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송하윤, 가장 어두운 순간에 찾아 온 천운[인터뷰]
입력 2024. 03.03. 08:00:00

송하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한동안 연기에 대한 권태가 왔어요. 그런 와중에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는 작품을 만난 거죠. 특히, 이 캐릭터는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게 온 행운, 천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송하윤이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에게 '내남결' 속 '악녀' 정수민은 가장 힘든 순간에 찾아온 '천운'(天運) 같은 존재다.

지난 20일 종영한 '내남결'은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다. 극 중 송하윤은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정반대인 비틀어진 내면의 소유자인 강지원(박민영)의 절친 '정수민'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내남결'을 마친 송하윤은 "수민이 이야기를 하면 아직 연기했던 감정들이 남아 있다. 아직 못 벗어났다.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 갈 것 같다. 1년을 품었던 친구다. 한 번에 끊어낼 수가 없다. 잘 꾹꾹 눌러 담으려고 한다"라고 종영소감을 밝혔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송하윤은 "연기 권태기를 겪으면서 '내려놓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많은 걸 내려놨다. 뭔가를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번 인물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아지경으로 연기를 했었던 순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송하윤은 '정수민'을 구축해내간 과정에 대해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은 항상 정의가 내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리가 안된다. 너무 복합적인 인물이다. 다양한 걸 품고 있는 인물이다. 아무리 설득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 이번에는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연기했다.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서 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그 감정을 외워서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연기이지만 거부 반응이 오기도 했다.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못 넘겼다. 조금 더 이 인물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정신과 선생님도 만나고, 프로파일러도 만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각고의 노력 덕분일까. 송하윤의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원작 속 인물이 그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재현함과 동시에 극과 극의 감정을 유연하게 오가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냈다. 그는 맑은 눈망울에 생글생글 웃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어느새 비릿한 미소와 섬뜩한 눈빛을 드러냈다. 특히, 미세하게 떨리는 동공, 눈썹, 입꼬리는 수민이 느끼는 불안, 분노, 절망 등의 복합적인 심리를 오롯이 전달해 감탄을 자아내기도.

특히나 송하윤의 압도적인 연기가 돋보였던 '내남결'의 명장면 중 하나는 정수민이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는 신이다. 해당 장면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화제가 됐다. 송하윤은 "그 장면이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지금 '(정수민의) 와 씨' 장면 난리 났다'라고 연락이 왔더라. 카톡이 엄청 와 있었다. 많은 분들이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해당 장면의 촬영 비하인드를 묻자 "연기인데도 직접 보고 귀로 들으니까 충격이 있더라. 나도 모르게 바들바들 몸이 떨렸다. 온몸이 시뻘겋게 되기도 했다. 잘 기억이 안 난다. 얼굴에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 하지 않나. 1년 동안 수민이로 살면서 그런 게 얼굴에 드러나기도 하더라. 나도 몰랐던 표정과 얼굴들을 봤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역대급 '악녀'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송하윤. 이번 작품을 통해 자칫 악역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은 없을까. 그는 "악역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 괜찮다 다음 작품에서 지워드리겠다(웃음)"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송하윤은 다채로운 착장과 헤어 아이템 등을 통해 수민의 생존 무기인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의 스타일링이 더욱 특별한 점은 캐릭터와 일맥상통한다는 것. 송하윤은 수민과 강지원(박민영)의 운명이 교차되는 시점부터 의상의 컬러를 비비드한 색상에서 블랙으로 점차 톤 다운시켰다. 또한, 로맨틱한 무드의 코랄빛 메이크업은 누드톤으로, 화려한 웨이브 헤어는 스트레이트로 변화를 줘 몰락하는 수민을 비주얼적으로 완성했다.

외적으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옷 색깔에 신경을 썼다. 나이에 맞지 않는 가벼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 처음에는 조금 더 밝은 색을 입었다. 후반부에는 블랙을 주로 입었다. 패션적으로도 신경 썼지만 특히 얼굴을 조금 더 활용했다. 오른쪽 얼굴을 많이 썼다. 왼쪽 편이 조금 더 선한 느낌이 있다. 오른쪽이 더 날카롭다. 그걸 이용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송하윤은 '내남결'을 통해 박민영, 보아 등 동갑내기 동료 배우들을 여럿 만나기도 했다. 그는 "유독 동갑내기 배우들이 많았다. (박)민영 씨를 처음 봤을 때 눈만 봐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열심히 했구나' '많이 버텨왔다'라고 느꼈던 것 같다. 동갑내기만의 그런 게 있더라. 보아, 공민정 씨도 그렇고 동갑이라 편한 게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그냥 서로를 응원해 주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송하윤은 어느덧 21년 차 중견 배우가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권태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 그는 "주변 지인뿐만 아니라 시청자 분들도 '잘 되어서 좋아'라고 기뻐해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는 것이 느껴진다. 기뻐해주는 게 말이야 쉽지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건 어려운 아니냐. 그런 응원들이 많아졌다. 정말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촬영장에서 들리는 '액션', '컷' 소리가 좋다. '액션'이라고 하는 순간 다른 세상이 열린다. '컷'하면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온다. 연기가 여전히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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