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고은 “혼 부르기 속 경문, 통째로 외웠죠” [인터뷰]
입력 2024. 03.02. 09:00:00

'파묘' 김고은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런 얼굴도 있었던가. 신 내린 연기력이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무당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 김고은. 또 한 번 인생작을 탄생시킨 그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역대 오컬트 영화 최고 오프닝, 202년 최고 흥행작 등 각종 흥행 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빠른 흥행 속도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너무 감개무량해요. 영화가 잘 되고 있어서 기쁘죠. 장재현 감독님의 오컬트 장르의 차기작인 게 기대감을 크게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어요. 나오는 인물들의 캐릭터적인 면이나 직업적으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직업을 다룬 영화라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김고은은 극중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흠 잡을 곳 없는 실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젊은 무당으로 변신한 그는 특유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단 너무 안도감이 들었어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죠. 다행스러웠어요. 잘 받아들여주셔서. (극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웃음) 일단 직업인으로서 무속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었어요. 실제로 젊은 무속인 분들 중에서도 패션에 관심이 많고, 직업을 얘기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정도로 스타일리시한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결의 무속인 분들을 캐릭터에 입혔어요.”



‘파묘’의 백미는 초반 등장하는 화림의 대살굿 장면이다. 신들린 듯 칼춤을 추는 김고은의 모습은 실제 무당을 연상케 하는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저에게 주어진 신들이라 당연히 잘해내고 싶었어요. 화림의 이미지가 굉장히 능력 있고, 프로페셔널하고, 포스와 아우라가 있는 인물이라 어설퍼 보이면 많은 게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신들을 준비했죠. 큰 신들도 중요했지만 사소한 것에서 많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진단할 때 휘파람을 부는데 손을 가져다대도 되는지, 무속인들마다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문자, 전화, 영상통화를 하며 이게 자연스러운 건지,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죠. 경문을 외울 때 손을 어떻게 하는지, 굿을 하기 전 몸을 떨거나 털거나, 그런 것을 집중해서 봤죠. 큰 신들의 화려한 동작들은 화려함 속에 감춰질 법한데 사소한 하나의 행동으로 ‘어설프네’란 생각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 있고, 과감하게 그 동작들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선생님에게 수시로 연락하면서 확인 받고, 고증을 받았어요.”

혼 부르기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징을 치며 경문을 외는 그의 모습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혼 부르기 장면이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압박을 받았어요. 그 장면을 찍기 전에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죠. 음을 타며 경문을 30~40분 동안 읊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음을 타는 가락도 그렇고, 톤도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게 내공인데 그걸 내가 구현할 수 있을까 싶었죠. 마지막까지 연습한 게 경문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일 때마다 경문을 외는 게 다 다르시더라고요. 애드리브라고 하셨는데 제가 애드리브로 가져가기엔 불안하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3번 정도 요청을 드렸고, 녹음을 해 제가 제일 잘 탈 것 같은 음을 통째로 외웠어요. 그 방법밖엔 없더라고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재현 감독은 “비슷한 또래, 경력을 가진 배우 중 단연 최고”라며 “김고은을 캐스팅하지 못했다면 무당을 남성 배우로 교체했을 것 같다. 반드시 캐스팅을 해내고 싶어 박정민에게 부탁해 반칙을 썼다”라는 일화를 전한 바.

“시나리오를 받기 전이었어요. 그때 당시,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던 것 같아요. 박정민 선배를 신뢰하고, 대학교 때부터 굉장히 존경하는 선배였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에 대해 허투루 듣지 않았죠.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다’라는 생각이 드는 선배에요. 전화통화를 자주하는 사이가 아닌데 어느 날 전화가 오더라고요. 감독님과 ‘사바하’ 촬영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부터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때가 ‘유미의 세포들’ 촬영장에서 대기할 때였는데 보통 그러면 ‘나중에 통화하자’라고 할법한데 말이죠. 하하. 얼마나 좋은 감독님인지,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이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너에게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잘 읽어봐’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했어요.”

장재현 감독을 향한 믿음과 신뢰로 시작한 ‘파묘’. 동시에 선배 배우들과 호흡도 기대가 컸다고 한다. 이들의 앙상블은 ‘묘벤져스’(파묘+어벤져스)라 불리며 영화 흥행을 이끌고 있다.

“‘파묘’ 현장은 신인일 때의 기분, 감성, 정이 느껴졌어요. 현장도 현장이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선배님들과 저녁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스태프들과 복국에 한 잔 기울이며 수다를 떠는 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거라 행복했죠. 선배님들과 첫 장면을 찍는 순간에도 호흡이 맞는 기분이 들었을 때 이 영화의 일원이라 너무 좋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배우들끼리 합이 맞다는 느낌이 들면 내적 친밀감이 확 올라가거든요. 그 신을 찍고 나서 선배님들과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지난달 22일 개봉된 ‘파묘’는 ‘듄: 파트2’ 등 신작들의 공세에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4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330만 명)과 400만 고지에 오르며 천만 흥행급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속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는 상황.

“대흥행한 영화가 없어서 작품이 생긴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계속해서 잘 됐으면 좋겠는 마음이죠. 더 이상 스코어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작품을 찍고 있어서 그걸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죠. 속편 제작에 대해선 감독님이 생각이 없으신 것 같은데 만든다면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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