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고민 끝에 찾아온 성장 [인터뷰]
입력 2024. 02.14. 08:00:00

김혜준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하고 나서는 역시 잘했다 싶었죠.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제게 맞는 옷을 잘 입었을 때 보시는 분들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요. 피가 나오고 잔인한 장르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양하지 않고, 좋은 작품, 캐릭터라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 김혜준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다. '구경이'에 이어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장르물에만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김혜준은 지안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스며들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은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넷플릭스 '킹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혜준은 이후에도 tvN '구경이', 디즈니+ '커넥트'까지 연달아 장르물에 출연했다. 장르물만 계속했던 만큼 '킬러들의 쇼핑몰'은 당연히 그에게 큰 고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처음 작품을 받았을 땐 '구경이' 직후 쯤이었다. 그땐 제가 장르물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피가 나오는 작품을 이제는 피하고, 달달하고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작품을 해볼까 싶었다. 그런데 장르도 장르고, 제목부터 '살인자의 쇼핑몰'이어서 고사를 하게 됐다. 당시에 스케줄 조정도 필요했었다. 그런데 '커넥트'가 끝나고 다시 제안을 주셨다. 그러면서 대본을 다시 읽어보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재밌으면 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바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김혜준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삼촌 정진만의 손에 자란 정지안 역을 맡았다. 그는 지안을 연기하며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에서 특히 매력을 느꼈다고.

"지안이 과감하고, 평범하지 않은 선택들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다. 지안은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에도 그런 부분을 많이 연구했다. 평범하다가도 과감한 선택을 할 때 눈빛이나 호흡이 달라지는 디테일에서 어떻게 변주를 줄지 고민했다."

연기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위해 외적인 변화에도 신경 썼다. 김혜준은 "지안이 운동을 시작한 후로는 거슬리는 게 싫어서 머리를 짧게 자를 것 같았다. 또 단발을 하면 더 다부져 보이기도 해서 스타일링을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속 지안의 초록색 트레이닝복도 여러 고민 끝에 결정된 의상이었다. 그는 "이게 하루 사이에 벌어진 사건인 만큼 지안의 메인 의상을 정하는 게 중요했다. 이 작품을 생각했을 때 지안의 옷이 좀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강렬한 포인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여러 옷을 입어봤다. 제가 입은 의상을 보면 초록 속에 빨강 포인트까지 강렬한 색깔들이 들어있다. 또 집업은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해 이 의상을 선택하게 됐다."



특히 김혜준이 지안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액션'이 필수적이었다. 물론 패기 넘치게 도전했던 것에 비해 액션은 그에게 어렵게 다가왔다.

"사실 저는 다른 킬러들에 비해서 전문적인 액션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구르고, 다치고,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했던 그 순간이 굉장히 굉장히 참 패기 넘쳤던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 흔한 태권도 도장도 안 다녀봤던 사람이라서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기초 체력 단련부터 시작했다. 체력 단련 운동을 하면서 총기도 한 번 다뤄봤다. 또 저는 극 중에서 기본 기술이 무에타이여서 김민 배우와 무에타이 도장을 같이 다니면서 훈련했다. 그래서 김민 오빠는 무술을 워낙 잘해서 대련도 했는데, 저는 초등학교 5학년 친구와 거울을 보며 함께 스텝을 밟았었다.(웃음)"

쉽지 않았던 액션이었지만, 김혜준은 지안을 연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이에 촬영 중 전문 대역으로 오해받았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위험한 촬영이 많아서 일부 대역을 쓴 부분이 있었다. 한 번은 촬영을 했는데, 바로 통과가 안 됐다. 회의를 하고 계셨는데 '무술팀이 방금 한 발차기가 너무 좋았는데, 얼굴이 보여서 못 쓰지 않을까' 하시더라. 그런데 제가 촬영했던 부분이었다. 저를 무술팀으로 오해를 하신 거였다. 내가 무술팀만큼 발차기를 잘했다 싶어서 정말 뿌듯했다."

또 눈길을 끌었던 것은 지안의 '새총'이었다. 다른 킬러들은 총, 칼 등을 쓸 때, 지안은 새총을 사용했다. 지안이 무기가 새총이었던 것에 대한 이유로 김혜준은 지안과 새총의 공통점을 말했다.

"생각해 보면 새총이 지안이와 닮아있다. 삼촌이 새총을 건네주면 '이걸로 어쩌라고' 하면서 지안도 새총을 무시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정말 강력한 무기다. 굉장히 위협적이고, 쇠구슬로 쏘면 나무도 뚫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약해 보이고, 무시당하기 쉬워 보이는 외관이지만 알고 보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지안과 비슷해서 그런 무기를 설정한 것 같다."



김혜준은 올해로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됐다. 짧지 않은 1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며 그는 "아직은 완전히 시작 단계"라며 "이제는 시작에서 벗어나서 조금씩 안정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는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시간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혜준도, 인간 김혜준도 성장할 수 있었던 정말 값진 시간들이었다"고 전했다.

"배우 김혜준으로서는 융통성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현장에서 버티는 힘도 많이 생겼고,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모습들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있다. 인간 김혜준은 그 시간들을 겪으면서 단단해지고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예전에는 스스로 헐뜯으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많이 줄어들고 저를 좀 아껴주려고 한다."

김혜준에게 터닝포인트를 묻자 "매 순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떨 때는 혹평도 듣고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일어나려는 순간들이 저를 굉장히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며 "도망가고 싶을 때에도 어떻게든 이겨내려는 과정을 겪으면서 제가 생각보다 용기 있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용기도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를 오랜 시간 이어가면 당연히 인정에 대한, 평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김혜준에게는 그 두려움을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통해서 성장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물론 무너지고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죠. 그렇지만 이건 어떠한 직업의 사람들도 다 가지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도 그렇고, 연출가도 그렇고, 대중들의 평가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10명 중 9명이 만족하고 1명이 혹평을 하면 그 1명에 마음을 썼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사랑 받으려고 하면 나만 다친다는 것을 느꼈죠. 부담감과 위기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좋은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그 수치를 줄이려고 하다 보면 그게 저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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