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한소희 "두려움 사라져…팬들에게 떳떳한 배우 되고파"[인터뷰]
입력 2024. 01.23. 08:00:00

한소희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올해도 '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가 좋다. 배우 한소희가 역경 속에서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경성크리처' 윤채옥을 만나 기세를 한껏 더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 총 10부작으로 지난 5일 파트2까지 공개, 시즌1의 전편이 모두 공개됐다.

'경성크리처' 시즌1은 공개 3일 만에 국내 1위를 비롯해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3위에 올라섰고 브라질,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 69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다.

한소희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순위 같은 건 잘 안 본다. 보는 순간 경쟁하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오래전에 찍은 작품이라 그런지 신기하긴 하다. 젊었을 때 저를 보는 거 아니냐. 2년 전에 모습을 보니까 '오 저렇게 했었구나', '저때 다들 열심히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추억들이 많이 생각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경성크리처'는 시대극과 크리처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크리처물' 장르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는 한소희는 "크리처물은 저에겐 생소한 장르였다. 시대극이라는 점보다는 크리처에 더 끌렸었던 것 같다. 또, '마이네임'이라는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했었는데 '경성크리처'의 (윤)채옥이도 칼에 능수능란한 캐릭터더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님, 작가님을 사랑해야만 할 수 있지 않나. 일단 작가님은 '부부의 세계'를 할 때 인연이 있었던 작가님이었고, 감독님의 전작인 '스토브리그'를 보고 궁금하다고 생각했었다. 함께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맞았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한소희는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조선 최고의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강 작가는 '경성크리처' 대본을 쓸 때부터 한소희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힌 바 있다. 한소희는 윤채옥 캐릭터를 만들어나간 과정에 대해 "먼저 교집합을 찾으려고 했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물불 안 가리고 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비슷했다. 채옥이의 목표는 '엄마'를 찾는 거다. 엄마를 잃은 시점부터 채옥이의 나이는 멈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를 마주했을 때 조금 더 천진난만하고 어린아이 같은 표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또 제일 순수한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들과 저의 실제 모습들을 적절히 섞어서 채옥이를 만들어나갔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극 중 윤채옥의 엄마인 최성심(강말금)은 일제의 생체 실험으로 인해 괴물(크리처)로 변모한다. 윤채옥은 10년 만에 만난 최성심을 만났지만,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변한 최성심의 끔찍한 모습에 오열하며 절규한다. '경성크리처' 시즌1의 하이라이트 장면이기도 한 이 장면은 후반 작업을 위해 크로마키 촬영으로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차근차근 쌓아올린 감정을 터트려야 하는 신이었던 만큼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고.

"크로마키 촬영이었기 때문에 이미 레퍼런스는 있었지만 여러 번 촬영을 했었야 했다. 바스트도 찍고, 풀샷도 찍어야 하고. 감정을 계속 연결해서 가야 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울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계속 혼자 있으면서 상상을 했다. 오직 상상만으로 엄마를 떠올려야 했기 때문에 혼자 계속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10년 만에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 어떨까?' 상상했다. '다 때려 부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기분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

한소희는 '마이네임'에 이어 '경성크리처'에서도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목표는 하나였던 것 같다. (채옥이가) '마이네임' 지우 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우와 같은 얼굴이지 않기를 바랐다"라고 밝혔다.

액션 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점에 대해서는 "'마이네임' 지우는 '너 죽고 나 죽자' 그런 느낌이 강했다. 채옥이는 어느 정도 스킬이 있다. 지우는 사람을 죽이는 데 능수능란한 아이는 아니다. 반면 채옥이는 스킬이 있고, 굉장히 잘 싸워왔던 친구다. 합을 맞출 때 조금 더 능수능란하게 보일 수 있도록, 그리고 날렵해 보일 수 있게, 보다 더 정확한 액션 신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습했다"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한소희는 '경성크리처' 촬영 중 안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말 그대로 사고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 이후로 두려움이 없어졌다. '설마 죽이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임했었다"라고 담담하게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 작품을 선택하길 잘했던 순간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매 순간이 그랬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매 순간 현장에 갔을 때, 점점 채옥스러워질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현장 스태프들에게 '나 잘하고 있어?' '나 지금 채옥이 같아?'라고 정말 많이 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연기를 하다가) 스태프들도 안 보이고 오직 상대 배우만 보일 때가 있다. 그때는 촬영을 마친 후에 스태프들에게 묻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채옥이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날이면 스태프들도 먼저 '정말 채옥이 같았다'라고 칭찬을 해주더라"라고 이야기했다.



2017년 SBS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한소희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세 중에 대세'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에서 '여다경' 역을 맡아 크게 주목 받은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 JTBC 드라마 '알고 있지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 트랙' 시즌1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공백기 없이 '열일'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의 '부스터'다.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몬다. '너 잘해야 돼', '잘하지 못하면 끝이야'라고. 떨어질락 말락 벼랑 끝에 서있다. 잘 못한다면 계속 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잘 매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잘 못하게 된다면 (이 직업을) 그만둬야 하지 않겠나."

한소희의 또 다른 원동력은 아낌없이 자신을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팬들이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적어도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팬들에게 창피한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적어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지 않나. (주어진 몫을) 못한다면 이 돈을 받으면 안 된다. 이 돈을 받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한소희 언니다'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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