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을 연대하는 것” 이성진 감독·스티븐 연이 전한 ‘성난 사람들’ [일문일답 종합]
- 입력 2024. 02.02. 11:46:2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에미상 8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를 열광시킨 ‘성난 사람들’. 그 중심에 서있는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놀라운 성과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며 에미상 수상 후일담 및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2일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의 온라인 화상 간담회가 진행됐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그들의 일상마저 위태로워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열린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11개 부문 13개 후보로 지명됐다. 그 결과, TV 미니시리즈 부문 감독상, 작가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작품상 등 5관왕에 이어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까지 총 8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에미상에서 한국계 혹은 한국인이 감독상을 수상한 건 2022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스티븐 연은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29회 크리틱스 초이스상에 이어 에미상으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됐다. 영광의 순간들을 회상하며 ‘성난 사람들’에 대해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Q. 전 세계 대중을 사로잡은 이유
이성진 감독: 마음이 울린 부분은 캐릭터 안에 각자 자신의 일부를 본 게 아닌가. 스티븐연과 초기부터 얘기를 많이 했다. 솔직하고, 어두움 속에 감춰진 걸 만들고 싶었다. 서로를 바라보고, 비로소 이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가진 어두움을 볼 때 많은 분들의 마음에 와 닿은 게 아닌가 싶다.
Q. 글로벌 신드롬 주역이 된 소감과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스티븐 연: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러한 이야기에 일부가 된 것 자체가 감사하다. 이렇게 각 나라들이 유대를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한다면 ‘괜찮아, 마음 편히 먹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성진 감독: 저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다. 뭔가 창조하는 입장이 되면 과정을 즐기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저는 운이 좋게도 가까운 친구들과 일할 수 있었다. 스티븐이나 앨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함께 일한 분들이 저로 하여금 즐기지 못하더라도 땅에 발을 딛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 같다.
Q. 에미상 8관왕, 예상했나
이성진 감독: 온라인상에 예술을 설명하는 벤 다이어그램이 있다. 한쪽에는 자기 의심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고삐 풀린 나르시시즘을 그리는데 교집합이 예술이다. 저는 그 양쪽을 오가는 것 같다. ‘나의 예술은 아무도 관심 없어’라고 하다가도 ‘나의 예술을 어떻게 봐줄까?’ 싶다. 중간 어디쯤에 도달한 것 같다.
스티븐 연: 기쁘게 생각한 건 이걸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깊이 관여하고 서로 무슨 생각인지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 푹 빠져있었다. 처음 이 작품 공개됐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는지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의도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작품이 처음 나오고, 나왔을 때 처음 느낀 건 ‘감사함’이다. 진실이라 믿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Q. 에미상 수상 이후 일상
이성진 감독: 내가 속한 공동체, 동료들, 존경하고 높게 산 예술가들에게 인정받는 건 기쁜 일이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처음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감사함이 크다. 최대한 감사한 분들에게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들이 알든, 알지 못하든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하면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Q. 남우주연상을 연이어 수상했는데. 수상 소감이 매번 달라진다. 미리 준비한 것인가.
스티븐 연: 할 말을 준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가 하려는 건 혹시라도 올 수 있는 영광의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머릿속을 샅샅이 뒤진다. 생각을 많이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날이 되면 다 잊어버리고, 입에서 하게 되는 말이 소감인 것 같다. 운이 좋은 건 제 삶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그 순간에 서게 됐을 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최대한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
Q. 난폭운전 경험과 이민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하려고 했나.
이성진 감독: 일부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영상 매체를 제작한다는 건 협력을 요하는 형태다. 작가진을 꾸리고 있고, 스티븐과 앨리는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들과 나눈 결과물이다. 스티븐과 전화통화를 하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인교회의 찬양팀에서 일했던 경험도 이야기 하며 이야기에 넣자는 대화를 나눴다. 저뿐만 아니라 작가진들의 경험들이 모였다. 많은 대화와 협력을 하며 그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제3의 것으로 변화해서 작품에 녹여졌다. 이런 과정이 창의적, 창작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집어넣길 결정하지만 다른 자신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Q. 영감을 얻었던 난폭 운전자에 대해
이성진 감독: 그 사람은 흰색 SUV를 타고 있었다. 극중에서는 벤츠로 나온다. 아마도 그 사람의 하루 일진이 안 좋았을 거다. 여러모로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감사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성난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희한한 것 같다.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그 순간에 그러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제가 없고, 작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삶이라는 건 아름답고도 희한한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작품이 된다.
Q. 대니를 연기하며 힘든 점은
스티븐 연: 대니는 모두가 가진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 아닌가. 대니의 특징적인 차별점은 몹시 무력하다는 것이다.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 무력함을 느끼는데 이 감정을 저 역시 공감한다. 배우로서 연기할 때 연기자로서 선택이 주어진다. 마치 화면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윙크’하는 것과 같다. 캐릭터는 통제력이 없지만 나는 통제력이 있다. 대니는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됐다. 모든 걸 내려놔야 했다. ‘그래서 괜찮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조차 내려놔야 했다. 앤드류가 ‘절대로 대니를 포기하지마’라고 얘기했는데 대니를 포기하는 건 우리 자신을 포기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건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이해 받고, 수용 받길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
Q. 대니 표현 비결, 주변 참고한 인물은?
스티븐 연: 이민자 현실은 제가 겪은 거라 잘 안다. 그리고 이성진 감독과 협력, 앨리 웡과의 협력이 있었다. 저희 삶 속에 참고할 만한 다양한 일들이 많았다. 그 이야기를 모아서 서로 이야길 해보면 왜 이렇게 똑같은지 싶더라. 구체적인 개인들의 경험을 하나하나 모으는 것인지, 충실히 담아내되 이상의 것을 만들던지 인간성을 부연해서 만들어내자 싶었다. 참고할 만한 인물들이 많았다. 그냥 자체로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지 구체적인 사건을 화면에 담아내는 접근은 아니었다.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고, 만드는 게 컸다.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겪은 경험에 진실성을 담아내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과정 자체가 우리의 이야기, 창작 활동이자 표현의 방식이었다. 결국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은 걸 공유한 경험이었다.
Q.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이성진 감독: 저희가 원한 건 솔직한 캐릭터들을 그려보자였다. 시작하는 지점은 난폭 운전으로 시작해 마지막은 서로의 어둠을 의식하고 연대하는 것이었다. 과정을 그리는 것에 있어 최대한 진실 되게 그리자였다. 전달되는 메시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린 것 같다. 무언가를 창작해냈을 때 창작자도 그런 메시지를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멋진 것 같다.
Q. 미국에서 한국계 이민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창작에 있어 미치는 영향
이성진 감독: 큰 질문이라 간단하게 요약해 답변하기 어렵긴 하다. 그 질문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작품에 담은 것 같다. 정체성,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저희 작품에 전면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유기적으로 잘 녹아든 게 아닌가. 제가 실제로 사는 것도 비슷하다. 늘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 주제 자체가 제 안에 깊이 박혀있다.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은 많은 부분이 작품에 담겨있고, 앞으로 만들 작품에 녹여 만들고 싶은 주제다.
Q. 송강호 버금가는 성과를 낸 젊은 배우라는 평,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스티븐 연: 자기평가라는 말은 너무 끔찍한 것 같다. 이성진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둘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공통 주제가 ‘송강호’다. 말도 안 되는 비교 같다. 의도는 감사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되돌아보면 멀리 길을 지나온 것 같다. 이전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 더 알게 됐고, 제 자신을 품어주고, 받아들여지게 됐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점점 알아 가는지에 따라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평가는 상당히 어렵다. 제 안에 있는 건 감사함뿐이다. 어떤 순간 분노하기도 했고, 주어지지 않는 일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런 순간이 주어지면 왜 그렇게 화를 냈지 싶더라.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말이 되는 구나 싶다. 제가 지금 느끼는 건 살아있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Q. 넷플릭스와 함께한 여정, 기억에 남는 점은
이성진 감독: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넷플릭스에 한국계 미국인분이 계셨는데 처음부터 이 작품을 밀어주셨다. 이전에 다른 일을 했던 경험을 돌아보면 과하게 설명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한인교회를 이해시키기 위해 과하게 설명해야 했지만 넷플릭스와 함께할 땐 추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자제할 필요 없다며 있는 그대로, 한인교회 그대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조언하셨다.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다른 곳과 작업했다면 이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앞으로 넷플릭스와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다.
Q. 마지막 인사
이성진 감독: 수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해 8월, 한국에 가 많은 분들을 뵀는데 피드백을 주셔서 특별했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루었구나, 그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 성원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조만간 다른 작품으로 돌아올 것.
스티븐 연: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 특히 한국과 연결할 수 있어 기쁘다. 굉장히 멋진 일이자 보람된 일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스틸,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