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성크리처' 작가·감독 "용기있는 선택들에 감사, 호불호 반응은 숙제"[인터뷰]
- 입력 2024. 01.20. 09: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경성크리처' 시즌1은 그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인물들의 면면을 빌드업하지 않고서는 무언가가 폭발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즌1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가져가려고 했던 건 '생존'과 '실종'이죠.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작품도 있겠지만, 우리 작품은 그 정서를 차근차근 밟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성크리처 강은경 작가
지난 5일 시즌1의 전체를 공개한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자 731부대를 모티브로 한다. 여기에 생체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크리처'가 등장시켜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글로벌 OTT에서 시대극과 크리처물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 강 작가는 "어떤 타겟층을 설정하진 않았다. 막연하게 바랐던 거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코리아 결정도 감사하다. 내부적으로 한국의 시대극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조금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작품을 선택해 준 박서준, 한소희 등 배우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 작가는 "좋은 배우들이 시놉시스 단계 때부터 이 작품에 참여하겠다고 용기 있는 결정을 해줬다. 한류 배우이기 때문에 분명히 그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선택을 해줬다. 그런 선택들이 너무 감사했다"라고 했다.
'경성크리처'는 700억 원 규모의 대작이다. 시즌1에만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동윤 감독은 "(대작을 맡게 됐을 때) 처음에는 손이 떨렸다. 시즌1과 시즌2를 같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 '왜 그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 하고 나니까 재밌는 도전이었던 것 같다. 특히나, 1945년을 다룬 작품들이 사실 많이 없더라.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연출자로서는 좋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재미만을 추구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연출적으로 그것이 '잘 드러났나, 안 났냐'는 시청자들이 판단해 주실 몫이겠지만, 저로서는 최대한 담백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보니까 어느 한쪽에 기울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밸런스를 잡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도와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경성크리처'는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순위에서 국내 1위를 비롯해 비영어권 글로벌 3위에 올랐다. 브라질,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등 69개국에서도 10위 안에 진입했다. 특히, 일본에서 높은 관심을 받으며, 현지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강 작가는 일본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너무 반가운 이야기다. (일본의) 10대 젊은 친구들이 이 시대(일제강점기)에 대해서 '구글링'(인터넷 검색)을 한다고 하더라. 이 시대와 관련해 자료들도 많이 찾아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효과다. 사실 일본에서는 외면받을 줄 알았다. 일본에서 TOP 10에 계속 든다는 건 정말 좋은 현상인 것 같다"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정동윤 감독
다만, 국내에서는 호불호는 엇갈렸다. 크리처물이라고 하기에는 느린 속도감, 갑작스러운 로맨스 전개, 독립군 묘사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강 작가는 "작품을 만든 사람들과 보시는 분들의 기대 포인트가 다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저는 시대적 이야기에 더 몰입을 했었다. 아마 우리 작품을 기대했던 분들은 '장르적'인 재미를 더 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저에게 숙제로 남았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되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써야 하는 작품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의견들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피드백을 많이 보고 있다. 작가님이 말한 대로 시청자들이 (우리 작품에) 기대했던 부분이 달랐던 것 같다. 시즌2도 아직 남아 있지 않나. 시즌2에서는 피드백을 반영하려고 한다. 더 만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즌2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시즌2는 시작 단계다. (전개) 속도감에 대한 반응들이 많더라. 특히, 그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써보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극 중 메인 커플인 태상(박서준)과 채옥(한소희)의 로맨스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정 감독은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나가면서 인간적인 신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사랑하기 힘든 시기가 아니겠나. 단순히 불타는 느낌이 아니라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그 시간 속에서 신뢰가 쌓인 거다. 서로가 서로의 위안이 되어주면서 시대적 아픔 속에서 사랑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 작가도 "그들의 선택은 늘 '죽음'과 직면해 있다. 생사를 오고 가는 결정들이다. 그런 선택들을 계속 함께 마주하면서 라포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를 빌드업하려고 노력했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크리처에 '모성애 코드'를 더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작가는 '모성애 코드'를 가져온 계기에 대해 "생체실험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모성 본능' 실험이라는 걸 보게 됐다. 그 자료가 나를 굉장히 힘들게 했다. 물론 모든 실험들이 그렇지만, '모성 본능' 실험을 봤을 때 잠을 못 잘 정도로 참혹하고 가슴 아팠다.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금의 '성심' 크리처가 탄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굳이 크리처물에서 '모성애 코드'를 강조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신파적인 요소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 작가는 "'경성크리처'는 전 세계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우리 시대극)에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유입시켜야 하는 전형적인 서사 코드가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모성애 코드'를 가지고 오게 됐다. 어떻게 하면 우리 이야기를 보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모성애 코드가)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돋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경성크리처'는 올해 안에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시즌2는 2024년 서울을 배경으로 장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인물 '호재'(박서준)와 윤채옥(한소희)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시즌2 공개에 앞서 강 작가는 "채옥이가 태상에게 '날 기억해 달라'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멜로 코드'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대를 기억해 주겠냐'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시즌2에서는 그 시대에 대한 '기억'과 '망각' 그리고 '잔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 감독은 "시즌2는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