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가 만드는 우주 [인터뷰]
입력 2024. 02.20. 08:00:00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악역이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다. 빌런으로 긴장감을 주면서도, 깨알 같은 재미도 함께 더해준다. 배우 서현우는 스나이퍼로 새롭게 얼굴을 갈아 끼우며 또 한번 한계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은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서현우는 "찍은지 정말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방영이 끝났다"며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가 들어간 작품이다. 앞으로도 '킬러들의 쇼핑몰'을 계속 봐주실 시청자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성조라는 인물로 제대로 된 악당 역을 처음 해봤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정말 따뜻한 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관심에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디즈니+ 작품인 만큼 글로벌 반응도 뜨거웠다. 그는 "가까운 지인들의 반응도 굉장했는데, 네가 먼저 성불해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이 정말 많았다"면서 "개인 SNS 계정에 외국 시청자분들이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다'며 손수 한국어로 댓글을 달아주셨다.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서현우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탐구심으로 '킬러들의 쇼핑몰'에 함께하게 됐다. 그는 "회사를 통해 연락을 받아 대본을 읽게 됐다. 장발에, 금니를 끼고 있는 성조라는 캐릭터가 정말 생소했다. 저라는 인물이 이제껏 연기해왔던 질감과 굉장히 다른 것 같아서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또 위트와 진지함이 공존하는 지점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제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이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비주얼적인 시도도 파격적이었다. 장발, 그리고 금니. 대본 속의 성조를 구현하면서도 서현우는 캐릭터의 개성을 만들려고 했다.

"사실 장발이 머릿 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분장팀도 정말 애를 많이 먹었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반 가발도 쓰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금니도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도 몇몇 배우들이 착용을 했었기에 저만의, 성조만의 질감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금니를 제작하는 곳까지 가서도 망설였다. 저는 조금 독특하게 아랫니로 해보고 싶었다. 조금 더 특이하고 야만적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그런데 금니를 끼고 나니 발음이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전체 리딩에서 한번 낀 채로 리딩을 진행해 봤는데, 구강 구조가 약간 틀어지면서 생겨나는 질감이 재밌었다. 다행히 감독님들도 되게 좋아하셔서 저도 의심 없이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서현우는 삼촌이 죽고 홀로 남은 지안을 노리는 냉혈한 스나이퍼 이성조 역을 맡았다. 그가 생각한 성조는 잔인함 속에 묘한 위트를 녹여내 양가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이었다.

"대본을 받고 나서 원작을 한번 들여다봤다. 감독님께서는 잠시 나온 인물이라 참고할 만한 게 없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원작의 분위기나 느낌을 많이 참고하려 했다. 이성조라는 캐릭터는 순전히 감독님께서 창조하신 영역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이 역할이 해내야 하는 임무가 무엇일지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다. 베일은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다면, 저는 그 사이에서 옥신각신하는 인물인 것 같다. 처음에는 정진만을 팀장으로 잘 모시다가 결국에는 생존을 택했다. 그리고 사람이 죽고 나면 전리품을 챙기고, 물질적인 것을 탐하는 부분도 성조의 기회주의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전체적인 설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스를 하나하나 모아 구축했다. 또 위트와 진중함 사이를 조절하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다. 너무 무게감 있게 가면 베일과 중첩 될 수도 있고, 너무 위트감을 풀면 진지한 장면에서 힘이 모자랄 것 같았다. 그 부분을 조율하면서 채워갔다."

특히 능숙한 전라도 사투리도 성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부산 출신이었던 서현우에게 전라도 사투리는 당연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사실 경상도 사람이 표준어를 쓰는 것도 어려운데, 한 단계 더 가서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 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감독님께서 편하다면 경상도 사투리로, 표준어로 해도 된다며 조금 열어주셨다. 그렇지만 저도 모험과 도전을 하고자 그대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성조는 군인출신이고, 군인들이 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투리를 너무 짙게 못 쓰게끔 한다. 그런 부분까지 염두를 두고 성조만의 독특한 억양 처리와 말의 속도를 계산했다. 젊은 배우 친구를 통해 전라도 사투리를 지도 받고, 자문도 많이 받았다. 촬영하는 동안 음악을 안 듣고 사투리를 연습한 녹음본을 반복 재생해서 듣기도 했다. 사투리 속에 있는 정서를 잘 표현하고 싶었고, 흉내 내는 선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애드리브를 하고 싶을 때에도 선생님에게 바로 연락을 해서 녹음본을 얻어 연습했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다."



성조는 과거에 팀장과 팀원으로서 진만에게 의지했지만, 베일의 등장을 계기로 그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진만을 연기한 이동욱에 대해 서현우는 "정진만 그 자체였다. (이)동욱 형은 슛 들어가면 완전히 프로다. 제가 연기를 꿈꿀 때부터 배우였던 형이라서 첫 촬영 때부터 정말 신기해서 집중이 힘들었다. 첫 촬영이 건물 옥상에서 베일의 물건을 태우면서 성불하는 장면이었다. 제가 정진만을 슥 바라보는 장면인데, '내가 이동욱 배우와 같이 연기를 하는구나' 생각되더라.(웃음) 동욱이 형은 슛 들어가면 정말 프로고, 컷 하는 순간 정말 다정한 사람이 된다. 온도차가 정말 큰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진만과의 사이가 틀어진 후, 성조는 지안을 계속해서 노린다. 이에 서현우는 극 중 어린 지안 역의 안세빈과 지안 역의 김혜준을 모두 만났다.

서현우는 "안세빈 양은 정말 현장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뛰어내릴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을 타이트하게 찍는 신이 있었는데, 그 짧은 컷에서 눈물을 한 방울 흘리더라. 내심 반성을 많이 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역배우들이 오면 저는 아역으로 대하지 않고, 성인 배우들과 똑같이 상대를 한다. 존중하고, 호흡을 잘 주고 받으려고 하고, 어른이라고 해서 절대 리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친구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나 호흡에서 좋은 게 많이 발견된다. 세빈 양 역시 아역 배우와 연기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혜준에 대해서는 "정말 분위기메이커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 성격도 너무 쾌활하고, 밝은 에너지가 정말 좋다. 정말 좋은 에너지를 많이 주는 배우였다. 저도 컷하면 잘 빠져나오는 타입인데, 그 결이 저와 잘 맞았던 것 같다"면서 "사실 저도 마지막 7~8화 쯤 가서 지안을 만난다. 딱 보고 '잘 컸네' 하고 말한다.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정말 길었다. 물론 연기지만 저도 어린 지안을 보고, 성인 지안을 볼 때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현장에 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데뷔한 서현우는 그간 장르 올라운더로 활약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 '헤어질 결심', 드라마 '악의 꽃',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웠다. 쉼 없이 활동했던 그는 새로운 작품에 임할 때마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가장 염두에 둔다고 전했다.

"저는 오히려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제가 작업하는 방식,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면 제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작품을 쉴 새 없이 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을 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완벽하게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자신을 중립적으로 만든다. 제가 만약 '킬러들의 쇼핑몰'이 끝나고 나서도 성조로 살았다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너무 과몰입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적으로 채워진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준비할 땐 감정, 심리 등을 많이 생각하는데, 액션이 들어가는 순간 자기 객관화를 시켜서 연기하려고 한다."

'킬러들의 쇼핑몰' 속 성조에 호기심을 가졌듯 그는 매 작품마다 캐릭터를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자신으로부터 재미를 느낀다. 서현우는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며 자신만의 우주를 계속해서 넓혀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껏 작품을 해오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났었는데,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늘 느끼는 재미는 저 스스로에 대한 발견인 것 같다. 물론 이 발견에 가뭄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결국 계속해서 그 발견을 돕는 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안에서 평소의 저 같지 않은 외적인, 내면적인 선택을 하게 됐을 때, 처음에는 주저하게 되지만 용기 내서 도전하면 결국 저다운 무언가가 만들어지더라. 그런 것들이 저를 계속 흥미롭게 만들고, 예전에는 제 안에 있는 결 안에서만 무언가를 찾았다면 요즘에는 콘셉트들을 아낌없이 수용하려 한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의견을 수용하다 보면 더 발견이 시작되더라. 그래서 그 발견을 하는 지점이 저에겐 원동력인 것 같다. 지금은 제 자신의 우주를 계속 발견해 나가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이 발견으로 작품 안에 정확한 포지셔닝이 되기를 늘 바라고 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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