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마동석표 유니버스의 확장, 그리고 사명감 [인터뷰]
입력 2024. 02.08. 16:33:19

'황야' 마동석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액션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어섰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새로운 액션 스타일을 보여준 배우 마동석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전 세계에서 비영어권뿐만 아니라 영어권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액션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너무 감사하죠. 문자, 이메일을 많이 받았어요. 할리우드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국내에서 축하 메시지를 받았지만 미국, 외국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받았어요. 허명행 감독님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님과 게임 같은 액션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 말 그대로 오더라고요. 게임같이 재밌게 봤다고. 많이 봐주셔서 감사해요.”

‘황야’는 허명행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허 감독은 그동안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헌트’ ‘부산행’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신세계’ 등에서 무술감독을 맡아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 바. ‘황야’의 메가폰을 잡은 허명행 감독은 지금까지 쌓아온 액션 노하우를 작품에 모두 담아냈다.

“허명행 감ㄷ고님은 사람으로서 너무 좋은 동생이자 사람이에요. 되게 오랫동안 수 십 작품을 같이 했죠. 알려지지 않은 작은 영화에서도 제 스턴트를 했어요. 저랑 유일하게 체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죠. 무술감독이 되고, 작품을 오래 많이 하면서 누구보다 뛰어난 연출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액션을 찍을 때 드라마가 들어가야 하는데 연출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많았죠. 명장면을 만들어낸 무술감독이 많지 않잖아요. 연출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안 시나리오를 계속 준비했어요. 허명행 감독님을 데뷔시키려고. ‘황야’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죄도시’ 시리즈를 같이 했는데 그건 현실 베이스거든요. 팔 두 개, 다리 두 개로 할 수 있는 액션이었어요. 그런데 이건 약간 판타지 배경이 있으니 조금 더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안하게 됐죠.”



‘황야’는 종말 이후의 세상을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폐허가 된 땅, 황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재난 이후, 극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지구에 대지진이 일어난 베이스, 설정 상태에서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무슨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거냐 하다가 여러 이야기를 했어요. 드라마 장르보다는 액션에 많이 치중된,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마침 글을 오랫동안 써왔던 액션물이 있었어요. 랩틸리언 등이 나오는데 그것을 제작자들에게 보여주며 이거로 시작하는 건 어떠냐고 했어요. 각본가가 틀을 만들어오고, 내용을 바꿔 쓰며 각색했죠. 초반에는 이야기가 되게 길었어요. 액션, 각 인물들의 스토리를 넣었죠. 이준영(최지완 역)이 왜 저와 살게 됐는지, 이희준(양기수 역)이 왜 싸이코패스 박사가 됐는지, 그걸 다 넣으니 4시간짜리 영화가 될 것 같더라고요. 의도하고, 기획한 영화를 하려면 친절함은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어요. 그래서 게임 액션 영화로 빌드업하게 됐죠. 촬영 기간은 3~4달 정도 찍었어요. 할리우드에서 많이 받는 메시지 중 ‘버짓이 얼마냐’에요. 그 친구들은 이 정도 기반, 버짓, 기간으로 찍었다는 것에 감탄하더라고요. 예전에 그 팀에선 자기네 액션팀을 꼭 써달라고 했어요. 이젠 상황이 바뀌었죠. ‘범죄도시’를 보고, ‘너희가 와서 찍어주면 안 돼?’가 많아졌어요. 그런 기회들이 더 생길 것 같아요.”

‘황야’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대지진이 발생하며 영화가 시작되고, 주요 배경이었던 황궁아파트가 등장한다. 틀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평행세계와 같다.

“영화하는 사람들이 기획할 때 세계관도 여러 카테고리가 있어요. 지질학적 세계관이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찍었을 때 같은 영화가 나온다면 ‘같은 세계관일까?’ 싶은 거죠. 그 세트장이 다른 영화에서 나온다면 ‘거기 아닌가?’ 싶은 재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또 후속편이 나오게 되면 어떨까 싶기도 했고요.”



마동석은 자신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들과 맞서는 사냥꾼 캐릭터를 맡아 새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이전에 없던 거칠고, 과감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번에는 무기가 많이 들어갔어요. 수위도 세고, 과격한 액션이 많다 보니 총기를 사용했죠. 다른 영화에선 많이 나왔을 거지만 제가 안 보여준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액션에 대해 주먹으로 했던 것들을 테크닉적으로 보면 영화마다 다르게 보이게 하려고 굉장히 고민했어요. 사람들이 보면 비슷하게 볼 수 있지만 다르게 보이려 했죠. ‘황야’에서 나온 총기 액션은 최대한 새롭게 만들려고 했어요.”

일각에서는 총기만 들었지 앞서 보여준 액션과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마동석은 “예상했던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다 맞는 이야기에요. 배우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성이 있잖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저는 캐릭터 배우를 지향하는 편이에요. 대단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는 결이 없었죠. 드웨인 존슨, 성룡 등을 보면 본인이 나온 캐릭터가 없어요.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의 목적은 그쪽이에요.”

마동석표 액션은 물론, 마동석표 유머 또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마동석표 유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어떻게 나오는지 잘 모르겠어요. 상의도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마동석을 가지고 가자고 했으니 제작진들이 중간 중간 유머를 원했죠. 캐릭터의 결을 맞추며 만들어야 하니까 의논을 했어요. 그런데 ‘번역이 돼서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할 거냐?’ 하면 그냥 버리는 거예요. 이건 한국 관객들을 위한 거니까요. 대신 다른 부분에 재밌게 번역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마동석은 ‘범죄도시’의 마석도 뿐만 아니라 ‘이터널스’ 길가메시 등 역할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 장르를 만들고 있다. 달라진 주변 반응을 전하기도.

“외국에 사는 친구 아들이 상황극을 하는데 누구는 스파이더맨, 누구는 헐크 역을 맡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누군가 ‘난 마동석 할게’라고 했다고. 저를 하나의 캐릭터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된 것을 보면 저도 신기하고, 고마워요. 영화는 엔터테이닝을 하는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 없거든요. 운동을 하던 사람이 여기로 넘어와 잘 버티면서 노력을 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조금 더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재밌는 걸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노력하고 있고요.”

그런 것들이 ‘사명감’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러나 마동석은 사명감의 무게를 내려놓고, ‘즐거움’을 택한 거라 답했다.

“사명감 보다는 제가 즐거워서 하는 거예요. 언젠가 제 머리와 몸은 영화를 한다는 게 박혀있거든요. 복싱에 대해서 얘기하면 어른들은 ‘왜 나이 먹은 남자들이 팬티만 입고 올라가 저렇게 싸우나’라고 하는데 천년을 해온 스포츠잖아요. 그게 어떤 사람에겐 쓸모없는 것일 수 있지만 저에겐 영화와 복싱은 어렸을 때부터 생각되어 자라온 것 같아요.”

마동석표 액션은 ‘마동석시네마틱유니버스(MCU)’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마동석 유니버스’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모르겠어요. 인기나 그런 건 한때라고 생각하죠.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품을 재밌는 걸 만들려고 노력해요. 영화 ‘압꾸정’ 속 강대국은 실제 인물이에요. 그런 인물을 좋아하는 분은 되게 좋아하죠. 피부에 와 닿기에. 그런데 (흥행이) 안 됐잖아요. 저는 그런 걸 노리고 만들진 못하는데 최선을 다해요. 링 위에 올라가서 시합을 하더라도 이길 것 같은 사람과만 싸우면 실력이 안 늘잖아요. 질 것 같아도 붙어보고, 터져봐야 실력이 늘죠. 그게 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경험이 더 많이 생겨야한다고 생각하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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