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염혜란, ‘천의 얼굴’ 가진 천상배우 [인터뷰]
입력 2024. 01.29. 07:00:00

'시민덕희' 염혜란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모두가 염원한 만남이다. 라미란, 염혜란. ‘쌍란’, 란란 자매가 드디어 만났다.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를 통해서다.

염혜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시민덕희’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염혜란은 극중 덕희(라미란)와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조선족 봉림 역을 맡았다. 중국어에 능통한 캐릭터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중국어 하는 분들에게 ‘마냥 흉내만 내지 않았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중국어 선생님이 시사 때 못 오셔서 피드백을 못 받았죠. 많이 떨려요. 선생님을 따로 만나 괴롭히기도 했어요. 통으로 외워야하는데 그게 안 돼서 병음, 성조의 뜻을 하나하나 물어보며 했죠. 그랬더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대학교 때 교양 수업으로 한 학기 들은 적 있지만 본격적으로 배운 건 처음이었거든요. 회화를 공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이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단편 ‘소녀 배달부’ ‘1킬로그램’, 중편 ‘선희와 슬기’를 연출한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로그라인이 너무 재밌었어요. 게다가 라미란 언니가 한다고? 이건 뭐 공감대는 물론,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감독님에 대한 정보가 없어 찾아봤어요. ‘선희와 슬기’라는 작품이 너무 세련되고, 하고자하는 내용도 좋더라고요. 잘 하시겠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만났는데 ‘소녀소녀’ 하시면서 하고픈 얘기는 다 하시더라고요. 중심을 흩트리지 않고, 잘 하셨어요. 저희를 북돋아 주셨죠. 개봉까지 오래 걸려 힘 드셨을 텐데 지금부터 천만을 외치고 다니는 경쾌한 감독님이에요.”



넓은 캐릭터 스펙트럼으로 천의 얼굴을 연기하는 염혜란은 봉림 역할로 라미란과 특별한 콤비를 이룬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장르적 긴장감이 계속될 때 쉬어갈 공간을 확보해주기도.

“연변 출신으로 나오지만 지금까지 나온 모습과 다르게 그려보자고 감독님과 얘기했어요. 사랑스럽고, 귀여웠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엄청 많은 옷을 입어보고, 머리부터 스타일링에 신경 썼어요. 사랑 받고 싶고, 사랑 하고 싶고, 연애 하고 싶고. 기본적인 욕구를 가진 여성으로 그려보자 얘기했죠. 출발 지점에 대해 얘길 많이 했어요. 봉림은 정서적으로 볼 때 덕희를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발을 담군 사람이기에 어려운 일이 될 거라는, 관객 입장에서 정당성을 말해주는 인물이라 떠나자고 말하는 것까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시민덕희’는 배우들의 팀플레이가 빛나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라미란, 염혜란 ‘란란 자매’의 케미가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조합을 고대하던 관객들의 바람은 이번 ‘시민덕희’를 통해 비로소 실현됐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게 일렬로 세울 수 없어 좋아요. 배우는 이런 맛이 있고, 누가 일등이라고 할 수 없는 직업이라 좋죠. 이번에 미란 언니랑 옆에서 호흡을 나누고 싶었어요. ‘걸캅스’도 그렇지만 언니는 어떻게 하나 궁금했죠. 언니가 품이 넓은 사람이에요. 현장을 즐겁게 해주고, 부드럽게 해주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시죠. 인간적으로 되게 괜찮은 사람이에요. 연기적으로 제가 조금 더 가지고 싶은 말랑함, 여유, 능청이 너무 훌륭해요. 발끝도 못 따라가겠네 생각이 들면서 배우고 싶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라미란 뿐만 아니라 아이돌 홈마(홈 마스터) 출신 동료 숙자(장윤주)와 칭다오 택시 기사로 현지 지리를 완벽히 꿰고 있는 애림(안은진)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덕벤져스’를 결성, 통쾌한 추적극을 펼친다.

“많이 나이 차이가 안 나는 여배우 네 명이 모였어요. 다들 조금 다르긴 해도 솔직한 타입들이죠. 친해지는데 시간이 빨랐어요. 내숭 떨거나, 비밀을 간직하거나,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죠. 그래서 빨리 친해졌어요. 대기시간에도 항상 현장에 같이 있었어요. 의상팀에서 망토도 맞춰졌죠. ‘덕벤져스’라며.”

영화는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과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됐다. 감독과 배우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절대로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실화여서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극적으로 만들어진 부분도 있기에. 시사회 때 실존인물을 뵀어요. 각색된 것도 있고, 만든 것도 있기에 불편할 수 있고, 실망할 수 있어도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위로를 받고 나가신 것 같았어요. 아직 아무에게도 말 못할 상처, 아픔이 있는데 누군가가 봐주시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게 영화의 큰 힘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도 피해자들이 많은데 공감과 용기를 얻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동안 보이스피싱 소재가 많았잖아요. 신선했던 건 피해자로만 다룬 게 아닌 가해자, 피해자가 연대한 부분이었어요. 그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염혜란의 2023년은 누구보다 ‘열일’한 한해였다. 영화 ‘웅남이’ ‘소년들’, 드라마 ‘더 글로리’ ‘경이로운 소문2’ ‘마스크걸’까지 다양한 장르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들과 만난 것. 특히 ‘더 글로리’의 강현남 역과 ‘마스크걸’의 염혜란 역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근작들은 복수를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로 그의 필모를 채우기도 했다.

“저는 계획보다 ‘그 시기에 왜 이렇게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 싶더라고요. 연달아 들어오는 작품도 복수였어요. 누군가 해결하지 못한 아픔들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죠. 정당한 방법으로 법이나 공권력이 도와주지 못하는 일들이 많구나란 생각도 들었어요. 복수라는 게 하나의 세계를 전복시키고 싶은 거잖아요. 계속된 역사를 바꾸고 싶은, 뒤집고 싶은 화두가 있나 생각이 들었죠. 한때 복수에 대한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누군가가 시원한 복수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렬하구나, 개인적인 복수보다 울분에 쌓인 상처들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염혜란의 2024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설명이 필요 없는 ‘천의 얼굴’ 염혜란의 올 한 해 행보가 기대된다.

“최선을 다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 하면서 계속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죠. 작품을 통해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지만 후회나 반성, 아쉬움을 다음 작품으로 상쇄시키는 것 같아요. 거기에 빠져있지 말고, 잘 수행해 나가보자 싶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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