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이 '국민 엄마'로 불리게 된 이유 [인터뷰]
입력 2024. 02.02. 07:00:00

김미경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이재야"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바로 배우 김미경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품 속에서 만난 아들, 딸만 70명인 김미경은 이제 '국민 엄마' 배우로 거듭났다.

김미경은 티빙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 JTBC '웰컴투 삼달리',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까지 최근 공개된 세 작품에서 엄마로 활약했다. 김미경은 인터뷰에 앞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 말주변도 없고, 나는 그저 연기를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며 "최근에 드라마를 많이 출연해서 감사 인사도 드릴 겸 나오게 됐다"고 긴장한 마음과 함께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1일 종영한 '웰컴투 삼달리'(이하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삼달(신혜선)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지창욱)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김미경은 삼달의 엄마이자 해녀 회장인 고미자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원래도 제주도를 정말 좋아한다. 이 작품이 모두 제주 로케 촬영이라고 해서 인물, 스토리 상관없이 무조건 가겠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내용도 정말 따뜻하고, 제가 맡은 인물을 포함해 캐릭터가 다 좋았다.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빨리 보따리를 싸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곳들이 그리워서 한번 더 가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미경은 '삼달리'의 배경과 역할로 인해 제주 사투리를 사용해야만 했다. 과거 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 제주 사투리를 썼던 경험이 일부 도움이 됐다고.

"예전에 '탐나는도다'에서 제주 해녀를 연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제주도 사투리를 제대로 고증받고 하다 보니 대사에 자막까지 달렸었다. 그때와 달리 이번엔 서울에서 제주도로 간 인물이라 제주도 사투리를 그렇게 많이 안 해도 됐다. 그리고 실제 제주에서도 그렇게 사투리를 심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주 사투리를 너무 제대로 쓰면 시청자들이 따라오기 힘들거라고 생각해서 알아듣기 쉬운 정도로만 사용하자고 했다."

특히 '삼달리'에서는 다른 작품과 달리 엄마의 깊은 서사를 나온다는 특징이 있었다. 해녀인 미자는 과거 물질 중 친구 부미자(정유미)를 잃고, 부미자의 남편 조상태(유오성)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20년을 산다. 또 이로 인해 미자와 상태 모두 용필과 삼달의 교제를 반대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보통 드라마는 70~80%가 이야기 안의 엄마로서만 존재한다. 엄마의 서사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삼달리'는 분명한 저의 이야기가 있어서 연기를 하는 데에도 더 재미가 있었다.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집중하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특히 유오성 씨와는 연극을 하던 1985년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40년 가까이 됐다. 이 친구가 어떻게 연기를 할지 알고, 그 친구도 나를 안다.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찍을 수 있겠다는 기대와 욕심도 있었고, 유오성 씨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서로 호흡을 잘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작품에서 엄마로 등장했던 김미경에게는 벌써 작품 속 자식만 약 70명이다. 이에 '국민 엄마' 타이틀까지 얻은 것에 대해 김미경은 "참 쑥스러운 수식어"라며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저는 아직까지 그런 호칭을 들을 만큼의 경지는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눈물 버트', '치트키'와 같은 뜨거운 반응에 대해서도 "내 진심이 잘 전해진 것 같다. 모든 엄마의 마음은 똑같은 건 불변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미경이 연기해왔던 엄마 역할은 모두 다른 캐릭터로, 당연히 성향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의 연기에서 자신의 엄마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엄마로서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는 김미경의 노력 때문이었다.

"각 드라마마다 환경도, 캐릭터도 모두 다르다. 그 인물에 맞추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엄마라는 인물은 오롯이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를 기본으로 가지고 시작한다. 내 자식을 바라 볼 때의 나, 엄마로서의 나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딸이든, 아들이든 그 아이를 볼 때 정말 내 자식 보듯이 바라보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김미경은 실제로 어떤 엄마일까. 그는 "친구 같은 엄마"라며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모은(신현빈) 엄마가 굉장히 아이를 존중해 준다. 저는 그런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집에 어린 배우들이 많이 놀러왔었다. 실제 딸이 수많은 가짜 딸들을 만나게 되면서 졸지에 이쁜 언니들이 많이 생긴 거다"라며 "어느 날은 갑자기 분개하듯이 '내 엄마야!'라고 소리치더라. 그래서 '맞아, 나 네 엄마야'라고 답했던 적이 있다"며 재미있는 비하인드를 덧붙이기도 했다.



1985년 데뷔 후, 김미경은 연극부터 시작해 '국민 엄마'로 거듭나기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물론 오랜 시간 달려온 만큼 그에게도 한번쯤의 고비가 있었다.

"친언니 결혼식에도 못 갈 정도로 월요일 하루 빼고 무대에 섰었다. 4년쯤 지날 때 슬럼프가 왔다. 어느 날 갑자기 연기가 어렵다고 느껴지면서 '내가 과연 연기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8개월 정도 고민했다.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 하나하나 부딪히고 깨지면서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했는데, 그때부터 조금씩 배워가면서 한 것 같다. 그 전엔 아무것도 모르고 노는 느낌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조금씩 터득하고 공부하면서 연기를 하게 됐다. 그러더니 어느덧 이 나이가 됐다. 제가 만난 인물은 모두 처음이고, 그걸 잘 표현하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일 중독'이라고 밝힌 그는 일도, 휴식도 누구보다 열심히 즐기는 배우다. 알고 보면 액티브한 활동을 좋아하는 멋진 엄마였다.

"저는 일이 좋다. 일하는 게 너무 좋아서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일을 미친 듯이 하다가 쉬어줘야지 싶으면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지겨워질 때쯤 다시 달린다. 잠깐 동안 시간이 생길 때 오롯이 나만을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지금도 약 한 달간의 시간이 생겨서 오토바이도 타고, 드럼도 다시 치고, 스카이다이빙도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미경은 드라마로 함께 해주고 있는 '랜선 자식'인 청춘들에게도 멋진 한 마디를 전했다.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쉽게 무너지지 말고. 무리 짓지 말고. 여러 사람이 있어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나 혼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강하고 자존심을 가지면 남을 해할 일도, 남한테 위축될 일도 없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씨엘엔컴퍼니, MI, SL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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