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김영옥 “넘치지 않는 삶, 그러나 다 해보며 살길” [인터뷰]
입력 2024. 02.15. 09:00:00

'소풍' 김영옥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대한민국 최고령 여배우’ ‘86세 원로배우’ 김영옥이 이번엔 현실 속 엄마이자 친구로 분했다.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 속 ‘투덜이’ 금순 역을 맡아 친근함 이상의 공감을 더할 뿐만 아니라 동료이자 절친 나문희와 ‘찰떡 케미’를 자랑했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연기 경력만 67년차인 김영옥, 63년차 나문희, 65년차 박근형, 도합 195년의 관록 있는 명배우들이 총출동해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저는 영화를 많이 안 했어요. 했다고 하면 TV드라마에 주로 출연했죠. 이 작품은 나문희 씨의 오래된 매니저의 아내 분이 쓴 글이라고 하더라고요. 글로 볼 때 이야기가 좋았지만 결말이 조금 부실했어요. 이 사람들이 소풍 가는 길이 구축이 안 된다고 얘기했죠. 그래서 세 친구가 요양원을 가는 장면을 만든 것 같더라고요. 나문희와는 오래도록 호흡했던 배우에요. 저와 과거에 외화 더빙을 수도 없이 했었죠. 저희 둘은 외화 더빙의 ‘귀재’였어요. 맨 처음 만났을 때 가족 같은 사람이 있잖아요. (나문희와) 많은 교류를 하니까 저절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눈빛만 봐도 알게 됐죠. 박근형 씨는 말이 많은 편이에요. 우리들의 생각을 교류하고 싶어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들이 영화를 하는데 이점이 됐죠.”



◆‘소풍’이 가지는 의미

영화는 금순(김영옥), 은심(나문희), 태호(박근형)가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났지만 어린 시절 우정을 여전히 간직한 소꿉친구로 등장하며 뭉클함을 자아낸다.

“이 특별한 걸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영화에서 이렇게 큰 역할을 맡은 건 세 번째에요. 이런 역할은 행운이면서 보기 드문 작품이 아니었나 싶죠. 조금 아쉽다면 조금만 더 젊었을 때 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저는 늙어도 늙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좋게 얘기하면 소녀시절이 내제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걸 그리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해요.”

‘소풍’은 또 투병생활과 요양원의 실태를 전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노년의 삶뿐만 아니라 존엄사, 죽음 등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노년의 삶’을 다루는 작품은 많지 않기에 이 영화가 지닌 의미 또한 남다를 터.

“저는 엔딩에 대해 ‘옳다, 그르다’ 보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살아 자식에게 짐이 되느니 그런 결정을 한 거죠. 앞으로는 존엄사를 생각해야 해요. 아무 쓸모없는 몸이 되었는데 몇 년 씩 살려두는 건 가족들에게 치명적인 불행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존엄사 운동을 하고 싶어요. 의사회에서 대두시켜야할 문제라고 생각하죠.”



◆‘대한민국 최고령 여배우’, 타이틀의 의미

1959년 춘천방송국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영옥은 1960년 CBS 기독교방송 공채 6기 성우로 재입사했다. 1년 후 1961년 MBC 문화방송 1기 공채 성우로 정식 데뷔했으며 1969년 MBC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령 여배우’ ‘원로배우’ 등 수식어를 얻으며 데뷔 후부터 공백기 없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넘치지 않게 했다는 거예요. 술, 담배를 안 했죠. 담배 피는 역할이 주어져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했고요. 건강을 위해 움직였죠. 3~4층 살 때는 계단으로 오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건 젊었을 때부터 그랬죠. 그런 것들이 건강 비결이 아니었나 싶어요.”



◆김영옥이 말하는 삶

젊음도, 청춘도, 그리고 늙어감에 대한 것들도 모두 겪은 김영옥.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없냐고 묻자 김영옥은 “뭐든지 다 해보라”라고 말했다.

“제가 어떻게 사는 게 좋다는 정의를 내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잘한 건 이혼을 안 한 거죠. 저의 결심 중에선 큰 결심이거든요. 거기에 모든 게 내제되어 있어요. 이혼을 한 사람이 결단력 있고, 대단한 용기를 낸 것 같지만 함께 쭉 사람이 결단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요즘 결혼 안한다, 아이도 안 낳는다고 하는데 ‘나처럼 살아라’라고 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것에 충만한 행복이 있거든요. 울타리가 되는 건 자식이죠. 그래서 저는 다 해보라는 주의에요. 인간이라면 인간으로서 다 해봐야하지 않을까.”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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