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돌고 돌아 결국 만난 운명[인터뷰]
입력 2024. 01.27. 08:00:00

정우성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왜 이 작품이 제 앞에 다시 나타났을까?' 싶더라고요. 다시 용기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났다. 배우 정우성에게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배우 인생에서 가장 긴 인연을 이어 온 '운명(運命)' 같은 작품이다.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로, 1995년 아시아 전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를 원작으로 한다.

정우성은 13년 전 이 작품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제작자이자 주인공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 정우성은 "긴 인연이 있는 작품이라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 힘든 작품이다. 13년 전에 이 작품을 제작하려고 했을 때는 이 드라마를 만들기 힘든 환경이었다. 이 작품이 떠돌다가 다시 내 손에 들어오게 됐다. 그 이후에도 드라마로 이렇게 제작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점점 시간이 흘러서 '차진우' 역할을 내가 하는 게 맞나?' 싶기도했다. 원작 작가가 판권을 구매했을 때 '정우성이니까 주는 거다'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더 나이 먹기 전에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잘 만들어야겠다'라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런데 '잘'이라는 게 모호하지 않나.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고 했다. 이 작품에 필요한 정서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만 집중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작과 달라진 점은 주인공들의 나이다. 정우성은 "제가 차진우 역할을 하게 되면서 물리적인 나이를 실제 저와 똑같이 가져가려고 했다. 나이가 달라지면서 원작과는 다른 결의 드라마가 완성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인공들의) 나이가 달라지면서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제가 하고 있는 사적인 고민들과 고민의 방식들도 투영하려고 했다. 장르는 멜로이긴 하지만 이성에 대한 사랑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관계에 조금 더 그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극 중 청각장애를 가진 화가 '차진우'로 분했다. 정우성은 눈빛을 언어 삼아, 표정을 고백 삼아 사랑을 속삭이며 멜로 눈빛의 진수를 선보인다.

"대본 위주로 수어 공부를 했다.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대면 수업은 못 받았다. 영상으로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걸 보면서 수어를 익혔다. 또 현장에서 늘 (수어) 선생님이 계셨다. 수어 연기가 저에겐 큰 도전이었다. 원래 수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표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긴 한다. 그런데 진우는 조금 표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려고 했다. 차진우의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다. 표현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이라서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극 중 차진우의 내레이션은 그의 고요한 세상을 대변하는 느낌을 준다.

"원작이 마음에 들어왔던 결정적 이유는 2부 엔딩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내레이션이었다. 그 목소리는 심장을 박히게 하는 목소리였다. 그 내면의 목소리가 너무 인상 깊게 각인됐다. 리메이크 작품을 하게 된다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레이션 첫 녹음을 하는 날 첫소리를 내는 게 힘들더라. (처음으로 차진우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현장에서 계속 연기를 하면서 찾아갔던 것 같다.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나왔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이 11년 만에 선택한 멜로물이기도 하다. 그는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했다. 더 늦으면 출연을 포기하려고 했다. 막차를 타는 기분으로 출연했다"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상대 배우 신현빈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우성은 "이렇게 대본을 가지고 긴 회의를 하면서 작업한 적이 있을까 싶다. (신현빈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의 시간들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감성을 표현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 감성에 젖어들기 전에 이성적으로 고민하는 배우였다. 정말 안정적이었고, 차분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힐링의 시간이었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빨리 훑어볼 수 없는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 한다. 독특한 드라마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 드라마를 사랑해 주신 분들은 이 드라마의 특성을 고스란히 인정하면서 그 시간을 즐겨주신 것 같다. 많은 관심과 좋은 평을 해주셔서 큰 뿌듯함을 느낀다. 이 드라마를 응원해 주신 분들이 있다는 자체가 높은 시청률보다 큰 선물인 것 같다. 특히 소장하고 싶은 드라마다'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분들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응원해 주시더라. 그런 마음들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라고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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