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녀박씨' 배인혁, 부담감을 욕심으로 [인터뷰]
- 입력 2024. 01.25.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인혁은 약 4년 만에 주연급 스타로 떠오른 배우다. 짧은 시간 안에 그가 주연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은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욕심이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배인혁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동명의 웹소설 원작으로,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이세영)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의 금쪽같은 계약결혼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첫 방송 5.6%(전국 유료, 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후, 6회에서 최고 시청률 9.6%을 기록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배인혁은 "물론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긴 시간 동안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이 열심히 촬영한 것을 좋은 시청률로 보답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10%를 넘기지 못해 아쉽지 않았냐고 묻자 "(조)복래 형과 항상 방송이 끝나면 아침에 서로 시청률 기사도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했었다"며 "최종회에서 10%를 한 번 넘겨보자고 해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순간 시청률은 11%까지 나왔다고 해서 만족스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인혁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합류한 이유로 대본과 이세영을 꼽았다. 그는 "스토리의 소재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빨라서 대본도 잘 읽혔다"면서 "사실 앞서 세영 누나가 작품에 합류하기로 되어있던 상황이어서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인혁은 감정보단 논리를 우선시하는 철벽남이자 SH그룹 부대표 강태하 역을 맡았다. 특히 조선시대의 강태하와 현대의 강태하를 연기하며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다.
"조선 시대의 태하와 현대 태하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연우는 조선에서 현대로 넘어올 때 생각과 마인드가 함께 넘어왔지만, 저는 환생에 대해서 인지하기 전까지는 조선시대의 영혼이 담겨 있지 않은 캐릭터다. 그래서 조선 태하를 연기할 땐 연우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현대 태하는 어릴 때 갖고 있던 트라우마나 상처 때문에 생기는 성격 같은 면을 신경 썼던 것 같다. '강드로이드'라는 별명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보니 알아서 두 캐릭터의 차이가 생겼던 것 같다."
현대의 강태하는 초반에 차갑고 까칠한 성격을 보이지만 극 중 연우(이세영)을 만난 후 사랑을 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배인혁은 "태하가 처음에는 연우를 밀어내지만 어느 순간 본인의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 그 순간 태하가 아이처럼 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태하는 연애도, 이성에게 마음을 연 것도 처음이라서 어떤 감정이든 표현에 서툴 것 같았다. 질투하는 방법,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같은 부분에서 조금 단순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인혁은 현대의 강태하와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해 "극 초반의 태하는 저와 반대되는 사람 같았다. 태하가 연우를 만나 성격이 부드러워지면서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졌다"며 "저도 편한 사람과 있으면 애교도 부리면서 장난도 치는 편인데, 친구들이 그런 밝은 텐션들이 비슷하다고 말해주더라. 제 본체에서 끌어올 수 있는 점들을 많이 참고해서 연기했다"고 얘기했다.
또 '슈룹'에 이어 그는 이번 작품에서 또 한번 사극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배인혁은 앞서 '슈룹'에 독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5화까지 특별출연했던 바 있다.
"'슈룹'에서 처음으로 사극을 접하게 됐는데, 그때는 금방 죽기도 했고 계속 누워있다 보니 말하는 신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도 조선시대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를 이끌어가서 만족스러웠다. '슈룹'에 대한 아쉬움은 채웠지만,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도 일부만 사극이었어서 다음에는 전체 스토리를 사극으로 이끌어 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는 배인혁과 이세영의 케미 또한 큰 관전 포인트였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냐고 묻자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다 보니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주신 것 같다"며 "선배라서 제가 어려워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못 느끼게끔 편하게 해주셨다. 그리고 늘 제 의견을 물어보고 좋은 부분을 반영해줬다. 소통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배인혁과 이세영의 열애설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2023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 발표 전 소감을 말하던 중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깍지를 낀 채로 손을 들어 올렸고, 이에 두 사람의 열애설이 불거졌다.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올랐을 때 후보 영상이 나왔다. 그때 화면에 분명히 잡힐 거라고 생각해서 붙어 앉아 있었는데 누나가 손을 딱 잡더라. 그런 모습을 보고 케미가 좋아서 열애설까지 난 것 같다. 사실 그것에 대해서 이후에 크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연인' 팀도 너무나 훌륭했고, 다른 팀들도 너무 훌륭했지만 베스트 커플상은 케미적으로 인정을 받고 함께 만들어가는 상이라서 받지 못한 것에 조금 아쉬운 점은 있었다."
2019년 데뷔한 배인혁은 웹드라마부터 시작해서 드라마까지 단숨에 주연을 맡으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역시 있었다.
"부담감도 많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있는 것 같다. 빠른 시간에 큰 롤을 맡게 되니까 누군가는 차곡차곡 쌓아온 계단 같은 과정들이 제게는 빠진 것 같다. 그 부분을 채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그래서 재작년에는 다양한 것에 더 많이 부딪혀본 것 같다. 그 과정을 더 열심히 채워나가야 안정감 있고 탄탄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빠르게 주연급 스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욕심 때문이었다. 배인혁은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고, 큰 역할을 맡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경험과 내공을 쌓기 위해 계속해서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계속 부딪히려고 하니까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치얼업'이 끝나고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오고서 틀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치얼업'이라는 작품을 할 때 정말 자유로웠는데, 처음에는 그게 정말 어려웠다. 그 작품을 마치고서 느낀 바가 있어서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을 촬영할 때 틀에서 나와 자유롭게 하려고 했다. 예전에 비해 더 과감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바쁘게 달려온 배인혁은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하는 배우'를 꿈꾼다. 그는 "캐릭터적으로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어떤 작품에서 저를 보고, 또 다른 작품에서 저를 보셨을 때 같은 사람인지 모를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 목표에 대해서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을 통해 어느 정도 과감해졌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과감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작은 바람을 드러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