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묘’, 피부에 와 닿는 체험…전무후무 오컬트 미스터리 탄생 [종합]
- 입력 2024. 02.20. 17:40:4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살굿부터 ‘험한 것’의 불길한 기운까지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다. 134분의 러닝타임 동안 쉴 틈 없이 몰아치며 오컬트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 ‘파묘’(감독 정재현)다.
'파묘'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파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장재현 감독, 배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등이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파묘라는 소재를 생각하면서 풍수지리가 선생님들 세 분 정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항상 땅에 대해,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한 곳에 모이더라. ‘쇠침’이라는 곳에 모이게 됐다”면서 “믿든 말든 영화에 녹여보려고 했다. 그게 영화에 너무 도드라지게 넣기보다 어떻게든 캐릭터의 활동에 그것을 잘 녹이고, 그게 중심이면서도 도드라지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묘’ 영화를 준비하면서 코로나를 겪고, 극장에 대해 고민하고, 극장용 영화에 대해 더 극장에서 재밌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조금 더 화끈하게 만들고 싶었다.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면서도 체험적인 육체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파묘’는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오컬트 미스터리를 완성했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 이장을 많이 따라다니며 그냥 무덤을 파서 꺼내는 것에 어떤 무언가가 있을까 고민했다. 어느 날, 과거의 뭔가를 잘못 꺼내서 그런 정서가 오더라. 우리나라, 내가 살고 있는 땅,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다. 파묘를 한 번 하고 싶었다. 그걸 재밌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최고의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협업은 과학과 미신 사이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며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적 허구와 현실에 대해 고민했다라며 “재밌는 유령 영화를 만들면 만듦새야 괜찮겠지만 불편한 영화를 만드는 게 이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브릿지로 이상한 뱀, 왜색적인 것들을 넣었다”라며 “옆 나라에서 온 것들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저는 한발자국 더 나가는 게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첫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민식은 땅을 찾는 풍수사 상덕으로 분했다.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은 김고은이 맡았으며,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 역엔 유해진이, 경문을 외는 무당 봉길 역은 이도현이 출연한다.
유해진은 “한 번도 오컬트 장르를 해본 적 없다. 우리나라의 오컬트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재현 감독님의 연출은 어떨까 싶더라. 그리고 시나리오로 읽을 때와 구현이 됐을 때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라고 했으며 김고은은 “장재현 감독님의 시나리오라고 하더라. 오컬트 장르를 영화관에서 보는 걸 좋아한다. 감독님의 전작들을 영화관에서 봤다”면서 “대본에 쓰여진 것들이 완성되면 어떨까 궁금했다. 또 선배님들과 연기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 때문에 했다”라며 “전작들을 잘 봤고, 무엇보다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스며있는 민속신앙, 지금은 미신이라고 치부하지만 터부시하고, 저평가 되는 게 아닌가 싶더라. 또 종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간과 신의 중간 다리를 놓는, 신의 존재 관계를 장재현 감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 같다. 그런 점들이 ‘저 사람은 왜 저런 문제에 매달리나’ 싶더라. 그런 사고방식도 좋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세련되고, 촘촘히 짠 카펫처럼 구멍이 없어 매력적이었다. 상덕이 가진 철학, 가치관도 좋아하지만 솔직히 ‘장재현 감독의 조감독이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조각해가는 과정이 궁금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윤석, 강동원이 출연한 ‘검은 사제들’, 이정재 주연의 ‘사바하’에 이어 배우 복이 많은 것 같다는 질문에 장재현 감독은 “저희 조상이 좋은 곳에 누워계신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도 교회 다니지만 작품 전, 대구의 할머니 무덤에 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저도 느끼는 건 배우들이 항상 새로운 것에 갈망하는 것 같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니까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라고 전했다.
‘파묘’는 미스터리함과 동시에 피부에 와 닿는 생생한 체험을 전한다. 전국 팔도를 누빈 로케이션과 1200평에 달하는 오픈 세트로 구현한 묘 터, CG를 최소화한 실사촬영과 4대의 카메라로 완성한 대살굿 장면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살굿 장면을 소화한 김고은은 “굿 장면은 하루 전날엔 전체 리허설을 같이 했다. 당일 날 촬영할 땐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배려로 카메라 4대로 촬영이 이루어졌다. 하루 안에 끝낼 수 없었던 분량이었던 것인데 하루 만에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따로 준비한 건 굿을 할 때 퍼포먼스나 그런 것들을 선생님들과 연습했다. 체력적으로는 하루 만에 촬영할 수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해당 연기를 옆에서 지켜본 유해진은 “고은 씨가 말은 편하게 하는데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경문 외우고, 현장에 오신 무속인분들을 쫓아다니며 레슨을 받았다. 배우들은 ‘내가 저 역할을 하면 어떨까?’라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피 말리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저 에너지를 어떻게 끌고 오지?’ 걱정의 시선으로 봤던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최민식 또한 “절대 우스갯소리가 아닌, ‘뭔 일 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카메라 4대로 찍었는데 몰입은 대단했다”라며 “물리적인 몸의 힘듦보다 배역에 철저히 몰입하고자 하는 배우의 프로페셔널한 느낌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라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화면으로 보고 ‘오케이’ 할 때 첫 번째가 분위기고, 두 번째가 연기다. 연기를 잘 하셔도 뭔가 느낌이 안 올 때가 있다”면서 “실사로 찍고 싶어 좁은 공간에서 찍고, 블루 매트 없이 찍었다. 특수효과도 ‘이런 상황입니다’라고 찍기보다, 실제로 했을 때 배우들의 연기를 담고 싶었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CG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계속 의존하게 된다. 어느 순간 발이 떼어지기 때문에 ‘영화가 무너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라며 CG를 최소화한 이유를 답했다.
‘파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돼 지난 16일(현지시각)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장재현 감독은 “독일 관객, 외국 관객들과 영화를 봤을 때 놀라운 현상을 봤다. 우리나라는 영화관에 와서 옆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면서 가만히 보는 게 문화인데 외국사람들은 이야기하고 같이 소리 지르고, 웃으며 엔터테이닝하게 영화를 보더라. 마치 콘서트를 보는 듯 했다”면서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의미는 못 느끼겠지만 물리적이고 서프라이즈가 많은 장면에선 다 재밌게 소리를 지르면서 웃었다. 제 생각보다 오히려 훨씬 더 즐기면서 영화를 선입견 없이 봐주셨다.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서 저도 놀랐다”라고 회상했다.
한국형 오컬트의 진수를 보여주며 202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등각한 ‘파묘’. 마지막으로 장재현 감독은 “재밌고, 화끈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극장에서 선입견 없이 즐겨주셨으면 한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했으며 김고은은 “영화관에서 보기에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에 찾아와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오는 22일 극장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