동안 보지 못한 이미지를 보여주다 보니까 악역을 하게 된 거 같다"며 "작품을 보고 매력있는 캐릭터를 결정하다 보니까 또 악역이 됐지만, 이러한 부분은 내가 깨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분들도 있지만, 굳어진 이미지를 잘 활용해 또 다른 작품에서 색다른 악역을 보여줘도 상관없을 거 같다. 작품을 보고 내가 확신이 드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다. 진짜 좋은 작품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이재 곧'처럼 의미 있는 메시지가 있고 재밌는 확실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아낌 없는 연기를 보여준 김지훈은 '이재 곧 죽습니다'에 대해 "제 필모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라며 "박태우라는 캐릭터도 완전히 기억에 남을 거 같고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게도 인생 드라마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을 느낀 작품"이라고 했다.
2002년 KBS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올해 23년 차를 맞았다. 그는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진짜 오래 했구다 싶다. 벌써 23년 차라니. 저한테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거라 연기자로서 0으로 시작했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거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그는 더욱 다양한 작품, 캐릭터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지훈은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까 기대 중이다. 그러면서 주어진 일이 있으면 열심히 하려고 한다. 배우는 늘 새로운 작품, 캐릭터로 새롭게 시작하는 거 같아서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고, 재밌기도 하다"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