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산’ 연상호 작가 “적당한 존중·조롱 받는 삶…괜찮은 인생이구나” [인터뷰]
- 입력 2024. 01.19. 15:07:32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가족이란 무엇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이 던지는 질문이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상호 감독 겸 작가는 통념적으로 사랑으로 가득 차야 할 가족과 상속 문제로 싸움이 나는 가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고 ‘선산’의 집필을 시작했다.
'선산' 연상호 작가 인터뷰
연상호 작가는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민홍남 감독과 작품을 구상하던 중 ‘선산’의 이야기를 들은 민홍남 감독이 작품을 함께 더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비추면서 황은영 작가와 같이 시나리오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선산’은 연 작가와 오랜 시간 함께한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남다른 의미를 가질 터.
“‘부산행’과 ‘반도’를 하면서 시간이 그렇게 흐른지 몰랐어요. 7~8년 정도 흘러버렸더라고요. 저도 작업하기 바쁘니까 민홍남 감독이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뭔가를 시도하려면 지금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촬영 중 ‘선산’ 이야기를 했거든요.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선산’은 한국인의 뿌리에 닿아있는 친숙한 존재다. ‘선산’이라는 매개체에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더해 예기치 못한 선산 상속 후 벌어지는 사건들의 근원을 쫓으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몰고 간다.
“작업실에 모여 이야기를 하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하면서 봤던 게 ‘트윈 픽스’였어요.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인데 이상한 것들이 덧씌워져 있죠. 악마적인 현상, 초현실적인 것들. 그게 자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거라 생각했어요. 내용은 굉장히 미국적이에요. 우리도 가져올 게 무엇인가, 아주 한국적인 건 무엇인가 생각했죠. 저는 사람이 이성적이지 않게 행동하는 과정을 좋아해요. 근원을 따져보면 여러 요소가 있는데 종교, 이데올로기 등이 사람을 조종하고, 이상한 선택을 하게 만들죠. ‘선산’은 ‘가족’이었어요. 가족과 닮은 무언가를 찾는 게 ‘종교’였죠. 선산 무드와 잘 결합할 수 있는 종교적 색채가 무속신앙이었어요. 액을 만든다는 모습들이 무속신앙과 닮아있었죠.”
앞서 ‘선산’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 소개된 바. 작품화가 되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연상호 작가는 “10년 전 사회와 지금의 사회가 ‘가족’이라는 주제를 꺼내들기 더 용이한 사호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점점 현재 사회는 ‘부족적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냉전시대 경우, 거대한 두 개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했는데 지금은 여러 이데올로기가 있죠. 교집합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굉장히 복잡해졌어요. 갖고의 최초 단위 사회가 중요하게 된 시대인 것 같아요. 항상 가족을 소재로 했는데 ‘선산’ 작품을 통해 제대로 양면성을 파고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연상호 작가의 최근 작품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그중 ‘지옥’은 큰 호평에 힘입어 시즌1에 이어 시즌2를 제작 중이다. 기대와 다르게 아쉬운 평을 받은 작품들도 있다. 이에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늘 걱정하지만 한 발 떨어지려고 노력해요. 생각함과 동시에 떨어지려고 발버둥 치죠.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작업을 못할 것 같았어요. 만화는 노력하면 할 수 있으니 영화, 드라마 작업을 못하게 되면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여지가 마음속에 있는 것과 없는 게 큰 차이가 됐죠. 제 좌우명은 ‘신나면 망한다’에요. 10년 전, ‘돼지의 왕’으로 인터뷰 했을 때 ‘어떤 감독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적당한 존중과 조롱을 받으며 오래 작업하고 싶다’고 답했더라고요. 딱 그렇게 살고 있어요.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웃음)”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