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씬 리턴즈' PD "'크라임씬'만의 매력? 예측할 수 없는 것" [인터뷰]
입력 2024. 02.23. 07:00:00

윤현준 PD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사실 7년 만에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할 줄은 생각 못 했죠."

'크라임씬 리턴즈' 윤현준 PD의 첫 마디였다. 고민도 걱정도 많았던 귀환이었지만, 7년 간의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윤현준 PD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크라임씬 리턴즈'는 경력직 플레이어 장진, 박지윤, 장동민, 신입 플레이어 키, 주현영, 안유진이 더 크고 새롭게 돌아온 '크라임씬'에서 용의자와 탐정이 된 참가자들이 그들 가운데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내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이다.

윤현준 PD는 "10년 전에 '크라임씬1'을 했더라. 시즌3까지 하고서 7년 지나서 이제 다시 리턴즈를 하게 됐다. 그때 당시에는 사실 '크라임씬'이 채널이 전혀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서도 오히려 이게 계속 죽지 않고 살아있게 된 거다. 팬분들이 더 붙으면서 다시 해달라는 반응들도 생겼다. 또 시대가 변하면서 OTT가 많이 생기고 좋은 콘텐츠들을 많이 하다 보니 제게도 제안들이 좀 들어왔었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기억으로 남기면 되겠다 싶었지만 어느 순간 한번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티빙에서 좋은 제안을 해 주시고 같이 할 수 있는 토대를 잘 마련해 주셔서 어찌 됐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PD 역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긴 공백이 있던 만큼 기존에 함께 하던 제작진을 모으기 힘들었던 것.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신인 PD, 작가들 사이에도 많은 '크라임씬'의 팬이 존재했다.

"7년이 지나다 보니까 저랑 메인 작가 외에는 기존에 함께 했던 분이 안 계신다. 다들 거의 연차가 높으셔서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었다. 그런데 작가 모집이 희망적이었다. 사실 워낙 '크라임씬'이 힘들기로 악명 높기 때문에 아무도 안 오실 줄 알았었다. 그런데 정말 많이 오셨고, 너무나 다 광팬이셔서 모두 저희와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회사에 신입 PD를 뽑을 때, 한 지원자는 '크라임씬'의 엄청난 팬이라며 자신이 만약에 떨어지더라도 '크라임씬'은 꼭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 지원자가 이번 '크라임씬 리턴즈'의 막내 PD로 들어오게 됐다. 그분들 모두 지난 시즌을 함께하지는 않았어도, 함께 한 것 이상으로 '크라임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많은 팬들의 기다림 끝에 돌아왔지만, 그만큼의 부담감도 존재했다. 그는 기존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크라임씬'의 치밀함은 없어선 안된다. 한 곳에 버그가 일어나는 순간 모든 스토리가 다 꼬이게 된다. 저희가 현장에 단서를 정말 많이 심어놓고, 스토리도 엄청 빡빡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건 그걸 다 풀어낸 게 아니다. 찾지 못한 단서도 있고, 어떤 스토리를 풀어내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단서를 심고 최선을 다해서 스토리를 만든다. 그게 '크라임씬'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게 '크라임씬'에서 파생되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다시 보면서 못 봤던 것들을 찾고 서로 토의하면서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 시즌에서도 그런 기존의 재미를 여전히 느낄 수 있을 거다. 사실 그 과정이 저희한테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어떨 때는 단서를 못 찾거나 스토리를 못 풀어내서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나중에 해설편을 한번 준비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그런 것들을 너무 잘 찾아내서 소구하고 계시더라. 그리고 분명히 달라진 부분도 있다. 캐스팅도 바뀌었고, 시간도 좀 늘어났다. 방송에서 할 때는 한 에피소드가 90~100분이었다면, 지금 130분을 넘는 경우도 있다. 내용상의 스케일, 깊이 등이 좋아졌다고 보시면 된다. 그리고 저희가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포인트가 분명히 있으니 그런 것들을 좀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시즌들과 달리 이번 '크라임씬 리턴즈'가 새롭게 맞은 큰 변화는 OTT로의 플랫폼 이동이었다. '크라임씬'은 공개와 동시에 티빙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2위를 기록하고,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도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또한 이즌 시즌들이 티빙 톱20에 차트인하며, 정주행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PD 역시 '크라임씬'이 OTT 맞춤형 콘텐츠라는 의견에 일부 동의했다.

"당시에는 OTT라는 인식이 거의 없었지만 '크라임씬'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제가 봐도 이 프로그램을 TV에서 본방송으로 보면서 이해하고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느껴야 되는데, 본방송이 방영되는 시간 동안 모든 걸 놓치지 않고 해석하면서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에도 1%대 시청률이 나오는 것 자체도 사실 신기했다. 그런데 방송 이후에 시청자분들이 계속 댓글도 달고 다시 보며 토론을 하더라. 그런 것들이 전화위복이 된 건지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나서 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고, 10번, 20번씩 여러 번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크라임씬'을 OTT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을 저도 가끔씩 하게 됐고, 그렇게 제안도 받게 된 것 같다."

OTT로 이동하며 '크라임씬'의 스케일도 더 확장됐다. 전 시즌 대비 5배 높은 제작비가 투입되고, 더 높은 수위를 장착해 더욱 실감 나는 현장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또한 방송과 달리 에피소드의 시간이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작용했다.

윤 PD는 "TV에서 할 땐 편성시간이 정해져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풀어줬으면 편할 것 같은데, 타이트하게 쳐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살릴 수 있었다"며 "저희도 7년 만에 돌아오는 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열심히 짰다. 7년 만인데 왜 에피소드가 5개밖에 안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보고 나면 5개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한 에피소드를 짜는 데에 한 달에서 두 달이 걸린다. 예전에는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 방영해야 하니 조금 허술해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에는 OTT인 만큼 조금 더 세밀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짜는 것도, 편집하는 것도 더 오래 걸리더라. 그래서 8~9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10월에 끝내는 일정이라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녹화 중에 마지막 에피소드를 짜야 했다. 5명의 동선을 맞춰야 하고 허점이 없어야 하고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것들을 다 맞춰야 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었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시즌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플레이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캐스팅은 기존 멤버 3인에 새로운 멤버 3인으로 꾸려졌다. 초반에는 기존 멤버들을 그대로 가지고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이전과 다른 새로움을 더하고자 그는 캐스팅에 변주를 줬다.

윤 PD는 박지윤, 장동민, 장진 감독에 대해 "남은 멤버들은 왜 남았는지 다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박지윤은 아나운서면서도 거친 연기자다. 정리도 되면서 막장 연기도 다 할 수 있는 올라운더다. 또 장진 감독의 추리를 보는 맛으로 '크라임씬'을 보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두 분은 당연히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출연자들이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두 잘하고 좋은 플레이어였지만 새로운 멤버들이 3명이나 들어오니 조금이라도 편한 사람을 넣어 아우를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장동민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개된 3개의 에피소드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키, 안유진, 주현영의 활약도 돋보였다. 윤 PD는 "세 플레이어 모두 굉장히 연구를 많이 했다. 유진, 현영에게는 새로우면서도 '크라임씬'의 맛을 해치지 않는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키는 '처음 하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크라임씬'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확고한 팬층이다. '크라임씬 리턴즈'가 7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고정 시청층인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PD 역시도 "정말 큰 장점이다. 당시에는 이 프로그램이 잘 되지 못하고 없어졌다. 그래서 시즌 4도 나오지 못했고, 폐지가 된 것이었다. 이에 제작진도 정말 아쉽게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팬분들이 다시 돌려보고 토론을 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그렇게 하면서 팬덤층도 훨씬 더 커졌다. 저는 너무나도 고맙다"고 얘기했다.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인 만큼 윤 PD는 작은 걱정도 드러냈다. 그는 "'7년 만에 돌아왔더니 이게 뭐야'하는 반응이 조금 두렵긴 하다. '이럴 거면 뭘 다시 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겼으면' 이런 반응도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물론 정말 획기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 정도면 다음 시즌 기대해봐도 되겠는데?'라는 반응이었으면 좋겠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다음 시즌 또 기대해 볼 수 있을까'하는 반응이라면 제가 또 최선을 다해서 한번 또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와 같은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크라임씬 리턴즈' 역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라임씬'만의 '아는 맛'은 긴 공백 끝에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

"'크라임씬'의 매력은 예측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점이죠. 그래서 예측하면서 맞춰가는 재미가 있어요. 제작진끼리도 나름의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단서를 찾는 과정을 그려보는데, 거기서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거죠. 플레이어들이 그 단서들을 조금씩 맞춰줄 때도 있고, 결정적인 것을 찾아도 연결을 못해서 못 알아챌 때도 있어요. 그게 재미예요. 가끔은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왜 벌써 찾았지' 싶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게 저희의 쫀득함이기도 하고요. 제작진이 최선을 다해서 판을 깔았고, 이번 시즌 플레이어들은 그 다음을 알아서 정말 잘 해줬어요."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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