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석이 '모래꽃'에서 얻은 가치 [인터뷰]
- 입력 2024. 02.12. 08: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소중한 동료를 얻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모래꽃'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듯, 배우 윤종석도 '모래꽃'을 통해 좋은 동료들을 선물받았다.
윤종석
'모래에도 꽃이 핀다'(극본 원유정, 연출 김진우/이하 '모래꽃')는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면서 "원래는 작품을 마치면 인물에 대한 여운은 빨리 끊어내고, 현장에 대한 추억은 오래 가지고 가는 편"이라며 "이번에는 함께 촬영한 친구들과 많이 친해져서 여운이 더 오래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종석은 특별한 인연을 계기로 '모래꽃'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제가 출연했던 '모두의 거짓말'의 작가님이 새롭게 쓰신 작품이었다. 그 인연을 통해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며 "텍스트가 정말 웃기면서도 흥미로웠다. 앞선 작품들에서는 따뜻하고 잔잔한 역할을 맡을 기회가 적었다. 이번에 그런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분들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윤종석은 최칠성의 승부조작 및 불법 도박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거산시로 내려온 형사 민현욱 역을 맡았다. 윤종석은 "처음에는 현욱이 거산에 있는 인물들을 훼방 놓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현욱이 모두가 뭉칠 수 있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종석은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현욱을 표현하기 위해 약간의 감량도 감행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현욱이 까탈스럽고 예민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4kg 이상 체중 감량을 하기도 하고, 옷도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으로 입으려고 했다. 걸음걸이까지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현욱은 '모래꽃'에서 유일하게 거산 토박이가 아닌 인물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여유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저는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 인물인데도 주변 친구들은 사투리를 쓰면서 잘 봤다고 말을 해주더라.(웃음) 사실 저는 진주나 광주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고, 군 복무를 경북 쪽에서 했었다. 그래서 현욱이 거산에 꽤 오래 머물렀으니 가끔 사투리를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감독님께서 현욱이는 사투리를 쓰면 안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마음 속으로만 담고 있었던 것 같다."
거산에서의 현욱은 '돈 많은 백수' 콘셉트였다. 사람들 앞에서 비밀 수사를 위해 유경과 부부로 위장하고, 화려한 시계와 최고급 옷을 걸쳐 입고서 친화력으로 거산 시장 상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작품 속에서도 윤종석은 두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이에 백두와 유경 앞에 '여보!'를 외치며 나타난 현욱의 첫 등장은 매우 강렬했다.
"사실 대본 리딩 전에는 현욱의 등장 신이 충격적이거나 재밌을 거라 생각 못 했다. 그런데 리딩 때 '여보'라고 부르니 모두가 웃더라. 리딩 때도, 촬영 때도 정말 반응이 좋았다. 유경과 백두 사이의 방해꾼이 될까 생각했는데, 나름의 경쟁상대처럼 그려져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위장 수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현욱이 비추어지면 좋을지 고민했었다. 그래서 유경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직장 동료인 유경, 추미숙(서정연) 계장님을 제외한 인물들에게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뒀다."
윤종석은 현욱과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해 50%라고 말했다. 그는 "현욱은 엘리트에 부자인 인물인데, 저는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겉보기엔 차가워 보이지만, 사람들을 잘 챙기고 눈치가 빠른 건 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 연기를 할 때에도 그 부분이 수월하고 편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그에게 '모래꽃'이 뜻깊었던 이유는 '청춘'이었다. 백두가 성장하는 과정들은 윤종석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렀다.
"'모래꽃' 속 백두를 저라고 생각하고 본 순간들이 있었다. 극 초반에 아버지와 백두가 씨름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에서 백두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는데 그래도 안되면?'이라고 말한다. 20대 청춘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백두라는 캐릭터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저 역시도 백두에 공감이 많이 됐다."
윤종석은 '모래꽃'을 '클래식'라는 키워드로 표현했다. 그는 "클래식이라는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들여다 봐도 크게 이질감도 없고 불편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래꽃'이 여러 번 봐도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싶다. 제게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촬영도, 방영도 모두 끝났지만 '모래꽃' 출연 배우들은 하나같이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다. 윤종석 역시 약 7개월 간 함께 촬영하며 일상을 모두 공유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윤종석에게 분위기 메이커를 묻자 "실제로 저희끼리 만든 단톡방이 있는데, 3분 동안 메시지 300개가 온다"며 "궁금해서 누가 제일 말을 많이 하는지 봤는데, 6명이 똑같이 말이 많더라. 경중을 나눌 수 없을 정도다. 누구 하나를 꼽아 분위기 메이커라고 말하면 속상할 것 같고, 모두가 다 신나게 떠드는 분위기다"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촬영을 함께 했던 이주명에 대해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윤종석은 "상대방이 연기할 때, 상대방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배려한다. 자기의 것을 조금 더 내어주는 친구다"라며 "주명 배우의 상대가 되면 정말 연기를 더 수월하게 하고, 좋은 케미를 내는 데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또래 배우 뿐만 아니라 현욱에게 큰 애정을 쏟아줬던 시장 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지금도 정말 잘 지내고, 안부 문자도 주고 받는다"며 "선배님들 모두 맡은 바 이상을 해주시는 분들이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아이디어를 내면 모두 수용 가능한 유연한 선배 배우분들이었다"고 얘기했다.
'모래꽃'에서 소중한 동료를 만든 그의 목표는 "동료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됐다. '모래꽃'에서 좋은 동료들을 얻고, 입소문을 타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그에게 새롭게 생긴 목표다.
"'모래꽃'을 알아봐 주고, 사랑해 주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기뻤어요. 행복하고 즐겁게 작품을 찍으면 시청자들에게도 그게 보이는 건가 싶었죠. 이 작품을 찍으면서 동료를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배우를 행복하게 하면 아웃풋도 그만큼 좋게 나오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