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유해진 “무지개떡 김고은·계피떡 최민식…나는 백설기” [인터뷰]
입력 2024. 03.04. 14:49:05

'파묘' 유해진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물 ‘파묘’가 600만 고지를 밟으며 파죽지세 흥행몰이 중이다. 숨은 의미와 디테일을 찾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는 가운데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의 팀플레이도 주목받으며 관객들 사이에서 ‘N차 관람’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 영근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유해진은 “어떤 모양으로 나올까 궁금했다. 이런 장르가 생소하지 않나. 그런 기대 때문에 시작했다”라며 소감을 이어갔다.

“기술시사회 때 보고 미장센 등 이런 부분이 독보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객관적으로 못 보니 ‘이걸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궁금했어요.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까 싶더라고요. 제가 오컬트 마니아는 아니에요. 좋은 드라마, 이야기를 좋아할 뿐이죠. ‘파묘’는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낸 게 기가 막히고, 신선했어요.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했다.

“어떤 작품은 이야기 맥을 끌고 가야하는 인물이니까 돋보여야하는 역할이 있고, 그렇지 않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역할은 그렇지 않은 역할이었어요. ‘이 역할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 거지?’ 했을 때 한 발 벗어나 그들보다 현실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고,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왜 그걸(무덤) 또 파는 거야, 파지 말자’고 하는 게 관객의 마음일 수 있잖아요. 영근으로 인해 약간 조금 친절해지는 느낌? 극에서 조금 떨어져 하는 역할이기도 하고요. 힘들 때 슬슬 밀어주는 역할이라 생각했죠.”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서 서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긴장감과 함께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연기 구멍 없는 이들의 연기는 파묘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떡으로 얘기하면 고은이는 무지개떡이에요. 최민식 선배님은 계피떡이고요. 저는 백설기라고 생각했어요. 저마다 본다면 너무 강해요. 그들이 해내는 것도 강하죠. 백설기 같은, 마치 식혜 같은 느낌이 영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떨어져있으면서 진행자이기도 하고, 극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이었죠.”

유해진은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곳곳에 유머를 배치하면서 현실이란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만들기도.

“화림이 혼 부르기를 하는 장면에서 영근이 봉길을 묶은 끈을 잡으며 추임새를 하잖아요. 실제로 굿판에서도 추임새를 해요. 저의 추임새는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경문을) 귀담아 듣지 않지만 ‘오소서~ 이제 들어오시네’ 등 추임새를 하는 건 그런 게 없으면 (관객들은) 혼이 들어온 건지 모르거든요. 슬쩍 힌트를 주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저의 역할이었죠.”



영화 ‘왕의 남자’ ‘타짜’ ‘베테랑’ ‘공조’ 시리즈, ‘올빼미’ ‘달작지근해: 7510’ 등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한계 없는 연기력을 선보여 온 유해진. 매 작품마다 캐릭터 그 자체가 된 그는 충무로 ‘믿고 보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대체불가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는 그만의 연기 철칙은 무엇일까.

“‘대본을 소중히 하자’에요. 어떤 유명한 야구선수가 ‘어떻게 하면 좋은 야구선수가 될까’라는 질문에 자신은 처음 들어갈 때부터 글로브를 소중히 여겼다고 하더라고요. 글러브를 베고 자고, 정성스럽게 길들이며 공을 들였다고. 결국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이게 다 통하는 이야기인 거죠. 그래서 저는 대본을 어떻게 대하느냐 했을 때 함부로 읽지 않고, 소중히 여겨요.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뒤따를 때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 외로움을 유해진은 어떻게 이겨내려 했을까.

“큰 거 앞뒀을 때, 예를 들면 큰 액션이나 힘든 감정신 등 제가 해내야할 때. 그때 저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복하는 방법은 없어요. 계속 연습하고, 돌아다니며 생각하고 할 수밖에 없죠.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어요. 저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방법만 있죠.”

올해 가장 빠른 속도로 흥행 중인 ‘파묘’는 800만 돌파가 가시화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속편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해진 또한 속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 특유의 넉살과 유머러스함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영근이 1편에서 안 죽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감독님은 되게 ‘똘똘이’ 같아요.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잖아요. 야무진 면이 있어요. 현장에서도 그런 게 있었죠. 막힘없고, 고민이 있으면 서로 얘기하고. 아마 2편을 만들어도 잘 만드실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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