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조진웅, 다작 배우의 원칙 [인터뷰]
입력 2024. 02.10. 09:00:00

'데드맨' 조진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조진웅이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로 분했다.

‘데드맨’은 이름을 사고파는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한 범죄 추적극이다. 바지사장이란,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서류상의 대푤르 일컫는 단어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처음이다.

“잘 지어낸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게 실제로 있을 거란 상상도 못했죠. 그런 게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르포 형식의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그때는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았죠. 나중에 찾아 봤더니 필리핀 어디에서 의문사를 당했다는 등 섬뜩한 내용이더라고요. 영화에 나와 있듯 한 순간에 나락으로 가버리는 거니까 ‘잘 살아야겠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싶었어요.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더라고요. 발을 들인 순간 끝나버리는 거니까. 이 사람을 구제하는 방법도 없어요. 이만재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니 판타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이만재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살기 위해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이름까지 팔게 되는 인물이다. 바지사장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는 하루아침에 1천억 횡령 누명을 쓴 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일명 ‘데드맨’이 된 그는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김희애)를 만나게 되고,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설계판의 배후를 찾아 나선다.

“이번에는 연구랄 것 없이 이 사람 자체, 이만재 캐릭터를 입은 사람으로 들어가 그 상황을 느껴봤어요. 날 것 같은 리액션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이만재는 결국 본인이 원해서 이름을 판 거잖아요. 결국 당신이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 뭘 어떻게 하자는 거지? 싶었고, 너무 무섭기도 했어요. 구제 방법이 전혀 없었죠. 중국 사설 감옥에도 가는데 거기 들어가는 자체가 구제할 방법이 없는, 인생의 마지막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상황에서 나오는 리액션은 부딪혀 나오는 리액션을 기대했죠. 그래서 준비할 수 없었어요. 영화의 캐릭터 경우, ‘암살’의 속사포, ‘끝까지 간다’의 박창민은 살아온 삶을 이어갈 수 있고, 표정이나 감정에 격차가 있을 수 있는데 이만재는 그렇지 않았죠.”



메가폰을 잡은 하준원 감독은 “우리는 과연 책임을 지고 사는가,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이처럼 ‘데드맨’은 이름값과 책임감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생각하게 만든다.

“이름값을 하고 사는 것인가, 이름값을 하면서 살자고 얘기하는데 사실 이름값을 1순위로 두진 않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봄직 한 것 같아요. 우리는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사는가. 저도 아버지 함자를 사용해 활동하지만 ‘나는 왜 굳이 아버지 함자를 사용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영화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버지 함자를 쓰고 있는데 아직까지 부족한 것 같아요. 유명해지게끔 만들기보다, 거기에 대한 진정성을 가져야하는 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됐죠. ‘아버지 함자를 쓰는데 이름값하고 살아? 네 연기력에 만족해?’ 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1996년 극단 동녘에 입단해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한 조진웅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하며 쉼 없는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작 배우’로도 불리는 그에게 ‘연기 원동력’은 무엇일까.

“현장의 열정이에요. 연극할 때 연출을 해봤지만 똑같은 것 같아요. 스태프들, 배우들이 고군분투해서 신을 만들어내면 경이롭죠. 그건 열정이 아니면 가히 해낼 수 없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오히려 현실의 삶인 것 같고요. 가장 안전한 곳이자 저의 정서상 훌륭한 곳이 현장이기에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그렇기에 촬영 현장에서 지키는 ‘원칙’이 있다고. 바로 스태프들을 세 번 웃게 만드는 ‘삼소(三笑)’ 원칙이다.

“저는 현장에 가서 스태프들을 세 번 웃게 해야 하는 법칙이 있어요. 현장을 유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어느 순간 작업하는 것들이 일이 되거든요. 어떤 메시지나 열정을 느끼고 해야 하는데 지쳐있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 웃게 만들죠. 이 원칙은 박중훈 선배님에게 배운 거예요. 10년 전, ‘강적’이란 영화에서 선배님이 ‘현장에서 배우들이 할 일이 뭔지 아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너무 와 닿았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어요. 현장의 배우로서, 작품의 배우로서 가르침의 경우 꼭 지키려고 하는 덕목 중 하나죠.”

조진웅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독전2’에 이어 ‘데드맨’ 개봉, 그리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을 촬영하며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24년도 누구보다 ‘열일’ 중인 그는 다작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그건 100% 관객들이 만드는 것 같아요. 천만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아닌 건 아니잖아요. 저는 제가 출연한 영화 중 가치로써 불합리적인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소재도 그렇고, 관객들이 바라보는 눈도 그렇고 지금은 맡길 수 있는 편이죠.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작되고,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존경해요. 제가 출연한 작품 또한 귀하죠. 작업한 모든 사람들에게 열정의 박수를 치고 싶어요. ‘데드맨’도 관객 수 보다는 세상에 나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인 거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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