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동물 학대 '태종 이방원'→진실공방 '고거전'…대하드라마도 못 살린 KBS
입력 2024. 01.24. 10:06:38

'고려 거란 전쟁'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고려 거란 전쟁'으로 KBS가 또 다시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말 학대 혐의로 논란이 된 '태종 이방원'에 이어 이번에는 '고려 거란 전쟁'이 원작자와 제작진이 공방전을 벌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16회에서 양규(지승현)의 전사 후 스토리 전개가 급변하면서 현종 인물 캐릭터 묘사를 비롯한 원작과 다른 내용, 역사 고증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원작소설 '고려거란전쟁-고려와 영웅들'을 쓴 길승수 작가는 드라마 내용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도 원작에 나오는데,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며 "당연히 '고려 거란 전쟁' 18회에 묘사된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KBS 시청자센터에 지난 18일 '고려거란전쟁 드라마 전개를 원작 스토리로 가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고려 거란 전쟁' 제작진 측은 원작 소설과 드라마가 다르게 집필된 배경을 전하며 해명에 나섰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정우 작가가 '고려 거란 전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며 대본 집필에 돌입했으나 이 작가는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검토한 후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드라마 자문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자문팀을 새로이 꾸렸다. 이후 이 작가는 1회부터 스토리 라인 및 씬별 디테일까지 촘촘하게 자문팀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본을 집필하게 됐다.

또한 역사서에 남아 있는 기록들이 조선시대보다 현저히 적은 고려 시대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요 사건들의 틈새를 이어줄 이야기가 필요했다. 이에 제작진은 역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고려 거란 전쟁'만의 스토리를 구현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제작진 측의 입장 발표 이후 길 작가는 "KBS에서 해명 보도 냈더라. 웃기지도 않는다"며 또 다시 비판했다. 그는 "2022년 6월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내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 화들짝 놀랐다. KBS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길 작가의 비난이 계속되자 전우성 PD는 SNS를 통해 "길승수 작가는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고 수 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사했다"며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에 길 작가는 "전 PD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고 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라고 다시 한 번 반박에 나섰다.



'고려 거란 전쟁'에 앞서 방영됐던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도 동물 학대로 논란이 됐다. 지난해 '태종 이방원' 제작진은 말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작진 3명은 2021년 11월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말의 앞다리를 밧줄로 묶은 뒤 말을 달리게 해 바닥에 고꾸라지게 했고, 이후 적절하게 치료도 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넘어진 말은 결국 촬영 일주일 뒤에 죽었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동물들의 안전과 복지가 위태롭다는 내용의 제목 성명서를 발표, 해당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에 KBS 게시판에는 각종 항의글이 쏟아졌고, 방송이 몇 주간 결방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지난 17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S PD 김모씨 등 제작진 3명에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KBS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최근 KBS는 주력이 됐던 일일극, 주말극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드라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고려 거란 전쟁'을 방영했고, 시청률 10%까지 돌파하며 KBS는 간신히 체면 치레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태종 이방원'에 이어 '고려 거란 전쟁'까지 논란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대명'을 시작으로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대왕의 꿈' 등 정통 사극의 명가로 거듭났던 KBS지만, 5년 만에 돌아온 대하드라마도 결국 위기 속 KBS를 구하지 못했다.

원작자와 제작진의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 거란 전쟁'이 남은 회차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양 측의 진실 공방전은 어떻게 마무리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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