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만 화려한 ‘데드맨’ [씨네리뷰]
입력 2024. 02.06. 16:08:59

'데드맨'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한 남자가 눈을 뜬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걸 보니 관 안에 갇힌 듯하다. 주머니 속 라이터로 주위를 밝혀보지만 보이는 건 남자의 얼굴을 기어오르는 지네뿐. 그리고 이내 누군가 뚜껑을 연다. 처음 보는 사람들로 가득한 주변. 영문도 모른 채 남자는 사설 감옥으로 끌려간다.

초반, 오프닝 시퀀스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긴박한 연출, 긴장감을 더하는 음악까지. ‘잘 만든 범죄오락물’이 탄생한 것 같다는 기대감이 몰려온다.

그러나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연출도, 음악도, 연기도 모든 것들이 과하게 느껴진다. 겉멋은 잔뜩, 힘만 들어가 결국 완급조절 실패다. ‘봉준호 키드’, ‘베테랑 배우들’ 등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이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다.



소재는 신선하다. 이름을 사고파는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명의 거래 범죄를 조명, 경각심을 일깨운다.

하지만 전개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과정이 너무나 불친절하다. 왜 이만재가 바지사장계 에이스가 되었는지, 어떻게 사설 감옥으로 끌려가는지 등 설명이 빠져있다. 김희애가 맡은 심여사를 통해 반전 장치를 꾀하지만 이마저도 얼레벌레 흘러간다.

부족한 개연성이 결말을 향해 질주하니 쾌감 대신 지루함이 몰려온다. 여기에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스토리는 더욱 산만하게 느껴진다. 과하게 삽입된 음악도 몰입을 깨뜨리는 요소다.

배우들의 연기도 아쉽다. 이만재 역의 조진웅은 그동안 봐왔던 연기를 답습한다. 심여사 역의 김희애는 전작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속 황도희를 보는 기시감이 든다. 공희주 역의 이수경 또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

‘데드맨’은 2006년 봉준호 감독 ‘괴물’의 공동 각본을 맡은 하준원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봉준호 키드’란 기대 섞인 ‘이름값’이 실망으로 뒤바뀌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오는 7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은 108분.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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